보름째 이어지는 폭염, 사람도 가축도 “헉헉”

대구·경북 온혈질환 2명 사망
가축 폐사도 1만2천마리 넘어
폭염경보는 풀릴 기미 안보여
폭염이 기승을 부린 7월 30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측정한 기온이 43℃를 넘나들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이중고기압이 한반도를 뒤덮으며 전국이 ‘펄펄’ 끓고 있다. 장마가 일찍 끝난 후 7월 말부터 지속된 더위에 ‘사상 최악’의 폭염이 닥칠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4일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대구는 지난 달 20일 이후 15일째, 포항은 지난달 24일 이후 11일째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열대야란 밤새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으로 이날 밤최저기온은 대구 27.3도, 경산 27.0도, 칠곡 26.6도, 고령 26.5도 를 기록했다.

지난달 22일부터 낮 최고 체감온도가 35도를 넘은 지도 약 2주가 됐다. 대구경북 전역에 내려진 폭염경보도 해제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온열질환 감시체계 기간인 5월 20일부터 이날까지 전국 온열질환자는 1천546명, 그 중 사망자는 11명으로 추정됐다. 대구·경북은 온열질환자 192명, 그 중 사망자 2명으로 집계됐다.

더위를 이기지 못한 가축들의 폐사도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적으로 21만5천809마리의 가축이 폭염으로 폐사했다. 가축재해보험 폭염 피해 신고도 1천25건에 달한다. 대구·경북에서도 167건의 신고가 접수돼 1만2천723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더위는 장마가 끝난 후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이중으로 포개는 형태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뜨거운 공기 덩어리가 이중으로 감싸면서 한반도 공기 층은 하층부터 중·상층 모두 열기와 수증기를 품게 됐다. 들어온 열기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축적돼 폭염은 열흘 이상 이어질 전망이다.

이중고기압과 연이은 폭염에 2018년 ‘사상 최악의 폭염’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8년에도 올해와 동일한 이중고기압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폭염으로 인해 전국에서 4천500명 이상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48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폭염 3대 취약분야인 노숙인, 쪽방주민, 독거노인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공사장 현장근로자, 노년층 농업종사자 보호를 위한 폭염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시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와 함께 노숙인 현장대응반을 꾸려 얼음생수, 쿨토시, 마스크 등 냉방·위생용품을 지급하고 노숙인들의 야간 잠자리를 위해 일시보호시설도 운영한다.

65세이상 만성질환, 건강위험군 중 저소득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생활지원사 등 재난도우미가 직접 가정을 방문하거나 안부전화를 하는 등 노인맞춤돌봄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농업종사자 7천3158명을 대상으로는 장시간·나홀로 농작업을 피하도록 행동요령 홍보문자를 3천539건 발송했다.

뜨거운 도심 열기를 식히기 위해 무더위 쉼터 1천223개소와 스마트그늘막, 쿨링포그(물안개분사장치), 바닥분수 등 폭염저감시설 2천399개소도 가동 중이다.

달구벌대로 등 6개 구간(13.6㎞)에는 도로살수 자동 시스템을 하루 4회 가동하고 있고 9개 구·군과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은 살수차 13대로 현재까지 총 289㎞ 구간에 총 880톤의 물을 뿌렸다.

전력 수요량이 대폭 늘고 있지만 전력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에 따르면 현재 대구의 여름철 예비율은 37.6% 정도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류예지·김유빈기자

#대구 #경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