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Z세대를 사로잡았던 자유분방하고 반항적인 ‘브랫(Brat)’ 유행이 저물고, 새로운 트렌드가 탄생했다. ‘조용한’, ‘얌전한’, ‘차분한’ 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Demeure’에서 파생된 ‘드뮤어(Demure)’ 스타일이 그 주인공이다.
드뮤어 트렌드는 틱톡커 '줄스'의 영상에서 시작됐다. 그는 ‘일터에서 얌전하며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내 출근 메이크업은 매우 ‘드뮤어’하다. 초록색 메이크업을 하고 직장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이 영상이 게재된 후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어떤 행동과 태도가 ‘드뮤어’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졌다. 줄스가 ‘매우 차분하고, 매우 사려깊다’는 의미로 사용한 ‘Very demure, very mindful’이라는 말 역시 단숨에 유행어가 됐고, '드뮤어'라는 단어 자체가 바이럴되기에 이르렀다.
‘드뮤어’가 단순한 밈에 그치지 않고 올가을 패션 키워드로 떠오른 이유는, 대중들이 화려한 스타일링과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피로감을 느끼면서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아이템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해 런웨이와 리얼웨이를 막론하고,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의 미니멀리즘 패션이 유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드뮤어 룩은 한 마디로, 차분한 느낌의 ‘꾸안꾸’ 패션이다. 언뜻 보면 작년 가을에 주목받았던 상류층 패션 ‘올드머니’와 비슷해 보이지만, 색상과 소재를 통해 고급스러움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단정하고 겸손한 느낌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드뮤어 룩을 위한 아이템은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스탠다드 핏 재킷과 셔츠, 니트, 데님이다. 이 때 핵심은, 커다란 패턴과 지나치게 큰 로고, 화려한 액세서리는 선택지에서 과감하게 지우는 것. 무채색이나 브라운, 무게감 있는 버건디 등 차분한 단색 아이템을 선택하고 톤온톤으로 코디해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해 보자.


드뮤어 메이크업 역시 본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베이스 메이크업은 투명하고 얇게 마무리하고, 눈썹은 결을 살려 빗어준다. 색조를 사용하고 싶다면 진하고 화려한 계열보다는 피부 톤과 유사하거나 가볍게 혈색을 더해줄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하자. 부드럽게 음영을 줄 수 있는 연한 브라운 계열 섀도우와 은은한 뮤트 톤의 립 컬러면 충분하다.
헤어에도 특별한 스킬은 필요하지 않다. 느슨하게 묶은 번 헤어부터 한 올 한 올 공들여 빗어 넘긴 스타일링까지 무엇이든 좋다. 깔끔하고 단정하게 연출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그 날의 룩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택하면 된다.
진정한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운 평온함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드뮤어 트렌드는 이제 패션과 뷰티의 한 흐름에 그치지 않고 생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구 및 인테리어 분야와 내면의 가치에 집중하는 웰니스 분야가 대표적이다. 수동적인 ‘얌전함’이 아닌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겸손함’을 강조하는 일상 속 애티튜드도 여기에 포함된다. 화려하거나 과시적이지 않고, 차분하고 단정하며 겸손한 태도를 주축으로 하는 새로운 트렌드, 드뮤어가 라이프스타일 분야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관심이 모인다.
ㅣ 덴 매거진 2024년 Online
에디터 김보미 (jany6993@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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