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직장인들 대상 강연을 하다 보면 실생활에 적용해 본 사례, 혹은 대입해 볼 사례가 있는지 질문을 받는다.
NBA 선수들과 우리가 버는 연봉의 단가는 빅터 웸반야마와 나의 신장만큼이나 차이가 크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의 기본 원칙이 어찌 다를 수 있겠는가. 대입하고자 하면 찾을 사례는 상당히 많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경기 중계를 준비하다 오랜만에 눈에 들어온 선수가 있다. 본즈 하이랜드(Bones Hyland)다.
하이랜드는 스웨그가 있는 선수였다. 남다른 리듬으로 경기를 풀어 갔고, 거기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했다. 실제로 그가 롤모델로 삼은 선수는 앤드원(AND 1) 믹스테이프로 유명해진 핫 소스(Hot Sauce)였는데, 화려한 플레이 덕분에 2000년대 초반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때는 나이키의 아성에 도전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이랜드는 핫 소스의 움직임을 거울을 보며 따라 했던 선수였다. 정형화되지 않아 위력적이었지만, 그래서 감독들의 시스템에는 종종 맞지 않았다.
이는 NBA에서도 종종 이슈가 됐다.
코비 브라이언트부터 앤써니 에드워즈까지. 수많은 스코어러들은 기본기와 창의성이 기반이 된 능력으로 리그를 지배해 왔지만, 하이랜드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녹아들 수 있는가, 안정적인가, 그리고 동료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는가에 있다.
하이랜드는 신인 시절 그 가능성을 보였다.
2021년 드래프트 26순위로 다소 지명 순위는 늦었지만, 벤치에서 폭발적인 득점력과 재간 있는 플레이를 보이며 선배들과 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재능은 주목을 받을 수 있지만, 출전 시간까지 얻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하이랜드는 루키 시즌 첫 4경기 중 3경기에서 ‘DNP’ 처리가 됐다. 감독이 그냥 앉혀 뒀다는 의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출전 시간이 늘더니 플레이오프에서도 자리를 꿰찼다. 마이클 말론 감독도 하이랜드를 올-루키 팀에 오를 자격이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그는 올-루키 세컨드 팀에 선정됐다. 루키 시즌 성적은 10.1득점, 2.8어시스트였다.
이쯤 되면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만했다. 덴버 현지 언론도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2년 차였던 2022-2023시즌, 하이랜드의 입지는 드라마틱하게 달라진다. 그리고는 LA 클리퍼스로 트레이드됐다. 출전 시간도 늘고 평균 기록도 올랐는데, 로테이션에서 배제된 이유는 무엇일까.
말론 감독은 하이랜드가 팀에 더 녹아들길 바랐다. 자신의 득점력이 강점이라고 해도 덴버는 어디까지나 니콜라 요키치의 팀이며, 마이클 포터 주니어와 저말 머레이 등 일찌감치 스타 반열에 올라선 선수들이 있었다. 게다가 말론 감독은 수비도 중요시한다. 하이랜드가 더 많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득점 외에 다른 걸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야 했다. 아니, 최소한 그런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약점이 노출되고, 원하던 플레이가 되지 않자 말론 감독은 그의 시간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하이랜드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했고, 벤치를 박차고 나갔다.
하이랜드는 이후 4경기 동안 1분도 뛰지 못한 채 벤치를 지켰다. 마이클 말론 감독은 “전술보다 중요한 건 선수와의 관계”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단장이었던 캘빈 부스 단장은 그를 황급히 트레이드했다. LA 클리퍼스로 그를 보내면서 받은 것은 고작 2라운드 지명권 2장이었다.
클리퍼스에서 하이랜드는 루키 시즌의 영민함을 재현하지 못했다. 클리퍼스도 베테랑의 팀이었다. 카와이 레너드, 제임스 하든, 폴 조지, 러셀 웨스트브룩 등 온볼 플레이어들이 득실거렸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만의 것으로 NBA에서 위상을 얻은 선수들이었다.
하이랜드의 출전 시간과 비중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는 루키 시즌처럼 자신만의 것을 보여 주고 신뢰를 얻고자 했지만, 그 시도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나는 지난 2시즌간 클리퍼스를 전담으로 중계하는 ‘클리퍼 비전’의 크루로 일했는데, 하이랜드가 코트에 나설 때마다 급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야투 성공률도 40%가 채 되지 않았다.
