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와 코냑의 숙성방식 차이점은 [명욱의 술 인문학]
전 세계를 대표하는 고급 증류주를 언급하라면 아마도 영국의 스카치위스키와 프랑스의 코냑을 들 수 있다. 각각 곡물 증류주와 포도 증류주의 최고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카치위스키의 지난해 수출총액은 56억파운드로, 우리 돈으로 약 10조원이다. 코냑은 33억5000만유로로 5조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최고가 제품에서도 서로 경쟁하고 있는데 현존하는 최고가 위스키는 맥켈란 파인엔레어 1926 60년 숙성 제품으로 270만달러(35억원)에 낙찰됐다. 코냑은 100년 이상 숙성했다는 앙리 4세 그랑드 샹파뉴로, 22억원을 호가했다. 이처럼 영국과 프랑스는 술에서도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둘 다 숙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둘은 같은 숙성을 추구하지만 방식에서 조금 다르다. 위스키는 증류 후 오크통에 넣는 순간 숙성으로 계산되지만, 코냑은 가을에 수확한 포도로 술을 빚지만, 그다음 해 4월 1일부터 숙성으로 계산한다. 코냑 입장에서는 최대 6개월 이상 손해 보는 방식이다. 이렇게 진행하는 이유로 보리는 저장성이 좋아 연중무휴로 술을 만들 수 있지만 포도는 저장성이 낮아 무조건 가을에 만들어야 했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 즉 위스키는 제조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코냑은 정해져 있다고 보는 것이다.
숙성하는 방식도 조금 다르다. 숙성과정에서 일반적으로 1년에 1~2% 정도 증발한다고 이야기한다. 오크통을 통한 위스키 숙성 과정 가운데 가장 증발량이 적은 지역이 스코틀랜드다.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이가 15도 전후인 만큼 오크통의 팽창과 수축이 작아 증발량이 적어 천천히 숙성된다. 무엇보다 오크통을 벗어나면 더 이상은 숙성으로 인정을 안 한다.
반면 코냑은 1년에 3% 정도는 증발한다고 한다. 따라서 오크통에 숙성 중에 너무 많은 양이 증발해 버리면 마실 제품이 없어지기 때문에 담잔이라는 유리병으로 옮겨주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숙성기간 50~60년 정도 된 코냑이 이 경우에 해당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그냥 오크통에 넣어두기도 한다. 즉 코냑은 유리병으로 옮겨지더라도 숙성으로 보는 것이다.
고급 증류주인 위스키와 코냑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군함과 리무진으로 이어지는 이런 문화적 관계성. 이 둘의 속에는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다양한 스토리가 숨겨져 있고, 그런 이야기를 찾는 재미가 있다.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스피릿의 통합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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