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코리아 ‘제3의 공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 사이 페르소나 변화의 딜레마
디지털 혁신과 인간적 연결, 스타벅스 코리아의 도전
수 년 전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본사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 위치한 1호 매장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시애틀은 커피 원두 수입이 용이한 미국의 대표적인 항구로 비가 내리고 흐린 날씨가 많아 스타벅스 특유의 ‘편안함’과 ‘따뜻함’을 주는 ‘아늑한 카페’ 문화 형성에 안성맞춤인 도시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항구도시 문화는 이러한 기후적 특성과 어우러져 스타벅스의 ‘사람 중심’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을 기업의 핵심가치와 정체성으로 삼는 데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기업의 정체성은 사람의 인격과도 같다.
인격(Personality)은 단기간에 크게 변하지 않는다.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는 속담처럼 이에 공감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다 보면 때로는 주변 사람과의 관계나 상황에 따라 인격을 다르게 포장해야 할 때가 있다. 분석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이를 페르소나(Persona)로 설명한다. 인격 중 외부와 접촉할 때 드러나는 가장 외적인 부분을 고전 연극에서 배우가 사용하는 가면인 페르소나에 빗댄 것이다. 융은 사람들이 자신의 실제 모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면을 페르소나로 정의했다. 페르소나와 실제 모습 사이에는 항상 간극이 존재한다. 페르소나가 강할수록 ‘나 답지 않은 모습’을 느끼며 내면의 행복감은 줄어든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의 인격은 다면적이어서 실제로 특정 장소에서 사용하던 페르소나를 다른 장소에서 또 다른 페르소나로 바꿔 쓰지 않으면 오히려 실제 자신의 인격을 유지하기 어렵고 균형 잡힌 삶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기업에도 페르소나가 있다. 최근 스타벅스 코리아가 디지털과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전략을 전환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25년 5월 스타벅스 코리아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키오스크 도입을 공식 발표했다. 서울 명동의 2개 매장을 시작으로 제주 등 관광 상권지역 10개 매장에서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서비스 변화를 넘어 고객과 시장의 변화에 대응해 스타벅스 코리아가 ‘페르소나’를 바꾸려는 근본적 전략 수정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키오스크 도입과 리워드 프로그램 변경 등 일련의 전략 변화는 단기적인 재무 실적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집(제1공간)과 직장(제2공간)’ 외에 ‘제3의 공간’이라는 스타벅스 고유의 ‘퍼스낼리티’와 브랜드 가치 훼손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스타벅스는 창업자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 철학에 따라 단순한 커피 판매점을 넘어 고객과 직원 간의 따뜻한 상호작용과 공동체 의식을 중시하며 ‘상호 연결’과 ‘고객 경험’을 바탕으로 집과 직장 외에 ‘제3의 공간’이라는 독특한 브랜드 가치 구축에 성공했다. 특히 직원이 고객의 이름을 부르거나 닉네임을 사용하는 방식은 개인화된 서비스와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자리잡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국내 외국인 관광객과 MZ세대 증가 등 고객층 변화와 운영 효율성 증대라는 현실적 요구에 직면하면서 사업 지속 가능성과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변화 모색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2021년 매출액이 2조 3860억원에서 2024년 3조 1000억원으로 30% 이상 증가하는 등 외형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0%에서 4~6%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수익과 내실 다지기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스타벅스 코리아는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어 인건비와 매장 운영비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점포 수 기준으로 스타벅스는 200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국내 주요 경쟁자와 압도적인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점포 확장 이면에 숨어 있는 비용 부담을 해소하지 않으면 외형 성장만으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러한 수익성 악화 주요 원인으로 원두 로스팅을 포함한 간접 비용 상승과 인건비 부담 증가를 무시할 수 없다. 이에 스타벅스 코리아는 2024년 두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진동벨과 키오스크 도입을 확대하며 매장 운영을 오후 10시까지 연장하는 등 수익성 강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키오스크 도입은 단순한 기술변화 반영을 넘어서 국내 외식업계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키오스크 도입은 인건비와 운영 효율성을 높여 스타벅스의 영업이익률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언어 장벽 해소와 운영 효율성 제고 등의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의 ‘비전’과 ‘정체성’에 의문을 던진다. 사람과의 직접적 상호작용을 줄여 ‘따뜻하고 친근한’ 스타벅스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제3의 공간’으로서 문화적 브랜드 가치 핵심인 인간적 연결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더구나 6월부터 전면 개편 예정인 ‘스타벅스 리워드’ 프로그램은 실질적인 고객 혜택 축소로 받아들여지며 충성고객의 불만과 이탈이 우려되기도 한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수익성 중심 전략은 당장의 재무성과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포지셔닝을 장기적으로 약화시키고 ‘가격은 비싼데 혜택은 줄어든다’는 부정적 인식만 확산시킬 우려도 제기된다. 단기적 재무성과와 무형의 브랜드 가치 유지 전략의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정체성’을 잃으면 장기적으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키오스크 도입과 리워드 축소로 희석되는 ‘제3의 공간’의 브랜드 정체성은 ‘효율성과 디지털 편의성’이 결합된 ‘신개념’의 ‘인간적 소통 공간’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비용절감 차원을 넘어 변화하는 소비자의 ‘공간 체험’ 기대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2014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사이렌 오더’가 현재 주문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키오스크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편리한 소통’과 ‘개인화된 경험’으로 ‘제3의 공간’의 새로운 소통 채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키오스크 도입을 관광지나 트래픽이 많은 매장 중심으로 신중히 접근하는 것은 ‘정체성’ 훼손을 걱정하는 스타벅스 코리아의 전략적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언어 장벽이 있는 외국인 관광객과 리워드 회원의 30%에 달하는 20대 이하 고객층의 니즈를 반영해 운영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디지털 전환은 효율성 제고와 함께 고객 경험의 가치를 어떻게 정의하고 전달할 것인지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키오스크를 단순한 디지털 주문기기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고객 맞춤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계기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고객 구매정보를 바탕으로 선호 메뉴 추천과 실시간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외국인 대상의 지역 특화 상품 안내 등 ‘디지털 영업장’으로 구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 매출 증대와 고객 경험 심화를 동시에 이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고객 중심과 수익성 확보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지 그 해답은 키오스크 기계가 아니라 고객의 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새로운 페르소나’가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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