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급이라더니 흠집이… '중고폰 복불복' 천태만상 [추적+]
중고폰 거래에 감춰진 그림자
피해 급증하는 중고폰 거래
애매한 등급 기준과 책임 소재
하자 있어도 입증하기 어려워
정부 인증제도 완벽하진 않아
# 여기 2개의 중고폰이 있습니다. 하나는 최상등급인 SS급, 다른 하나는 등급이 가장 낮은 B급입니다. 제품을 촬영한 사진은 없습니다. 짤막한 설명문만 있을 뿐입니다. '새폰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흠결이 없는 등급' '케이스 착용 시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찍힘, 흠집이 있는 제품'. 어떤가요? 설명만으로 두 중고폰의 상태가 어떤지 짐작할 수 있나요? 쉽지 않을 겁니다.
# 적지 않은 중고폰 업체들이 이렇게 사진 없이 설명만으로 중고폰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일일이 사진을 촬영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죠. 그래서일까요. 최근 들어 중고폰 구매로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의 호소가 부쩍 늘었습니다. 그중 상당수가 중고폰의 '품질'이 문제가 된 케이스입니다.
# 우연일까요? 아니면 중고폰 판매 시장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보여주는 신호일까요? 더스쿠프가 중고폰 판매의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중고폰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관련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4/thescoop1/20251204153343434wngi.jpg)
같은 기간 스마트폰 출하량이 1689만개에서 1253만개로 25.8% 줄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중고폰 통계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습니다. 새 스마트폰에서 중고폰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선 중고폰 시장이 뜨는 이유로 크게 두가지를 꼽습니다. 하나는 스마트폰 가격이 몰라보게 비싸졌다는 점입니다. 성능이 좀 괜찮은 모델의 가격은 어느샌가 100만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오죽하면 '폰플레이션(폰+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죠. 여기에 최소 15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접는 스마트폰' 폴더블폰이 등장하면서 가격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1월 출시한 '갤럭시S25'의 예를 들어볼까요? 256GB 기본모델의 판매가는 115만5000원이었습니다. 가장 비싼 '갤럭시 S25 울트라'는 1TB(테라바이트) 기준 212만7400원에 달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중고폰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졌습니다. 가성비를 좇는 소비자들이 중고폰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중고폰이 인기를 끌어모은 또다른 이유는 스마트폰의 감가상각(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떨어지는 정도)이 다른 제품보다 빠르다는 점입니다. 출시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제품인데도 가격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가까이 떨어지는 일이 흔합니다. 중고폰이 소비자에게 '합리적 대안'으로 떠오른 배경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들어 중고폰 관련 피해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에서 중고폰을 구입한 소비자의 불만이 쌓이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월 10건 안팎이던 중고폰 피해구제 신청 건수가 9월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해 지난 11월 53건(1~17일 기준)으로 불어났습니다. 8월 대비 4.4배 늘어난 수치입니다. 1년치로 봐도 2022년 42건에서 올해 1~11월 기준 199건으로 3년 새 5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ㆍ더스쿠프 포토]](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4/thescoop1/20251204153344769cgqn.jpg)
품질 관련 피해 중에선 액정이 파손돼 있거나 화면에 잔상이 생기는 '액정 불량'이 44.9%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밖에 전원이 아예 켜지지 않거나 반복해서 부팅되는 '작동 불량(32.0%)', 배터리가 방전하거나 제대로 충전되지 않는 '배터리 불량(6.4%)' 등의 피해도 있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가 판매업체의 사업 이력을 잘 살펴보고, 수령 직후 제품의 하자 유무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일반 전자기기나 가전제품과 다르게 스마트폰은 작고 복잡해서 내부 결함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성능이 대표적입니다. 