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주변의 작은 공원이나 하천 둔치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익숙하게 보이는 이 운동기구들. 볼 때마다 괜히 한 번씩 손잡이를 잡아 당기고 돌리면서 운동하는 기분을 내는 건 나뿐만이 아닐 거다. 촬영 핑계로 밖에 나온 김에 ‘온몸 들어올리기’로 상체 좀 조졌더니 10분 만에 팔이 안 올라갈 정도. 이런 야외 운동기구는 어딜 가나 비슷비슷하게 구성돼있는데 정해진 국룰이라도 있는 걸까. 마침 유튜브 댓글로 “어느 공원에 가도 볼 수 있는 야외 운동기구의 정체가 뭔지, 왜 구성은 어딜가나 똑같은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야외 운동기구는 개당 200만원에서 400만원이 넘는 고급 기구로 국내에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민들의 체력 증진을 위해 공공장소에 마련되는 야외 운동기구는 체육시설법에 따라 설치된다. 전국에 설치된 운동기구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로 2020년 기준 무려 14만5813대. 이 정도로 많으니 산책 갈 때마다 볼 수 있었던 거다. 길거리에 널린 데다 무료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친숙한 이 기구들. 실제 가격을 알고 나면 거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꽤 비싸다. 상체 근육을 풀어주는 이 ‘활차’가 대충 200만원 돈이고,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까지 느낄 수 있다는 ‘하늘 걷기’는 300만원이 넘는다.

비싼 기구는 한 대에 500만원도 훌쩍 넘어가 지자체에서 매년 운동기구 설치 비용으로만 400억원에서 500억원 가량 쓰고 있다고 한다. 공원이든 하천이든 어딜 가나 기구의 구성이 비슷한 이유는 이용자의 운동 루틴을 고려해 짜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활차나 양팔 줄 당기기로 스트레칭하며 몸을 풀고, 웨이트 기구로 상체와 하체 근육을 단련한 뒤 하늘걷기나 옆 파도타기 같은 유산소로 마무리하라는 깊은 뜻이 있는 거다. 이렇게 기구 대여섯 개가 한 세트로 설치된다.

야외 운동기구는 2000년대 초반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당시 운동기구를 국내 최초로 생산해 설치했던 업체를 찾아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물어봤다.
디자인파크개발 관계자
“회장님께서 이제 (19)99년도에 중국 상해에 갔다가 훈구 공원에서 야외 운동기구를 처음 봤다고 합니다. 그거(운동기구)를 이용해서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시고요. 그래서 ‘아 이거 아이템 좋다’라고”

이 업체의 야외 운동기구는 서울 서대문구에 처음 설치됐는데 당시 주민들의 반응은 말 그대로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우리 동네에는 왜 없냐”는 입소문을 타고 주변 지자체를 넘어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업체들이 뛰어들어 지금은 무려 100여 곳의 기업이 운동기구를 생산, 납품 중이다.

야외 운동기구를 주로 찾는 이용자는 건강을 챙기는 50~60대 중장년층과 노인층이다. 노인들이 야외 운동기구를 사용하면 건강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연구한 논문이 이렇게 많을 정도. 공원 운동기구만 열심히 써도 근력과 유연성이 강화되고 노화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생긴다고 하니 어르신들에겐 이곳이 헬스장이고 필라테스 교실인 셈.

실내 운동기구와 달리 비바람이나 강한 햇빛을 견디면서도 누구나 쉽게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안전성과 내구도다.
디자인파크개발 관계자
“안전이 일단 중요하기 때문에 디테일한 기능들은 많이 없어요. 그러니까 실내 같은 경우는 전기를 활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능이 있잖아요. TV가 나온다든지 저희 같은 경우는 단순화시켰습니다. 밖에 있다 보니까 녹 쓰는 거 이런 것들에 대해서 민감할 수가 있어서 내구성에 좀 포커스가 많이 들어가죠”

국내 기업들의 운동기구 제품은 품질이 좋아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 수출도 된다 하는데 현지에서 보면 괜히 반가울 거 같다. 취재하다 알게 된 건데 요즘엔 비슷비슷한 제품 라인업에서 벗어나 운동도 하고 에너지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는 운동기구들도 개발되고 있다. 특수 발전장치를 부착해 운동하며 만든 전기로 핸드폰을 충전하거나 공원의 조명을 밝히는 기구가 대표적이다. 노인복지 차원에서 시니어 맞춤형 운동기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공스장’(공원+헬스장)이 조금만 더 발전하면 굳이 비싼 돈 내고 PT 안 받아도 되지 않을까? 개꿀~
당신도 취재를 의뢰하고 싶다면 댓글로 의뢰하시라. 지금은 “이란에서 반려동물을 금지한다던데 왜 그러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 중이다. 구독하고 알림 설정하면 조만간 취재결과가 올라올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