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9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6평짜리 오피스텔 원룸이 보증금 1000만원, 월세 87만원이다. 이 주택은 2021년 지은 신축으로 주차비와 관리비를 합하면 총주거비용이 100만원으로 예상됐다.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단독주택 6평짜리 원룸 월세 매물이 보증금 1000만원에 80만원에 나왔다. 이 주택은 2013년 지어 11년이 된 주택이다. 이 일대 신축 오피스텔이나 원룸은 월세가 120만원을 훌쩍 넘겼다. 관리비는 10만원으로 총 주거비가 90만원으로 예상됐다.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대학생뿐만 아닌 사회초년생 직장인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지역이어서 가격을 올려도 공실이 드물다”고 했다.
최근 서울의 비아파트 월세가 폭등하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전세를 기피하는 수요자들이 아파트로 이동하거나 빌라 월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빌라 월세화가 진행되면서 서울 평균 소형 빌라 보증금이 1억원을 돌파했다. 올 한해 정부가 전세사기를 예방한다며 매입임대 주택을 늘리고, 빌라 시장에 전세보증 가입자격 기준을 강화했지만 역효과만 나타면서 비아파트 전세 시장이 무정부 상태에 빠졌단 지적이 나온다. 그 여파로 월세가 더 폭등할 것이란 관측이다.
■ 전세사기 여파로 월세화 가속…서울 빌라 월세 보증금 1억원 돌파
다방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서울의 연립·다세대 원룸(전용면적33㎡ 이하)의 원룸 보증금 1000만원 기준 평균 월세가 84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59만원에서 무려 25만원(42%)상승했다.
구별로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월세는 용산구가 139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중구(115만원), 강남구(113만원), 서초구(110만원) 순으로 높았으며 노원구가 57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월세 상승세에는 전세사기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전세 거래가 월세로 옮겨붙으면서 지난달 서울 빌라 평균 월세 보증금은 1억원을 돌파했다. 11월 기준, 서울 월세 보증금은 평균 1억530만원으로 전월 9650만원 대비 9.1%(880만원), 1월 7585만원 대비 38.8%(2945만원) 상승했다.
빌라 거래량을 살펴봐도 전세보다 월세가 훨씬 늘었다. 올해 1~11월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의 월세 거래는 총 6만6194건으로 작년 동기(6만125건)보다 10.1% 증가했다. 전세거래는 5만760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6408건)보다 13.3% 감소했다.
■ “서울시민 절반은 빌라 사는데”…빌라 전세시장 ‘무정부 상태’
이 같이 빌라의 월세가 급격히 오른 것은 비아파트 전세 시장이 급속도로 초토화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린 이후 정부가 제대로된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빌라 전세시장이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올해 전세사기특별법을 통과시켜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정부가 직접 빌라를 사들여 저렴한 임대를 놓는 매입임대사업을 12만가구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세사기 근본적 처방인 ‘전세권 설정등기’ 등의 대안은 빠졌고, 매입임대사업은 까다로운 조건 탓에 여전히 계약까지 이뤄지는 실적이 잘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또다른 조치로 내놓은 빌라 전세보증 ‘공시가격 126%’은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나 세입자의 월세화를 부추겼단 지적도 나온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서울살이를 하는 시민의 절반은 빌라에 산다”며 “그러나 시장에 팽배한 전세 기피 현상을 해결할 정부의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고 각종 규제로 빌라의 공급과 착공이 동시에 줄고 있어 빌라의 월세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전망”이라고 했다.
글=김리영 땅집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