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 자녀의 여름방학

맞벌이 부부에게 아이의 방학은 큰 걱정인데요. 학교 돌봄과 ‘학원 뺑뺑이’라는 대안이 있지만 그럴 경우 아이에게 방학다운 방학은 없어져 마음이 짠해집니다. 유연근무제로 ‘진짜’ 여름방학을 보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정책주간지 'K-공감'에서 확인하세요.


맞벌이 부부에게 무서운 방학
이젠 행복한 방학이 됐어요

김성하 씨는 “방학은 아이들이 혼자 학원에 가는 기간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소통하고 체험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했다
유연근무로 방학 중 자녀 돌봄 해결!

“두 아들이 여름방학만 기다렸어요”

강원테크노파크 반도체육성팀 김성하 부장의 두 아들은 이번 여름방학을 손꼽아 기다려왔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첫째는 하반기 바둑대회 출전을 앞두고 맹연습에 돌입했습니다. 이미 지난 5월 춘천시바둑협회가 주관한 바둑대회에서 한 차례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태권도 1품인 초등학교 2학년 둘째는 발차기를 마스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최근 ‘스피드발차기 대회’ 수상 경험이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취미활동을 하기에 방학만한 때가 없다”면서 신이 났습니다. 김 부장은 “방학은 아이들이 혼자 학원에 가는 기간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소통하고 체험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면서 “특히 이번 방학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해보겠다는 다짐을 옆에서 응원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모두 유연근무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강원테크노파크의 유연근무제는 시차출퇴근형과 근무시간선택형으로 나뉩니다. 출퇴근 시간을 30분 단위로 조정 가능하고 필수 근무시간대 지정으로 주중 근무시간 총량에 맞춰 일별로 유연하게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는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큽니다. 특히 방학 때는 일정을 아무리 잘 설계해도 불확실한 시간이 있습니다. 가령 학교 돌봄에 나이 제한이 있거나 혹은 돌봄센터와의 거리 문제 등으로 이동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처럼요. 그럴 때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주는 것이 직장에서의 유연근무제입니다.”

김 부장은 유연근무제로 무엇보다 아이들이 행복한 방학을 보낼 수 있게 됐다면서 “유연근무제가 없는 조직이 있다면 도입을 적극 권장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윤경 씨는 “유연근무제가 없었다면 승진도 육아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유연근무 없었다면 승진도 육아도 불가능”

금융회사에 재직 중인 이윤경 씨는 지난 5월 관리자급으로 승진해 매일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씨는 회사에서 약 스무 명의 팀원을 이끄는 부지점장이면서 집에서는 만5세, 4세 연년생 남매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사내에서 ‘갓생맘’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는 “유연근무가 없었다면 승진도 육아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승진 당시 과연 내가 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유연근무로 주 3일은 출근시간을 두 시간 늦출 수 있었어요. 물론 유연근무라고 해서 회사가 일을 덜 주는 것은 아닙니다. ‘육퇴(육아퇴근)’ 후 팀원들과 줌미팅을 하고 주말을 이용해 남은 업무 처리를 해야 하지만 평일 오전 시간은 아이들을 위해 쓸 수 있다는 게 커다란 이점이죠.”

맞벌이인 이 씨는 남편과 번갈아가면서 유치원생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하원은 정부 지원의 아이돌봄 서비스로 해결합니다. “유연근무와 아이돌봄으로 일과 가정이 양립 중”이라는 이 씨는 “7월말 예정돼 있는 1주일간의 유치원 방학 때는 아이들의 조부모와 함께 어린이 뮤지컬을 보고 물놀이도 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정우(가명) 씨는 “아내와 일주일에 이틀씩 번갈아가면서 재택을 해서 아이 방학 기간도 안심”이라고 했다. 사진 본인 제공
“주 2회 재택근무, 아내 얼굴에 웃음꽃”

중견 정보기술(IT)기업의 디자이너인 문정우(가명) 씨는 고등학교 1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뒀습니다. 문 씨는 “일 년에 두 번, 아이들의 방학은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지만 우리 부부는 코로나19 이후 본격 도입된 재택(원격)근무로 그 부담을 덜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재택근무 덕에 아이들 아침까지 직접 차려줍니다.

“아이들 밥 챙겨주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출근 완료입니다. 콩나물시루 같은 대중교통 속 고통 없이 오전 근무를 마치면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점심식사도 할 수 있어요. 사무실이었다면 나른한 오후 커피타임, 회의실 이동 등으로 불필요하게 버려지는 시간도 재택근무에서는 없습니다. 일주일에 이틀은 자유로운 재택이 가능한데 아내와 번갈아 한다면 방학에도 안심이죠. 아내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어요.”

업무가 빨리 끝나는 날엔 저녁을 먹기 전 집 앞에서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칩니다. 배구에 푹 빠진 둘째와는 토스 연습도 합니다. 간식 시간엔 쿠키나 핫케이크를 함께 굽고 저녁 후에는 애니메이션 시청도 같이합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며칠간 시골에 있는 할머니댁에도 다녀올 계획입니다. 문 씨는 “곤충 채집을 하고 개울에서 작은 물고기도 잡을 것”이라면서 “기회가 되면 아이들과 밤낚시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육아기 자녀를 둔 모든 부모가 눈치 보지 않고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면서 “육아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출산·육아 장려를 위한 국가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보호자의 관심이 필요한 나이라고 생각해요. 맞벌이 가정이 많기 때문에 방과 후 수업이나 돌봄 프로그램의 커리큘럼을 고학년 아이들에게도 구성해주면 어떨까요? 동아리 같은 취미활동을 장려하고 활성화해 성과가 있는 경우 대입이나 개인 진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육아 걱정 덜었더니 업무 효율성 증가

