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의 스케이트보드 도전기

사진=월간 아웃도어

FLY UP FROM OVER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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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장마철이 시작됐다. 일이 끝나면 트레킹이나 캠핑을 하러 자연으로 뛰쳐나가곤 하는데, 방에 앉아 창밖의 흐린 하늘만 보고 있자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로나 이후 다양한 여가 활동이 인기를 끌면서 실내 액티비티의 형태도 다양해진 것. 연일 이어지는 비 소식에 몸이 근질근질하다면 실내 액티비티로 새로운 취미를 발견해 보자.
에디터의 선택은 스케이트보드. 학창 시절 우연히 봤던 영화 <그라인드>의 영향이 컸다. 스케이트보더들의 자유로운 모습과 대회 우승을 향한 도전정신은 내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예전에야 해외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원이나 내천 등 넓은 공간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스케이트보더들이 모여들고, 몇몇 공원에 마련된 스케이트 파크에서는 화려한 묘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아직까지 선뜻 도전하지 못했던 건 어리지 않은 나이 때문이었다. 갓 어린이 티를 벗어난 학생들이 대부분인 스케이트보더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어른의 모습을 보이기 부끄러웠던 것. 오랜만에 맑은 해가 떠오른 어느 여름날의 오후, 집 앞 공원을 걷다 너른 광장에서 한 중년 아저씨의 스케이트보딩을 발견했을 때 마음 깊이 숨어있던 로망을 꺼내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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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향한 곳은 하남시에 자리한 오버헤드 보드파크. 약 150평 규모의 실내 스케이트보드 공원이다. 서울 곳곳에도 여러 실내 스케이트보드장이 생겼지만, 대형 볼 파크(땅이 그릇처럼 움푹 패인 곳) 사진을 발견하는 순간 마음을 정했다. 오버헤드의 볼 파크는 국내 최대 규모인데다 이외에도 에어박스, 펌핑트랙 등 다양한 스케이트보드 기물을 보유하고 있어 국가대표 선수들도 연습을 위해 찾는다. 게다가 국가대표 출신과 강습 경력이 많은 전문 코치에게 배울 수 있으니 처음 도전하는 이들도 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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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헤드는 서울에서도 지하철로 찾아갈 수 있고, 잠실역에서 차로 20분 이내면 닿을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게다가 넉넉한 주차공간을 갖추고 있어 주차 걱정도 덜었다. 트릭(기술)은커녕 보드 위에 올라본 적도 없는 완벽한 초심자인 에디터는 보드부터 보호대까지 어떤 제품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는데, 스케이트보드와 관련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 대여하거나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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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헤드는 총 2층 규모로, 1층에는 다양한 스케이트보드 기물로 이뤄진 파크, 2층에는 데스크와 스토어, 샤워장, 1층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라운지 등이 마련돼 있다. 도착 후 2층 데스크에서 안내에 따라 안전 수칙과 관련된 내용에 서명을 한 후 필요한 장비를 대여하면 된다. 프로그램은 보통 초보자를 위한 1:1 개인 레슨과 국가대표 출신의 헤드코치인 조환석 대표에게 기술을 배우는 1:1 개인레슨으로 나뉜다. 조환석 대표는 스노보드부터 스키 등 다양한 보드 분야에 수상 경력이 있는 코치로 ‘조환석 코치에게 배우기 위해’ 오버헤드를 찾는 숙련자들도 다수다. 만약 친구나 가족과 함께하고 싶다면 인원수대로 추가 금액을 지불해 2:1 또는 3:1로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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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수업이 이뤄지는 1층으로 내려가 코치의 안내에 따라 헬멧과 팔꿈치·손·무릎 보호대까지 착용하면 준비 끝. 스케이트보드를 처음 배우는 이들은 보드 위에 올라가는 것부터가 고비이므로, 잔디밭인 그린존에서 충분한 연습을 거친 후 스트리트 존에 입성하게 된다. 매끈한 바닥에서의 스케이트보드는 거침없이 미끄러지기 때문에 더 큰 집중력과 균형감각을 요한다. 그린존에서 충분히 익힌 동작인데도 스트리트 존에서 타려니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제야 2층에 자리한 샤워실의 존재 이유를 깨닫는다. 스케이트보드는 엄청난 유산소 운동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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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에게 넘어지는 일은 실수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만큼 넘어지는 일이 잦기 때문에 ‘잘’ 넘어지는 방법도 배운다. 보호대를 찬 부분을 바닥에 대고 미끄러지듯 넘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벽과 언덕을 달리며 배운 자세대로 넘어지다 보니 어느새 두려움은 사라지고 넘어지는 일이 재밌기까지 하다. 배우면 배울수록, 독학보다는 전문가에게 레슨을 받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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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업에서 기물을 타는 일은 드물다. 기본 동작을 완벽히 숙지하는 것만으로도 수업 시간이 훌쩍 흐르기 때문. 아쉬운 마음에 고개를 돌려 에어박스 존을 바라보니 앳된 얼굴의 초등학생이 언덕을 파도 타듯 넘고 있다. 제법 숙련자 다운 태가 나 ‘얼마나 타면 이렇게 잘 탈 수 있냐’고 물어보니 1년 정도 탔다고. 7세 이상부터 스케이트보드 강습을 받을 수 있어 흥미로운 운동을 찾는 어린 아이들이 많이 참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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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마치고 헬멧과 보호대를 벗자 온몸은 땀에 흠뻑 젖어있었고 보드에서 균형을 잡던 두 다리는 후들거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기분은 홀가분하다 못해 환희에 찼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반복적인 일상에 단 하루, 스케이트보드를 배웠을 뿐인데 삶이 풍성해진 기분이랄까. 사회인이 되고부터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할 일이 없었는데,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쉼 없이 설렜다. 언젠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볼 파크를 쌩쌩 달릴 날이 나에게도 오지 않을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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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헤드
경기 하남시 검단산로333번길 32
평일 11:00~20:30, 주말 09:30~20:30
1:1 개인레슨(초보자) 8만원, 1:1 개인레슨(헤드코치 조환석) 10만원
@overhead_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