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BYD 차량 판매량이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지커까지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완성차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내생산촉진세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중국 완성차의 창의적인 편의사양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 개발 지원도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1~4월 국내 BYD 판매량은 5991대로 같은 기간 렉서스(4834대), 볼보(4733대), 아우디(4056대), 토요타(2982대) 등을 앞섰다. 모델별로 살펴보면 씨라이언7이 2705대로 가장 많았고 △돌핀 1533대 △아토3 1179대 △씰 574대 순이다. 전반적으로 가격 대비 상품성을 앞세운 전략이 BYD 전기차 판매 확대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KAIDA는 11일 현재 BYD 판매량만을 기준으로 중국차 판매 통계를 집계하고 있다. 올해부터 지커 판매량이 반영되면 국내 중국차 판매 규모는 2025년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는 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브랜드 갤러리’를 열고 ‘럭셔리’와 ‘테크놀로지’를 앞세운 전시공간을 꾸몄다. 연면적 915㎡ 규모의 내부에는 001 FR, 믹스, 9X, 009 그랜드 컬렉터스 에디션 등 차량 4종과 SEA 플랫폼 전시물 등이 배치됐다.

지커코리아 관계자는 “오픈 후 주말 동안 대치동 브랜드 갤러리 매장에 1500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소비자 관심이 컸다”며 “해당 공간은 30일까지 브랜드 갤러리로 운영된 후 일반 지커 매장으로 전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지리홀딩그룹 소속 프리미엄 브랜드인 지커는 국내 시장에서 우선 7X를 판매한 뒤 소비자 의견을 받아 추후 출시할 차종을 정할 방침이다. 대중적인 이미지를 앞세운 BYD와 달리 럭셔리를 강조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계획이다. 부분변경 모델로 판매될 7X의 판매 가격과 국내 출시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처럼 국내 시장에서 BYD와 지커를 중심으로 중국 전기차 영향력이 커지자 국내 완성차 업계는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는 만큼 국내 공장, 부품사, 배터리 업계 등에 세제 지원을 제공해 국내 생산 기반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성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정책기획실장은 8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미래차 산업전략 포럼에서 “국내 2만여 부품기업 중 95% 이상이 연매출 300억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으로 낮은 수익성과 거래처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사업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내생산촉진세제는 완성차 기업에 대한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협력업체를 포함한 산업 전반의 실질적 수요를 창출해 미래차 산업 생태계 전환을 견인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대차와 기아 등이 BYD 등 중국 전기차에 맞설 수 있는 편의사양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판매 가격이 2450만원부터 시작하는 BYD 돌핀은 10.1인치 디스플레이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중앙주행보조 등 ADAS 사양이 기본 적용된다. 반면 2795만원부터 시작하는 기아 레이 EV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선택할 수 없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시작 가격은 2787만원이지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선택하면 차량 가격은 2887만원으로 오른다.
현대차는 3월 17일 캐스퍼 일렉트릭의 고급감을 높인 ‘캐스퍼 일렉트릭 라운지’를 출시했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최고급 트림 명칭을 ‘라운지’로 정하고 동급 차량 중 유일하게 천연가죽시트를 적용하는 등 중국차와 차별화된 상품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49㎾h 용량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탑재된 캐스퍼 일렉트릭 라운지의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295㎞로, 60㎾h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된 돌핀 액티브의 주행거리 354㎞보다 짧다.
업계에서는 국내생산촉진세제가 국내 전기차 생태계 보호를 위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격·주행거리·ADAS·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전기차의 국내 시장 확대를 견제하려면 세제 지원뿐 아니라 상품성 전반에서 국내 완성차의 대응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미다.
조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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