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동북부 해저 24km 지점에서 인류가 기록한 역대 4번째 규모의 지진이 터졌다.
규모 9.0의 충격파는 태평양 전체를 흔들었고, 그 여파는 지구 반대편 남아메리카 해안에서도 감지됐다.

지진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뒤를 따라온 쓰나미였다.
해저 단층이 수직으로 6m 솟구치며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해수면을 통째로 밀어올렸다.
해안가에 도달한 쓰나미의 높이는 최고 40.1m, 13층 건물을 통째로 삼키고도 남는 물의 벽이었다.

오후 3시 30분,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 시는 존재하지 않게 됐다. 인구 2만 3천 명의 도시가 단 40분 만에 지도에서 사라졌다. 건물도, 도로도, 사람도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진파가 일본 혼슈 섬 자체를 2.4m 동쪽으로 밀어버렸다. 수백 년간 제자리에 있던 땅덩어리가 한순간에 위치가 바뀐 것이다.
더 충격적인 건 이 지진의 에너지가 지구 자전축을 10cm 이동시켰다는 사실이다. 지구가 자전하는 속도가 1.8마이크로초 빨라졌고, 하루의 길이가 미세하게 짧아졌다.

규모 9.0의 에너지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9,000개를 동시에 터뜨린 것과 같다. 그 에너지가 지표면이 아닌 해저에서 방출됐기 때문에 육지의 건물이 아니라 바다가 무기가 됐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는 지진 자체는 버텼다. 그러나 14m 높이의 쓰나미 앞에서 냉각 시스템이 멈췄고, 3기의 원자로가 차례로 녹아내렸다.
반경 20km 주민 15만 명이 대피했고, 그 땅은 13년이 지난 지금도 완전히 돌아오지 못했다.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내진 설계와 쓰나미 방파제를 갖추고 있었다. 15m 높이의 방파제가 리쿠젠타카타를 지키고 있었다. 40m 쓰나미는 그것을 25m나 넘어버렸다.
인간이 설계한 모든 기준은 자연이 허락한 범위 안에서만 유효하다. 일본 열도 바로 옆, 동해와 맞닿은 한반도의 해안선은 지금 이 순간도 같은 판 위에 올라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