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은행이 기후 리스크를 자본관리 체계에 편입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사업활동 설명에서 나아가 자본비율과 위험가중자산(RWA)에 미치는 영향까지 연결해 관리하는 구조다. 이에 신한은행이 기후를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니라 자본운용의 변수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4일 신한은행은 기후 리스크를 정책 유지, 지연된 이행, 2050 탄소중립 등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했다. 기업 차주 8만1000여곳을 대상으로 신용등급 변화와 RWA, 예상손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에 대한 영향을 추정했으며, 기후변화가 재무제표에 미치는 효과를 수치로 반영했다.
특히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신용 RWA가 64조6000억원에서 72조1000억원으로 7조5000억원 증가한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15.79%에서 15.45%로 0.34%p 낮아진다.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3.06%에서 12.77%로 떨어진다. 예상 손실은 1조4000억원에서 2조2000억원으로 8000억원 늘어난다.
신한은행은 이 같은 변화를 리스크로만 두지 않고 관리 대상에 포함했다. 시나리오별 자본 수준을 설정하고 RWA 증가의 영향을 사전에 반영해 자본확충과 자산관리 방안을 함께 검토하는 방식이다. 신한은행은 기후변수에 대응하는 자본관리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기후 리스크 및 기회를 재무적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위한 핵심 관리지표로 삼고 내부탄소가격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내부탄소가격제는 탄소 사용과 관련해 자체적인 내부 가격을 설정하고 이를 투자 결정에 반영하는 제도다.
스코프1·2에는 t당 약 17만원을 적용한다. 스코프3 금융배출량에는 시나리오에 따라 최소 1만7272원에서 최대 185만2656원을 반영한다. 탄소배출을 비용으로 환산해 여신과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구조다. 스코프는 기후 관련 지표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범주별로 분류하는 개념이다.
금융배출량 그래프도 신한은행의 관리 방향을 보여준다. 신한은행의 금융배출량은 2022년 4469만107tCO2eq에서 2025년 4328만169tCO2eq로 줄었다. tCO2eq는 메탄이나 아산화질소 등 여러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한 단위다. 이에 같은 기간 금융배출량을 산출하는 자산 규모는 확대됐지만 배출량은 낮아졌다.
집약도 하락은 더 뚜렷하다. 금융배출량 집약도는 2023년 20.93tCO2eq/억원에서 2025년 16.80tCO2eq/억원으로 내려갔다. 자산 1억원당 발생하는 탄소부담이 줄었다는 의미다. 이는 신한은행이 기후 리스크를 총량관리로만 보지 않고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효율을 함께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흐름은 향후 감축 목표와 연결된다. 신한은행은 금융배출량과 집약도를 지속적으로 낮추기 위해 고탄소 업종의 익스포저를 세분화하고 여신·투자 의사결정에 탄소 비용을 반영한다. 기후 리스크가 커지면 RWA와 예상손실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금융배출량 감축은 ESG 성과를 넘어 자본관리의 선행지표가 된다.
신한은행은 친환경금융 확대도 병행한다. 친환경금융 합계는 2022년 2조5180억원에서 지난해 4조46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친환경대출은 3조6400억원으로 2022년(2조2300억원)과 비교하면 63.2% 늘었다.
금융권에서는 기후 리스크 관리가 자본효율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고탄소 업종의 비중이 높을수록 RWA와 예상손실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시나리오별 자본관리 기준을 정교화해 기후변수 대응 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ESG는 지속적인 신뢰 확보와 장기적인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핵심 요소"라며 "앞으로도 고객과 사회, 환경이 함께 성장하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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