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소각장 ‘극한 갈등’…‘서울 쓰레기 대란’은 시작도 안 했다
소각장 갈등 3개월 쟁점은
사람이 매일 만들어내는 쓰레기는 사람이 사는 땅에서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쓰레기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은 점점 한계에 이르고 있다. 서울은 그 양상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하루 평균 3200톤의 쓰레기가 발생하는 서울시는 그중 3분의 2(약 2200톤)만 처리한다. 나머지 1000톤은 인천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로 옮겨 간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2026년 1월1일부터는 수도권매립지 매립이 금지되면서 서울시는 지난 8월 마포구 상암동에 소각장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주민들은 “이미 소각장이 있는 상암동에 또 소각장을 짓는 것은 상암동 주민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거리로 나왔다.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마포 소각장 갈등의 핵심 쟁점을 짚어봤다.
소각장 신설은 불가피
서울시는 소각장 신설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본다.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3년 남짓한 기간 안에 생활폐기물 1000톤가량을 처리할 방법을 찾고 실행까지 마쳐야 한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담당자는 “2026년부터는 소각장을 지어 생활폐기물을 태운 다음 소각재만 매립해야 한다.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3개 시·도가 모두 직면한 과제”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선택은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750톤 규모(일평균 처리 용량)의 소각장 옆에 1000톤 규모의 소각장을 추가로 짓는 것이다. 이 부지는 폐기물 처리시설로 지정돼 있는 터라 폐기물 처리시설 등 기반시설을 지을 때 거쳐야 할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필요하지 않고, 시유지여서 별도의 토지 취득 절차도 필요 없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기물시설촉진법) 시행령상 소각장 간접 영향권 범위인 300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도 없다. 한마디로 신속하게 소각장을 지을 수 있는 공간이란 얘기다.
마포구 생각은 전혀 다르다. 마포구 기피시설티에프(TF)팀 담당자는 “은평 뉴타운이 들어설 때 인근에 소각장을 지었듯이 다른 지역도 대규모 택지개발 당시 소각장을 지었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소각장을 짓지 않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쓰레기 처리 문제를) 마포구에 떠넘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폐기물시설촉진법은 30만㎡ 이상인 공동주택단지나 택지를 개발할 때는 그 안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자체 처리할 시설을 설치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신속한 택지개발을 위해 이 법을 우회한 서울시가 이제 와서 마포구민에게 부담을 안기려 한다는 게 마포구 시각이다.
주민 반발이 거세자 서울시는 당근을 내민다. 상암동 소각장 부지 인근 주민에게 수영장, 놀이공간 등 주민편익시설을 지어주고, 약 1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주민 복리 증진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소각장 외관을 깔끔하게 단장해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럼에도 마포구민들은 반대 의사를 거둬들일 마음이 없어 보인다. 서울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주민설명회를 열려고 했으나 주민들 반대에 부딪혀 행사장 문도 열지 못했다.
전처리는 대안이 될 수 있나
마포구의 대안은 ‘전처리시설’ 확충이다. 소각 대상 폐기물 자체를 줄여 서울의 쓰레기 처리 여력을 키워보자는 것이다. 전처리시설은 생활폐기물을 소각·매립하기 전 종량제봉투 쓰레기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폐비닐, 폐플라스틱, 금속 등을 분리하는 시설이다. 강원 동해시에서는 2020년 9월부터 전처리시설을 가동해 2021년 전체 쓰레기 매립량을 전년도보다 40% 감량한 바 있다. 마포구는 지난달 11일 마포구 내 공동주택 53%, 일반주택 32%, 상가 15%에 해당하는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파봉해 성상 분석을 해보니 종량제봉투 내용물 중 64.3%가 소각이 불필요한 재활용품이었으며, 81가구 규모의 아파트에서 분리배출 홍보를 벌인 결과 그 전에 견줘 생활쓰레기 배출량이 56.6% 감소했다고 말한다.
최은하 마포구의원은 “1인가구 오피스텔, 상가 등에서 물이 줄줄 흐를 정도로 일회용품과 음식물이 혼합돼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소각장으로 못 들어오게 돼 있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버리는 사람이 책임지고 잘 버리는 것이다. 버릴 때 분리배출을 제대로 해서 정상적인 생활쓰레기만 추려내면 소각장으로 오는 쓰레기양은 크게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런 구상에 회의적이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전처리시설은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다. 종량제봉투에서 나오는 폐비닐 등은 오염으로 인해 재활용 품질이 떨어져 다시 소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앞서 2017∼2021년 서울시내 4개 소각장 폐기물의 성상 분석을 실시한 결과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의 함유량은 마포구 주장과 달리 18%에 그쳤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소각장을 지어 ‘쓰레기 대란’을 일단 해결한 뒤 전처리시설은 장기적 대안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은 “당장 2026년 직매립 금지 시한을 맞추기 위해서는 소각장을 짓지 않고 전처리시설로만 대체한다는 전략은 위험하다”면서도 “다만 전처리를 통해 선별된 폐비닐의 재활용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처리시설 확대는 필요하다. 소각장과 전처리시설을 병행 추진하고, 전처리시설의 효과가 나오면 기존 소각장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전처리시설로 소각장 문제를 해결할 순 없지만, 일정 규모를 갖추고 설비를 확충한다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전처리시설을 통해 종량제봉투에 담겨 나오는 쓰레기를 3분의 1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소각장보다는 작은 부지에서 할 수 있고, 태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악취만 해결하면 된다”고 했다.
20년 넘은 다른 소각장은 어쩌나
마포 소각장 갈등은 서울이 맞닥뜨릴 ‘쓰레기 대란’의 시작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울에 있는 소각장의 처리 용량은 양천(400톤), 노원(800톤), 강남(900톤), 마포(750톤)를 합쳐 하루 2850톤이지만, 실제 소각량은 전체 용량의 80% 수준인 하루 2274톤에 그친다. 모든 소각장은 1년에 40일 정도 가동을 멈추고(셧다운) 대정비를 한다. 시설이 노후화되면 대정비 기간 말고도 가동을 멈추는 날이 늘어난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시간이 갈수록 설비가 노후화돼 가동률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문제는 마포를 제외한 나머지 소각장 모두 사용 연한을 초과했다는 사실이다. 양천 소각장이 1996년, 노원이 1997년, 강남이 2001년에 건립된 것을 고려하면, 세 소각장 모두 가동을 시작한 지 21∼25년이 지났다. 환경부의 ‘폐기물처리시설 국고보조금 예산지원 및 통합업무 처리지침’을 보면 2005년 이전 가동된 소각장은 용량에 관계없이 사용 연한이 15년이다. 이후 가동된 경우 일 50톤 이하 규모는 15년, 나머지는 20년으로 정하고 있다. 지금 있는 마포 소각장은 새 소각장이 들어설 경우 2035년 철거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하루 750톤의 쓰레기를 처리할 곳이 추가로 필요해진다.
서울시는 양천·노원·강남의 기존 자원회수시설을 현대화해 처리 용량을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폐기물시설촉진법상 기존 시설의 30% 이내 규모로 증설할 경우에는 별도의 입지선정위원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마포와 마찬가지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변수다. 물론 마포 주민과의 갈등을 잘 풀어나간다면 추후 다른 지역 소각장 현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데도 좋은 참조점이 될 수 있다. 서울시 자원회수시설추진반 관계자는 “현재 가동 중인 서울시내 소각장은 현대화 타당성 용역을 진행 중에 있다”며 “내년 말에 용역 결과가 나오면 내용을 보고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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