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냄새 풀풀나는 금연아파트 ‘유명무실’
울산 9년 동안 76곳 지정
복도 등 한정적 금연구역
실외공간 제재 방법 없어
흡연부스 설치 등 보완을
사회적인 금연 분위기 확산에 힘입어 울산에서도 금연 아파트가 연평균 8곳 이상 지정되고 있다. 그러나 복도, 엘리베이터 같은 공동구역이 아닌 공간에서는 흡연을 제재할 수 없고, 단속이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금연 아파트 내 흡연 부스 설치 및 지정에 대한 재정적 지원 근거 마련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모(31)씨는 지난해 아이가 생겨 보다 큰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했다. 금연 아파트로 지정된 곳이기에 아이를 키우기에 좋은 환경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날마다 이어지는 담배 냄새로 지금은 이사를 후회하고 있다. 금연 아파트라는 말이 무색하게 화장실 환풍기와 배란다를 통해 들어오는 담배 냄새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파트 곳곳에서 흡연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확인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담배를 피우는 가구에 방문해 양해를 구했지만, 개인 공간에서 흡연은 자유라는 말에 언성이 높아지며 이웃 간의 관계만 나빠졌다.
김씨는 “금연 아파트는 무늬만 금연 아파트다. 흡연 가구에 양해도 구해보고 민원도 넣어 봤지만,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며 “‘흡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어 금연 아파트라는 정책과 법이 왜 만들어졌는지 모르겠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이 모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해결하도록 전가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19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처음으로 금연 아파트가 지정된 이후 울산에는 9년간 총 76곳의 금연 아파트가 지정됐다.
금연 아파트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공동주택 거주 가구 중 2분의 1 이상이 신청하면 지자체가 해당 공동주택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한다. 지정 후에는 이를 알리는 안내표지를 공공주택 곳곳에 설치해야 하고, 공동주택 내 금연 구역에서 흡연할 경우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한다.
하지만 금연 아파트에서도 흡연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등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금연 구역이 지하 주차장과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로 제한돼 있고, 지상 주차장, 보행로 같은 실외 공간은 금연 구역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아파트 내 흡연 부스 설치 및 지정에 대한 재정적 지원 근거 마련, 법적, 제도적 보완 등으로 흡연자들의 흡연권 보장 및 금연 구역 준수에 대한 의무감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현재 정책 기조가 흡연 시 불편함을 야기해 금연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앞으로 규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상위법으로 흡연 부스 설치를 명시하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관리사무소에 협조를 요청해 흡연장 지정·이용을 권고할 수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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