문 씨는 고용노동부가 7월 11일 발표한 ‘방학기간 유연근무 활용 경험 공유 이벤트’ 최우수 사례자입니다. 고용부는 방학을 앞두고 유연근무를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공모에는 총 170명이 참여했습니다. 맞벌이 가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방학 때 육아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했습니다. “방학만 되면 육아 때문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이 혼자 집에 두고 밥 차려 놓을 테니 먹으라고 하기는 날도 덥고 위험해 보인다”, “하루 종일 지루해하지 않을까 걱정이고 저녁에 집에 오면 TV와 게임에만 빠져 있어 마음이 무거웠다”는 의견들이 쏟아졌습니다.

사례에는 이 같은 걱정을 유연근무를 통해 극복한 다양한 경험담이 나왔습니다. 유연근무로 육아 걱정을 덜어 업무 집중도와 효율성이 증가했고 아이들과의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가족 간 관계도 크게 개선됐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유연근무가 도입되지 않은 회사에서는 출근시간 조정, 재택근무 일주일 등 다자녀 직원을 배려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네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한 사례자는 “남편과 엄마의 도움이 있었지만 가장 큰 힘이 됐던 건 유연근무”라면서 “유연근무가 없었다면 경력단절로 힘들게 얻은 직장을 또 다시 그만두게 됐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작은 직장이라 인력이 부족해 유연근무는 생각도 못했는데 회사에서 방학 때는 재택근무를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먼저 제안해줬다”는 사례자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방치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 인사팀과 상의한 끝에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오전에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다”는 사례처럼 회사에 적극적으로 사정을 피력한 경우도 있습니다.

두 아들을 둔 워킹맘은 “방학 중 아이들은 집에서 삼시 세끼를 먹어야 하는데 오전만이라도 재택근무가 가능하면 아침, 점심을 챙겨줄 수 있고 퇴근 후에는 남편과 육아를 분담할 수 있으니 걱정이 해결된다”고 밝혔습니다.

유연근무 도입 시 인센티브 제공

초저출생 위기 속 일·육아 병행이 중대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편도인 고용부 고용지원정책관은 “방학 시즌 일하는 부모들이 눈치 보지 않고 유연근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에서 적극 지원해주기를 당부한다”면서 “정부도 장려금·인프라·컨설팅 지원 등을 통해 유연근무가 확산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일·육아 병행 지원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올해부터 ‘대한민국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을 선정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근로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적극 지원하는 기업들에 금리우대, 근로감독 면제 등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내용입니다. 7월 17일 고용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진행한다고 밝힌 이 사업은 종전 ‘근무혁신 우수기업’을 확대 개편한 것입니다. 중소·중견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던 것을 이제는 전 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합니다. 선정지표에는 유연근무 도입 여부와 활용률, 주당 평균 근로시간, 연차휴가 사용률, 육아휴직 사용률, 근로시간 단축 및 초과근무 감축 노력, 휴가 사용 촉진 노력 등이 포함됩니다.

앞서 6월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남성의 육아참여를 늘리기 위한 육아기 유연근무제 강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유연근무 확산을 위해 유연근무 운영모델을 개발하고 확산하며 실제로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30만 원을 1년간 지급하는 장려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또 육아기 근로자가 유연근무제 사용을 신청하면 사업주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시행

병원서 출생 자동 등록… “국가가 모든 아동 보호”

정부는 아이가 행복한 나라를 위해 7월 19일부터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2023년 6월 발생한 수원 영아 사망사건과 같은 아동의 출생 등록 누락 사례를 막고 국가가 모든 아동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동의 출생이 자동으로 등록되는 제도입니다.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과 생모의 성명, 출생 연월일시 등 정보를 출생 후 14일 안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통보하고 심평원은 다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합니다. 2021년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출생아의 99.8%가 의료기관에서 출생합니다. 출생통보제를 통해 대부분의 출생아를 공적체계에 자동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각지대는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을 밝히기 꺼리는 ‘위기임산부’가 의료기관 밖에서 아동을 출산한 뒤 유기할 수 있어서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보호출산제’도 함께 시행합니다. 보호출산제는 아이를 키우기 힘든 임산부의 익명 출산을 돕는 제도입니다. 경제·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임산부가 의료기관에서 가명과 관리번호(주민등록번호 대체 번호)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하고 출생 통보까지 할 수 있게 합니다.

임산부는 보호출산을 신청하기 전 반드시 관련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신청 후에도 상담을 통해 보호출산 절차와 친권 상실 등 법적 효력, 자녀의 권리 등에 대해 숙지해야 합니다. 이 제도가 ‘최후의 수단’으로 쓰여야 하는 만큼 정부는 임산부가 직접 양육을 선택할 수 있게 전국 17개 시·도에 위기임산부 상담기관 16개를 설치해 맞춤형 상담을 제공합니다. 동시에 상담전화(1308)도 마련했습니다. 24시간 상담이 가능합니다. 상담자의 가족이나 생부와의 관계에 대한 상담, 정신과 등 의료 지원, 임산부의 상황에 따른 생계·주거·고용·교육·법률 지원 등 다른 서비스와도 연계돼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 놓인 임산부라면 긴급 출동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출생통보제 도입은 모든 아동의 출생 등록 권리를 보장하고 공적체계에서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걸음”이라면서 “모든 아동이 건강하게 자라나 사회 구성원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제도를 계속 보완해나가겠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