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없던 혹', 위암 말기 신호였다
몸에 갑작스레 생긴 작은 혹 하나. 통증도 없고 가렵지도 않지만, 평소와 다른 이질감이 느껴졌다면, 이는 단순한 피부 트러블이 아닌 치명적인 내부 암의 신호일 수도 있다.
최근 튀니지 튀니스의대 연구에 따르면 위암이나 췌장암 등 소화기계 암이 피부로 전이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지만, 한 번 발생하면 생존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연구에 인용된 실제 사례들에선 피부 전이 진단 후 평균 생존 기간이 1.5개월에 불과했다.
이처럼 피부에 나타난 이상 징후는 종종 셀룰라이트나 지방종처럼 보이는 결절로 시작되며, 통증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그러나 이 작은 결절은 내부 장기에서 암이 이미 전신으로 퍼졌다는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
드문 피부 전이, 그러나 치명적인 신호
튀니스의대 외과 종양학과는 지난 16년간 수집한 8건의 피부 전이 암 사례를 분석해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환자들은 모두 위암이나 췌장암 말기로 진단됐고, 결절은 목·복부·가슴·얼굴 등 다양한 부위에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이 결절들이 지름 2cm 내외로, 피부과 질환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63세 여성 환자 A씨는 목과 몸통에 결절이 다수 생긴 뒤 위암 말기로 진단되었고, 간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항암 치료를 시작했으나 진단 한 달 만에 사망했다.
또 다른 67세 남성 환자 B씨는 두피와 손에도 결절이 생긴 상태에서 췌장암 전이 사실이 밝혀졌고, 마찬가지로 1개월 후 세상을 떠났다.
이처럼 피부 전이는 전체 암 전이의 약 0.4~0.6%에 불과하지만, 이미 암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최종 단계임을 의미한다. 때문에, 단순히 결절 하나가 생겼더라도 기존과 다르거나 오래 지속된다면 반드시 조직검사를 받아야 한다.
췌장암, 조용히 다가오는 '침묵의 암'
특히 췌장암은 조기 증상이 거의 없어 대부분 말기에서야 발견된다. 등 통증, 황달, 식욕부진,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은 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 나타난다.
국내 췌장암 5년 생존율은 13.9%에 그치며, 진단 자체가 늦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부 결절이 암의 사후 증상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암의 진행을 보다 빨리 감지하기 위한 검사로는 CA19-9 종양 표지자가 있지만, 일반인 대상 선별 검사로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CA19-9는 진단 후 경과 관찰이나 치료 반응 평가에 더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췌장암 예방, 생활습관이 핵심
췌장암을 피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췌장염의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만성 췌장염은 췌장암 위험을 최대 18배까지 높인다. 음주나 고지방 식단, 흡연은 췌장 기능을 손상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이며,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평소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는 ▶감귤류 ▶통곡물 ▶등푸른 생선 ▶엽산이 풍부한 채소류 등이 있으며, ▶가공육 ▶탄 음식은 줄이는 것이 좋다. 단, 특정 음식만으로 예방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식생활의 균형이 더욱 중요하다.
작은 피부 변화,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피부는 때로 우리 몸 내부 상태를 알려주는 창이 될 수 있다. 특히 평소와 다른 형태의 혹이나 결절이 생겼다면, 그냥 두지 말고 피부과나 내과에서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최선이다. 피부로 암이 전이되었다면, 이미 생존 시간이 몇 달 남지 않은 심각한 상황일 수 있기 때문이다.
▶등에 난 작은 혹이 낫지 않거나 ▶목과 가슴 주변에 이상한 결절이 생겼거나 ▶평소보다 피부가 단단하고 두드러지는 부위가 생겼다면 그것이 단순한 뾰루지가 아닐 수 있다.
가벼운 증상이라도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점점 커지는 결절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보는 것이 후회 없는 선택이다. 그 사소한 결심 하나가 당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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