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암 요양병원 “비급여에 일주일 200만원 써야 입원 돼요”

조백건 기자 2026. 6. 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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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과한 비용 청구 제재하기로
보건복지부 전경. /보건복지부 제공

“비급여 치료를 일주일에 170만원 이상은 받아야 입원할 수 있어요.”

지난 1일 서울의 한 암 요양 병원. 중년의 여성 상담실장은 앉자마자 ‘입원 조건’부터 설명했다. 비급여 치료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측이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대신 상담실장은 “이 비급여 치료비를 (환자가 가입 중인) 실손보험으로 돌려받을 수 있게 필요한 서류를 다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입원하려면 환자가 혼자서 거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

5일 보건복지부가 전국 300여 암 요양·한방 병원 중 과도한 비급여 진료를 하는 곳을 대상으로 고강도 제재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암 요양·한방 병원의 최대 수입원으로 통하는 ‘면역 증강 주사’를 비급여 목록에서 삭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비급여 목록에서 삭제되면 병원이 환자에게 해당 치료를 하고 돈을 받는 행위 자체가 금지된다. 의료계는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상당수 암 요양·한방 병원에 대한 ‘사형 선고’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래픽=양진경

정부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암 환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비급여 진료비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서다. 지난해 비급여 진료비 1위 의약품은 면역 증강 주사의 한 종류인 ‘싸이모신알파1’(272억원)이었다. 이 주사가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36%를 차지했다. 작년 요양 병원 기준으로 봐도 이 주사의 진료비(98억원)는 전년 대비 5배로 급증했다. 심지어 비급여 진료의 대명사로 통하는 도수 치료 진료비(52억원)의 2배에 육박했다. 하지만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지난해 이 주사에 대해 “효능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없다”며 ‘(치료) 권고하지 않음’ 판정을 내린 상태다.

상당수 암 요양·한방 병원은 주사와 함께 고주파 온열 치료, 고압 산소 치료, 영양 주사, 특수 도수 치료 등을 묶은 ‘암 비급여 패키지’를 제공하고 일주일에 100만~200만원을 받는다. 이에 의료계 내에서도 “의학적 근거가 희박한 암 비급여 치료는 환자들의 불안감을 이용하는 것” “건보 재정 낭비”라는 비판이 많았다. 암 비급여 치료를 위해선 급여 항목인 의사의 진단, 검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건보 재정도 들어간다.

정부는 이와 관련한 다양한 사례를 이미 확보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암 비급여 패키지 강매 사례, 불법 환자 유치 사례, 비용 과다 청구 사례 등을 확인하고 전방위적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의 한 병원은 하루 입원한 위암 환자에게 면역 주사비만 2700만원을 받았다. 이 환자가 미국에 1년간 체류 예정이란 얘기를 듣고, 1년 치를 한꺼번에 처방한 것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한방병원은 일주일 간 입원한 환자에게 면역 주사비를 990만원 받았다.

본지가 전국 9곳 암 요양·한방 병원을 취재한 결과 모두 일주일에 90만~210만원의 ‘최소 비급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8곳은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입원 자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9곳 모두 ‘환자 거동 가능’ ‘병원에 간병인 요구 안 함’을 입원 조건으로 걸었다. 경기도의 한 노인 요양 병원장은 “거동 못하는 환자에게 주로 발생하는 낙상·욕창 위험이나 간병인 고용 부담을 지지 않고 비급여 진료에만 치중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환자 유치 방식도 문제다. 본지가 접촉한 인천의 한 병원 직원은 “암 면역 주사는 암 재발이나 암세포 전이를 막아준다”고 했고, 경기도의 한 병원에선 “암세포를 없애는 주사”라고 했다. 입증되지 않은 치료 효과를 사실인 것처럼 환자에게 말하는 건 비의료인의 ‘무면허 의료 행위’가 될 수 있다. “비급여 치료비는 전액 실손 보장이 된다”(광주의 한 병원), “실손보험을 통해 100% 환급 가능”(대전의 한 병원)이란 설명도 나왔다. 이는 거짓으로 환자를 유치하는 ‘불법 환자 유인’ 소지가 크다. 1세대 실손을 제외한 2~5세대 실손의 경우 본인 부담이 10~50%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비급여 비율이 높은 암 요양 병원은 간병비 급여화 사업 등 각종 정부 지원 사업에서도 배제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내에선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문제 있는 암 요양·한방 병원에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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