결국 클리퍼스에서도 2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트레이드 기간 중 애틀랜타로 트레이드됐고, 애틀랜타는 바로 다음 날 그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미네소타는 바로 다음 행선지였다. 2025년 2월 27일, 미네소타는 최저 연봉에 하이랜드를 받아들였고, 그는 4경기에서 1.3득점, 0.3리바운드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올 시즌의 하이랜드는 루키 시즌의 그 영민함을 다시 보이고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기회가 올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생긴 것 같다. 언론에서는 이를 ‘겸손이 만든 부활’이라 말한다.
하이랜드는 이제 겨우 25살이다. 짧은 시간 동안 여러 팀을 전전했고, 큰 스포트라이트를 얻은 뒤 다시 12번째, 13번째 선수 신세가 되는 아픔도 경험했다. 다시 마음을 다잡은 하이랜드는 ‘매일 1%씩 나아지겠다’는 각오로 다시 코트에 나섰다.
얼마 전 열린 새크라멘토 킹스전에서 그는 18득점, 5어시스트로 활약하며 크리스 핀치 감독의 만족감을 끌어냈다. 가뜩이나 벤치 자원이 약하고, 앤써니 에드워즈의 부담을 덜 백코트 자원이 부족한 미네소타에게는 소중한 활약이었다.
하이랜드는 같은 신세가 될 위기에 처한 롭 딜링햄(2024년 1라운드 8순위)의 멘토를 자처하고 있다. 딜링햄 역시 많은 기대를 받고 있지만, 꾸준함이 결여된 탓에 아직 핀치 감독으로부터 수시로 불려 가고 출전 시간도 흔들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출전 시간을 놓고 경쟁하게 된 처지이지만, 하이랜드는 딜링햄이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것을 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선수는 감독이 출전 시간을 줄이면 군말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건 아니다. 언론도 말론 감독이나 부스 단장이 지나치게 강경했다고 지적했다. 너무 서둘러 ‘처분’하려다 보니 선수의 가치도 깎아먹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덴버의 트레이드에 대한 당시 매체들의 성적표는 ‘D’ 혹은 ‘F’였다.
중요한 건 소통이었다. 하이랜드는 자신의 입장 표명이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자신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좌절감을 잘못 표출했던 것이다. NBA는 수백 개의 매체가 소식통 역할을 하는 리그다. 그런 표출 방식은 스스로에 대한 이미지만 깎아먹는다. 하이랜드가 이미 그걸 깨달았을 때는 클리퍼스에서 입지가 좁아질 대로 좁아진 뒤였다.
시간이 지나, 지금 미네소타에서 그는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있다. 만일 덴버에서 주어진 역할대로 성장했다면, 그 역시 가뜩이나 골치아픈 덴버의 샐러리캡 계산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충분히 연장 계약 대상이 될 장점이 있는 선수였다는 얘기다.
12월 15일 새크라멘토전(36분간 18득점), 12월 18일 멤피스 그리즐리스 전(34분간 12득점)에서 그는 이를 다시 보여주었다. 앤써니 에드워즈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다시 출전 시간은 줄겠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프로 조직이 가장 신성시 여기면서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두 가지 말.
“1분, 1초를 뛰더라도 언제나 준비된 상태로 기다릴 수 있는 선수”
”늘 소통하며 발전할 수 있는 선수”
이 두 가지를 잘 유지한다면 하이랜드는 다시 그가 원했던 스포트라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 25살이다.

😎 TMI
본즈 하이랜드는 Nah'Shon Hyland라는 본명이 있지만, 어릴 때부터 'Bones'라 불려왔다. 어릴 때부터 굉장히 마른 체형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붙은 별명이라고 한다. 우리가 마른 친구들을 '멸치'라고 부르는 거와 비슷한 셈이다. 그러나 하이랜드 본인은 이게 하나의 캐릭터 같다는 생각에 크게 거부감없이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그가 동경했던 '핫소스'처럼 말이다.
👍 TMI 2
덴버와는 안 좋게 헤어졌지만 여전히 선수들과는 가깝게 지내며 구단에 대해서도 좋은 말만 하고 있다. 트레이드가 본인에게는 감사한 기회를 주었다고 돌아봤으며, 당시 실패 요인으로 본인이 직접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를 꼽기도 했다.
글 - 손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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