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류시장에 하이볼 열풍이 불면서 최근 중국 백주로 만든 이색적인 하이볼이 주목받고 있다. 하이볼은 일반적으로 위스키를 원주로 제조되지만, 중국의 명주 '우량예'로 만든 ‘우량하이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에 최초 출시된 우량하이볼(330㎖, 4000원)은 RTD(Ready to Drink) 제품이다. 백주의 풍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오리지널’과 상큼한 레몬 맛을 덧입힌 ‘레몬’ 두 종류로 구성됐다. 패키지에는 쓰촨성을 상징하는 귀여운 판다 캐릭터 ‘우량이’가 그려져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하이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위스키로 만든 각종 RTD 하이볼이 출시되고 있는데, 중국 백주를 원주로 만든 제품은 매우 드물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아이디어가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황진욱 링크앤코퍼레이션 대표는 한국 내 하이볼 열풍에 착안해 중국 백주도 하이볼로 성공할 수 있음을 확신하고, 직접 중국 우량예그룹을 찾아가 하이볼 레시피를 선보이며 협업을 제안했다. '우량하이볼'이 한국에 첫 선을 보이기까지 과정을 자세히 알기 위해 지난 8일 황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중국의 '우량예'는 어떤 술인가?
△ 650년 역사를 지닌 백주 '우량예'는 중국 백주의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다. 농향형 백주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수수, 찹쌀, 쌀, 옥수수, 밀 등 다른 다섯가지 곡물로 술을 제조해 독특한 맛과 향을 내는 게 특징이다.
우량예의 시초는 명나라 초기 쓰촨성 이빈 지역의 천씨 가문이 잡곡을 혼합해 만든 '잡량주'다. 당시 관리였던 레이둥헝이 이 술의 특별한 맛에 감탄하며 ‘다섯 곡식의 정수’라는 뜻의 우량예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재우량예는 쓰촨성 이빈 시를 대표하는 상품이다. 현재도 명나라 시대부터 이어져 온 발표 저장고에서 술이 제조된다.
-하이볼은 주로 위스키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백주를 활용한 하이볼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 코로나 기간 중 집에서 '홈술'을 즐기며 다양한 술로 하이볼을 만들어 마셨다. 해외 출장에서 사온 술들을 활용해 하이볼을 즐기다 백주로도 만들어 보았는데, 그 맛이 놀라웠다. 그중 농향형 백주와 함께 하이볼을 만들었을 때 가장 맛있었다. 중식, 한식, 일식 모두 잘 어울렸고 술만으로도 음식과의 조화가 좋은 점이 특징이다. 그중 최고의 맛은 우량예의 농향형 백주였다.
-우량예그룹과 어떤 인연으로 협업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 우량예와 함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중국 지인과 거래처들을 통해 수소문했다. 우량예는 시가총액이 100조원이 넘는 국영기업인 만큼 보수적일 것으로 예상해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중국 백주협회를 통해 만남이 성사됐다.
첫 미팅 날에는 한국에서 칵테일 셰이커와 토닉워터를 준비해 갔다. 100번의 말보다는 한번의 시음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우량예 한 병을 요청해 그 자리에서 하이볼을 만들어 제공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만족스러워하며 연거푸 마셨고 사장도 점심 시간 내내 하이볼을 요청해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
-우량예그룹이 우량하이볼 제안을 수락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
△ MZ세대에게 중국 백주 우량예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백주 업계에서는 젊은 세대가 백주를 찾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유명 중국 백주인 마오타이주가 루이싱 커피와 협업해 컬래버 메뉴를 내놓고 아이스크림도 출시하며 MZ세대를 겨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량예그룹도 젊은 층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고가 이미지의 우량예를 MZ세대가 저도수 하이볼로 먼저 경험할 기회를 준다면 향후 경제적 여유가 생겼을 때 우량예를 떠올릴 것이라 설득했다.
-우량하이볼 레시피가 궁금하다.
△ 우량하이볼은 주정을 사용하지 않고 고급 백주 원액만을 사용했다. 백주 원주에 소량의 레몬 농축액을 더해 산뜻한 맛을 살렸다. 우량예에서 제조하는 백주를 이용해 물과 탄산을 제외한 원액을 만든 후 중국 보틀링 공장에서 제품을 제조해 한국에 수입하고 있다.
-평소 하이볼이나 주류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많았는지?
△ 하이볼과 주류에 매우 관심이 많다. 주량은 약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자리를 즐기는 편이다. 한 잔을 마시더라도 맛있는 술을 찾고자 다양한 주종을 모아왔다.
-한국 시장에서 우량하이볼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어떻게 예상했나.
△ 백주는 한국에서 고량주로 더 알려져 있어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번 경험한 이들은 백주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것이라 확신했다. 아직 한국에 유통된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아 성공 여부를 단정하기 이르지만, 우량하이볼을 도입한 음식점들의 주류 매출이 증가했다. 특히 하이볼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먹기 편한 RTD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어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시음 후 재구매율이 높은 점이 긍정적인 신호라 생각한다. 당장의 성공보다는 더 많은 분들에게 이 술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
-지난 9월 <블로터>가 주최한 K하이볼페스티벌에서 우량하이볼을 선보였다. 당시 반응은 어땠나?
△ 위스키와 전통주로 만든 하이볼 사이에서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음식과 페어링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중국 백주 이미지상 맛이 강할 것이라 예상한 이들이 오히려 깔끔하고 맛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량하이볼 기획 및 출시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 우량예가 보수적인 국영기업일 것이라 생각한 것과 달리 오히려 의사결정은 신속하게 이뤄졌으나 품질 및 위생에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 의사결정 이후 실제 제품이 생산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향후 하이볼의 변화나 새로운 아이디어 계획은?
△ 다양한 주종 및 저당제품이나 티베이스의 제품을 구상 중이다. 독창적인 원료를 사용해 향료로는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이고 차별화된 맛을 가진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 과거와 지금의 음주 문화는 많이 달라졌다. 술은 적당히 즐길 때 사람 간의 관계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사회적 윤활제라고 생각한다. '알쓰'(주량이 약한 사람을 지칭)인 나도 부담 없이 취하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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