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세 좋았는데" 대형 화재 이랜드, 재고·유형자산 손실 불가피

지난 15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이랜드패션 물류센터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 사진 제공 = 충남도청

올해 3분기까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내실 성장세를 이어오던 이랜드월드가 천안 패션 물류센터 화재로 인해 급제동에 걸렸다. 재해 손실이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대규모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패션업계 성수기인 연말 대목을 앞두고 맞은 사고여서 공급 차질 및 매출 공백의 타격이 더욱 클 거란 우려가 나온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충남 천안시 동남구 소재 이랜드패션 물류센터에서 지난 15일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4층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내부 1100만여점의 의류를 집어삼켰고 건물 전체로 번졌다. 화재 발생 사흘째인 이날까지도 소방 당국은 잔불 정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진압을 마치는 대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 피해 규모 등을 파악하기 위한 현장 감식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2014년 준공된 천안 물류센터는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이 집결하는 글로벌 허브 역할을 한다. 지하 1층·지상 4층에 연면적은 축구장 27개 넓이인 19만3210㎡에 달한다. 일일 최대 5만 박스, 연간 400만∼500만 박스를 처리하는 대형 물류 시설로 뉴발란스와 스파오, 후아유 등 이랜드가 전개하는 브랜드 10곳의 상품 전체를 취급한다.

이번 화재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은 절반 이상 붕괴된 채 전소됐다. 내부 보관 의류와 각종 시설물도 사실상 전부 소실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재고자산과 유형자산폐기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랜드월드가 연말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회사의 재고자산은 444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프라인 주요 소매 매장 보유분을 제외하면 대부분 천안 물류센터 물량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유형자산 역시 9032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중 마곡 R&D센터(6월 말 기준 장부가 4121억원) 외에 천안 물류센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랜드그룹 CI / 사진 제공 = 이랜드월드

앞선 사례와 비교해도 이랜드월드의 손익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거 쿠팡과 삼성물산 패션부문 역시 물류센터 화재로 수백~수천억원대 영업외 손실을 반영한 뒤 적자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2021년 덕평물류센터(12만7000m²) 화재 당시 재해손실로 3179억원을 인식하며 32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5년 김포 물류센터(6만2000㎡) 화재 여파로 2098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데 이어 영업 적자로 전환한 바 있다.

예상치 못한 악재로 이랜드월드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산하 개별 브랜드의 활약에 힘입어 2025년 실적이 고공 행진하고 있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실제 올 3분기 회사의 별도 기준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한 1조2659억원, 영업이익은 12.1% 늘어난 1248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377억원으로 52.6% 신장했다. 사고 직격탄을 맞은 패션 부문은 이랜드월드 전체 매출의 51%를 담당한다. 객단가가 높은 겨울 시즌인 데다 대형 할인 행사를 코앞에 두고 공급 차질이 현실화되면서 매출 공백에 따른 영업손실까지 우려된다는 목소리다.

물론 물류센터가 재산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손실금액 대부분이 환입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보험금 산정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만큼, 건물 재건 작업 등에 따른 재무 부담은 한동안 가중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인근의 이랜드리테일 물류센터를 비롯해 부평, 오산 등 그룹 관계사의 물류 인프라와 외부 물류 인프라를 임차해 정상화해 가고 있다”며 “전국 매장에 이미 겨울 신상이 대부분 출고된 상황이고 신상품은 항만 물량을 어느 정도 확보해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가 공장의 생산 속도를 높이는 등 영업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대응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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