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이 인스타를?… 사칭 계정 팔로워가 38만명

박성우 기자 2023. 6. 1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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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삭제 했는데, 팬페이지로 다시 활동
‘팬페이지’와 ‘사칭’ 경계 모호… 삭제 어려워
최태원·정의선·구광모 회장도 가짜 계정 존재

지난 주말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뮤코지질증 어린이 환자의 엄마’라는 글이 화제가 됐다. 휘귀병으로 치료제도 없는 뮤코지질증에 걸린 환아의 어머니가 절박한 마음에 인스타그램의 이재용 회장 팬페이지(@jaeyong3831)에 도와달라는 메시지(DM)을 보냈다. 공교롭게 해당 DM을 보낸 지 얼마 안 지나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제 개발을 추진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기적이 일어났다’고 기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팬페이지라고 주장하는 계정./인스타그램 캡처.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회장의 공식 계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해당 환아 부모에게 ‘뮤코지질증 치료제 개발 연구를 시작했다’는 연락을 한 것은 맞지만, 이 회장의 팬 페이지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병원 측도) 그런 계정이 있는 줄도 몰랐다”라고 말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는 인스타그램 사칭 계정이 있다.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이 회장의 계정이다. 팬 페이지라고 표기 돼 있지만, 프로필 사진과 콘텐츠만 언뜻 보면 공식 계정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 계정의 팔로워(작성자가 올린 글이나 사진을 볼 수 있게 팔로우(follow·뒤따르다)한 사람) 수는 38만명이 넘는다. 해당 계정 운영자는 과거에도 이 회장 사칭 계정을 운영해 왔다.

이재용 회장 팬페이지 계정에 올라온 DM 대화 모습./인스타 캡처

계정 상단에는 ‘이재용(LEE JAE YONG)’이라는 이름과 함께, 프로필 사진에 이 회장의 모습이 들어가 있다. 페이지 소개란에는 ‘삼성전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경영원칙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서 삼성전자가 지켜나갈 약속입니다’라며, 마치 공식 계정처럼 문구를 적었다.

인스타는 사칭 계정을 방지하기 위해 ‘인증 배지’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친 개인이나 기업 등 공식 계정에는 파란색 별모양(*) 인증 배지를 붙여 주는 식이다. 이재용 사칭 계정은 같은 파란색 다이아몬드(💠) 마크를 넣어, 유심히 보지 않으면 인증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이재용 회장 사칭 계정의 가짜 인증 배지(위), 정용진 회장의 공식 인증 배지(아래) /인스타그램 캡처

계정에는 2020년 8월부터 현재까지 총 91개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의 게시물이 이 회장의 행보와 관련된 인물 사진이 주를 이루고 가끔 삼성전자 신제품이나 광고(CF), 사회 이슈 등이 올라온다. 댓글을 보면 이 회장의 계정으로 착각해 글을 적는 사람도 많아 보였다. 외국인은 더 쉽게 속을 가능성이 크다.

특정 글에서는 이 회장을 사칭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계정에는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이재용 포토카드’와 관련해 “당근마켓에 제 포토카드가 올라왔다는데 제가 사겠습니다. 가격은 아시죠?”라고 적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팬페이지 계정에 올라온 사진과 댓글./인스타 캡처

삼성전자는 해당 페이지를 삭제할 방법을 찾아봤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타 등을 통해 문의해 봤지만 팬 페이지 계정의 경우, 삭제나 수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받았다”며 “해당 계정을 통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어 계정과 관련해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에 한 차례 사칭 계정을 삭제했다. 사칭 계정이 삭제되자 팬 페이지 계정으로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계정 운영자는 제일 첫 게시물에 “팬 페이지는 단순히 한국팬들만을 위한 페이지가 아니다. 세계에 이재용 회장과 삼성의 최신 정보를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적었으나 해당 게시글을 보기 위해서는 글 목록 마지막 아래까지 이동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인스타그램 캡처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에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유한 것은 최 회장이 유일하다. 최 회장은 테니스를 치다 발목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도 지난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함께 올렸다.

최 회장도 자신의 이름과 비슷하게 적은 가짜 계정이 있다. ‘chey_tae_won’이란 이름의 계정은 1424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프로필에는 최 회장의 사진과 함께, ‘최태원 SK 홀딩스 회장, 한국상공회의소 회장’이라고 적었다. 포브스 인물소개 링크를 첨부해두기도 했다. 보통 최를 영어로 ‘choi’라고 많이 적는데, ‘chey’라고 적는 최 회장의 스타일도 반영했다.

재계 총수들의 사칭 계정의 모습 /인스타 캡처.

정의선 현대차 회장 역시 여러 개의 가짜 계정이 있다. 팔로워수가 143명인 한 가짜 계정에는 사진과 함께 ‘Chairman of Hyundai Motor Company(현대차 회장)’라는 프로필이 적혀 있다. 정 회장의 활동 사진도 다수 올라왔다.

구광모 LG 회장도 ‘koo kwang mo. Chairman and chief executive director of LG’라고 적힌 사칭 계정이 있다. 프로필에는 구 회장이 모습이 담겨 있다. 이 계정은 현재 비공개로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사칭 계정 때문에 발생한 피해자가 없지만, 총수가 직접 SNS를 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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