전문 검사장비가 없으면 소비자 입장에선 배터리가 얼마나 노후했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침수로 부품이 부식된 이력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상 작동하다 며칠 뒤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피해구제를 신청한 소비자가 제대로 보상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소비자원의 중재로 합의된 피해구제 신청은 전체의 43.0%에 그쳤습니다. 특히 품질 사건의 합의율은 37.0%에 불과했죠. 이는 미배송이나 배송 지연, 환불 거부 등 법을 어긴 '계약' 사건의 합의율(52.9%)을 한참 밑도는 수치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소비자가 판매자의 과실을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만, 언급했듯 일반인이 복잡한 스마트폰의 결함 원인을 밝혀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합의에 이르지 못한 품질 사건의 상당수가 소비자와 판매자의 해석 차이에서 발생한다. 법적 문제가 없다면 소비자와 판매자 중 어느 쪽에 책임이 있는지를 가려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

인증을 받은 사업자는 중고폰에 상태별로 등급 기준을 매기고, 이를 홈페이지나 영업장에 게시해야 합니다. 구매자에겐 해당 등급을 산정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성능확인서나 보증서도 발급해줘야 하죠. 11월 26일 기준 총 29개사가 안심거래 인증 사업자로 등록돼 있습니다. 소비자는 '중고단말 안심거래 누리집' 홈페이지에서 인증 사업자를 검색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심거래 인증을 받은 사업자라고 해서 소비자가 정말로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사업자들이 중고폰에 매긴 애매한 '등급 기준'을 보면 그렇습니다. 안심거래 인증 사업자 대부분은 중고폰 등급을 4단계로 나눠 판매하는데, 이 기준이 모호하고 판매처마다 제각각이란 게 문제입니다.
설명은 이렇습니다. SS급은 '새폰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흠결이 없는 등급'이고, 가장 낮은 B급은 '케이스 착용 시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찍힘, 흠집이 있는 제품'입니다. 실물 사진은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번엔 'B 사이트'를 보겠습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특S급부터 S급, A급, B급 등 4개 등급으로 중고폰이 분류돼 있는데, 마찬가지로 실물 사진은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 설명글을 보면 구매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하나씩 보죠. 특S급은 '외관에 찍힘은 있으나 전체적으로 깨끗한 등급'이고, S급은 '외관에 생활 흠집, 찍힘 등이 있는 상품'입니다. A급은 '외관에 사용감이 있고 잔상과 흠집, 찍힘이 있는 상품'이고, B급은 '강한 잔상이 있고 생활 흠집과 찍힘이 많은 상품'입니다. 설명만으론 실제 중고폰의 상태를 가늠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최고등급만을 고집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등급별로 가격대가 10만~20만원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소비자는 상태 좋은 제품이 걸리길 기대하며 '뽑기'를 하는 심정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효과적인 방법은 판매하는 중고폰의 외관이나 작동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 첨부하는 것입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중고를 사고팔 때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면 소비자가 제품 상태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판매업체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익명을 원한 판매업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하루에도 들어오고 나가는 물량이 100개가 넘는데, 일일이 사진을 찍어서 제품으로 등록하려면 손이 많이 간다. 홈페이지에서 쇼핑하는 소비자가 보기에도 불편하다. 현재로선 중고폰 등급을 '옵션'으로 분류해 한 제품에 몰아넣는 게 최선이다."
![중고폰 시장엔 실물을 공개하지 않는 판매자가 적지 않다. 사진은 IT 유튜버 '제리릭에브리씽'이 스마트폰 내구성을 테스트한 장면. [사진 | 더스쿠프 캡처]](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04/thescoop1/20251204153347476cpku.jpg)
문제는 중고폰을 구입하는 게 예나 지금이나 '찝찝하긴' 마찬가지란 점입니다. 애매한 등급 기준, 불분명한 책임 소재 등의 부작용이 통계에 잡힐 정도니까요.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가 '위험한 선택'으로 전락하는 걸 막기 위해선 제도의 정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는 정부와 국회의 몫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를 위해 정책을 디테일하게 가다듬는 건 그들의 책무니까요. 과연 중고폰은 소비자의 안전한 '구매 대안'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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