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LA FC)은 행복하다.
런던 시간으로 22일 오전 2시 TV를 틀었다. LA FC와 레알 솔트레이크의 MLS 경기가 열렸다. 여러 행사로 인해 경기는 더 늦게 시작했다. 홈구장에서 솔트레이크를 상대로한 LA FC는 4대1 역전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전반 추가시간 역전 결승골을 넣었을 때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미소를 보면서 런던의 한 팀이 떠올랐다.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 질문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분명 토트넘은 달라졌다. 새로운 감독이 왔고, 캡틴은 떠났다. 회장이 떠나고 새로운 세대가 클럽의 경영진으로 들어왔다. 웨스트햄 원정 경기 이후 조 루이스의 딸인 비비안 루이스가 계속 경기장을 찾고 있다.
성적도 좋다. 프리미어리그 개막 후 5경기에서 3승 1무 1패를 기록하고 있다. 순위는 3위. 5전 전승을 거두며 독주 체제를 구축한 리버풀과의 차이는 조금 나지만 그래도 예상 밖 선전을 펼치고 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라운드 비야레알과의 홈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경기 내용은 많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승리가 중요했다.

그러나.
불안감을 온전히 떨쳐낼 수 없다. 우선 리그 초반에 불과하다. 토트넘에게는 아픈 기억들이 많다. 초반 상승세를 달리다 많이 고꾸라졌다. 2023~2024시즌 토트넘은 리그 5경기에서 4승 1패를 기록하며 신바람을 탄 바 있다. 그 시즌 결국 5위로 마무리했다. 2022~2023시즌에는 5라운드까지 3승 2무를 기록하며 3위를 달렸다. 그러나 최종 순위는 8위에 불과했다.
무수한 세월동안 토트넘은 스퍼지(Spurssy)의 악몽에 시달렸다. 올 시즌 맨시티 원정에서 2대0 승리하기도 했지만 경기 수가 많아지고 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진다면 다시 예전처럼 성적이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부정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큰 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토마스 프랑크 감독이 이 변수를 얼마나 잘 통제할 수 있을 지 미지수이다.

가장 큰 걱정은 왼쪽이다. 손흥민을 내보낸 자리를 채울 선수가 없다.
토트넘은 올 시즌 주앙 팔리냐를 데려오면서 허리를 강화했다. 신의 한수였다. 팔리냐를 통해 토트넘은 허리에서 힘과 수비력,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팔리냐가 뒤를 든든히 지키고 있으니 베리발이나 파페 사르 등 활동량 많은 젊은 미드필더들이 종횡무진 피치를 누비게 됐다. 여기에 벤탕쿠르와의 호환성도 좋아지면서 허리가 강화됐다.
웨스트햄에서 뛰던 모하메드 쿠두스를 데려온 것도 적중했다. 오른쪽 라인에서 쿠두스는 드리블 능력을 앞세워 '크랙'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그동안 '골만 잘 받아먹었던' 브레난 존슨과는 확실히 그 결이 다르다. 쿠두스는 존슨을 밀어내고 부동의 주전을 차지하고 있다.

최전방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히샬리송이 올 시즌 3골을 넣으며 좋은 모습을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경기력의 기복이 심하다. 번리전에서 멋진 시저스킥을 선보였지만 맹활약은 그 때뿐이었다. 이후 경기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브라이턴전의 골 역시 행운이 따랐을 뿐이었다. 마티스 텔이나 데인 스칼렛 등도 토트넘이란 팀에 걸맞는 센터포워드 자원은 아니다. 히샬리송이 쓰러지는 등 경기에 못나오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토트넘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럴 때 손흥민이 있었다면 분명 프랑크 감독의 고민은 해결됐을 것이다.
그러기에 '행복축구'를 하고 있는 손흥민의 이적이 다시 한 번 아쉽게 다가온다. 주장 완장을 차고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아래에서의 2년간 손흥민은 팀을 위해 희생했다. 측면 윙어 공간에서 상대를 흔들다가 패스, 반대편이나 중앙에서 달려오던 선수의 골을 만들어주는 전술의 희생양이었다. 윙어였지만 윙백처럼 수비 가담도 많았다. 그 결과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컨디션 조절도 어려웠다.
프랑크 감독 체제에서는 이럴 일이 없다. 프랑크 감독은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탄탄하게 세운다. 중앙 미드필더들의 활동량도 많다.윙어들의 수비 가담 부담이 덜하다. 측면을 흔들며 상대 수비를 부수는 역할은 오른쪽의 쿠두스가 맡는다. 손흥민은 장기인 스프린트 그리고 강력한 슈팅에 집중하면 된다. 최전방을 맡더라도 활동량 많은 허리라인의 지원 아래 뒷공간 침투와 슈팅에 전념하면 된다. 프랑크 감독 체제 아래서도 손흥민의 가치는 여전했을, 아니 더욱 빛났을 것이다.
그래도 이미 다 지나간 일이다. 손흥민은 새로운 팀에서 행복한 축구를 하고 있다. MLS의 새로운 히어로로서, 그리고 새로운 슈퍼스타로서 활약하고 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다만 기회가 된다면 데이비드 베컴처럼, MLS 시즌이 끝난 후 단기 임대라도 토트넘으로 잠시 돌아와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발휘해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