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의원직 박탈’ 필요한 이유 [성한용 칼럼]

성한용 기자 2025. 11. 2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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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경원 의원이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전 국회에는 날치기와 몸싸움이 난무했다. 소수 야당은 몸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힘이 센 의원이나 주먹계 출신 보좌진이 활약했다.

2008년 한나라당이 과반을 차지한 18대 국회에서 폭력 사태가 가장 심했다. 미디어법, 예산안, 한-미 자유무역협정 처리 과정에서 해머, 전기톱, 쇠사슬이 등장했다. 본회의장에서 최루탄까지 터졌다. 동물국회였다.

여당의 황우여 김세연 의원, 야당의 김진표 원혜영 의원 등이 앞장서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을 추진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새누리당은 아예 국회선진화법을 2012년 4·11 19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예상을 깨고 152석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새누리당 안에서 국회선진화법 반대 주장이 나왔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었다. 8개월 뒤로 다가온 12월 대선도 있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선고 공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19대 총선 20여일 뒤 5월2일 18대 국회 본회의에서 치열한 토론이 붙었다. 여당 의원들이 찬성과 반대로 갈렸다. 192명이 투표해 찬성 127, 반대 48, 기권 17로 가결됐다. 김성태 남경필 박근혜 유승민 이상득 이정현 홍준표 의원은 찬성했다. 권성동 김기현 김무성 정몽준 정의화 주호영 의원은 반대했다.

국회선진화법은 새로운 제도를 많이 도입했다. 안건조정위원회를 설치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축소했다. 신속처리대상 안건(패스트 트랙) 지정을 도입했다. 예산안 심의를 제때 마치지 못하면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도록 했다. 무제한 토론을 도입했다. 의장석 또는 위원장석 점거 금지, 회의장 출입 방해 금지 조항을 신설했다.

19대 국회는 2013년 7월2일 본회의에서 국회법을 추가로 개정했다.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폭력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했다. 국회 회의 방해죄를 신설해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폭력 행위를 하면 형법상 폭행죄나 공무집행방해죄보다 높은 형량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2013년 12월10일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국회 회의 방해죄로 5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날치기가 사라졌다. 몸싸움도 사라졌다. 회의를 방해하면 의원직을 상실할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국회 다수 정당은 불만이 많았다. 식물국회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국회에서 폭력이 사라진 것은 국회선진화법의 확실한 성과였다. 국회선진화법 덕분에 국회는 동물국회 오명을 벗었다.

국회선진화법의 목적은 대화와 타협에 의한 정치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수 세력의 비토권을 무한정 보장할 수는 없었다. 5분의 3 이상 의석을 확보하면 신속처리대상 안건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2019년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이른바 ‘4+1’은 의석 5분의 3을 확보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했다. 국회법에 따른 정당한 권한 행사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법안 저지를 위해 폭력을 행사했다. 국회의원을 감금해 회의 참석을 막았다. 국회 사무처 의안과 팩스를 부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 모든 폭력 사태를 주도했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법과 선거법 통과를 막지 못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를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 책임져야 했다. 검찰은 국회법 위반,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의원들을 기소했다.

사건 발생 6년7개월 만에, 기소 5년10개월 만에 내려진 1심 선고에서 의원직을 잃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폭력 사태를 주도했던 나경원 의원은 환한 미소를 띠고 “법원은 명백하게 우리 정치적 항거의 명분을 인정했다”고 기염을 토했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2019년 나경원 원내대표가 주도한 국회 폭력 사태는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나경원 의원이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

나경원 의원의 1심 선고 형량이 그대로 확정되면 앞으로 국회에서 폭력 사태가 만연할 것이다. 회의를 방해해도 의원직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의원직만 유지할 수 있으면 전과는 명예로운 훈장이다.

그래서다. 검찰은 양형부당으로 항소해야 한다. 2심 재판부는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해야 한다. 그래야 동물국회 부활을 막을 수 있다.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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