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영상 내가 정할래…‘추천 알고리즘’ 끊는 사람들

고나린 기자 2024. 10. 9. 16: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직장인 배기현(27)씨는 지난 3월부터 유튜브에서 추천 영상이 뜨지 않도록 알고리즘을 차단했다.

코로나19시기에 한없이 유튜브를 보다가 2년 전부터 알고리즘을 차단했다는 대학원생 유가온(24)씨는 "차단 전에는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영상이라면서 인터넷 방송인들의 자극적인 영상이 추천됐는데, 지금은 검색창에 '역사'를 누르고 영상을 보면 아래에도 역사 관련 영상만 추천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중독 폐해…국회에선 청소년 알고리즘 차단법 발의도
유튜브 알고리즘을 차단할 경우 나오는 첫 화면(왼쪽)과 쇼츠 화면(오른쪽). 김아무개(25)씨 제공.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저도 모르게 밤늦게까지 추천 영상을 보고 있었어요. 쇼츠(60초가량의 짧은 유튜브 영상)도 거의 1시간 동안 계속 넘기면서 봤고요”

직장인 배기현(27)씨는 지난 3월부터 유튜브에서 추천 영상이 뜨지 않도록 알고리즘을 차단했다.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영상을 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사이 몇 시간이 흘러있고, 그 결과 몸도 피곤해졌기 때문이다. 영화 요약 영상을 봤을 뿐인데 살인사건 영상 등 원치 않는 콘텐츠가 계속 추천되기도 했다. 배씨는 “차단하고 나니 그동안 알고리즘이 내 행동을 통제하고 있었다는 걸 실감하게 됐다”며 “지금은 필요한 정보를 얻는 용도로만 유튜브를 사용하고 있어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배씨는 또다른 소셜미디어(SNS)인 인스타그램에서도 ‘일일 시간 제한’ 기능을 활용해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다.

알고리즘은 플랫폼이 사용자를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해 사용자의 이용기록 등을 바탕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사용자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알고리즘은 가능한 오랜 시간 사용자를 붙잡아두게 설계된 탓에 중독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디지털 중독은 사회성 박탈, 수면 박탈, 주의 분산 등의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플랫폼 이용자들은 알고리즘을 차단함으로써 스스로 통제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한다. 실제 알고리즘 기능을 켜놓은 유튜브는 접속하자마자 과거 사용자가 봤던 영상과 비슷한 영상이 대거 추천되고 영상을 보고나면 자동으로 또 다른 영상이 재생되지만, 알고리즘을 차단하게 되면 아무 영상이 없는 화면에 검색창만 뜬다. 포털 검색과 같이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고 원하는 ‘동영상 정보’만 찾아보는 식이다. 유튜브 설정의 ‘전체 기록 관리’ 탭에 들어가 ‘유튜브 기록’의 사용을 중지하고 ‘오래된 활동 삭제’ 버튼을 누르면 곧장 알고리즘을 차단할 수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유튜브 알고리즘을 차단한 직장인 김아무개(25)씨는 “이전엔 한없이 영상을 보다 보면 후회가 밀려왔는데 지금은 유튜브 사용 시간이 4시간가량에서 하루 30분까지 줄었다.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시기에 한없이 유튜브를 보다가 2년 전부터 알고리즘을 차단했다는 대학원생 유가온(24)씨는 “차단 전에는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영상이라면서 인터넷 방송인들의 자극적인 영상이 추천됐는데, 지금은 검색창에 ‘역사’를 누르고 영상을 보면 아래에도 역사 관련 영상만 추천되는 정도”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추천된 영상의 70%가 사용자에게 불쾌감을 줬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비영리단체 ‘모질라 재단(Mozilla Foundation)’은 10개월간 전 세계 37000여명의 연구 참여자들의 유튜브 사용 경험을 추적한 결과, 참여자들이 ‘허위 정보’, ‘폭력적 콘텐츠’ 등으로 신고한 영상 중 71%가 알고리즘 추천 콘텐츠였다는 연구 결과를 2021년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중독으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려는 법안들이 마련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알고리즘 차단법’이 발의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 소셜미디어에서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알고리즘을 허용하지 않고, 보호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만 허용하게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현재 서강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빅테크 기업은 월간 활성 사용자(MAU)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알고리즘을 쓰는 경우가 많다. 자극적이고, 위법적인 영상까지 추천되거나 중독을 낳는 폐해는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을 위주로 사용한 세대가 계속해서 유사한 콘텐츠만 접하다 보면 다양성이 훼손되고 편협한 시각을 갖게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