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보베르데 이어 콩고민주공화국까지, 월드컵 ‘낯선 손님’들의 반란이 이어진다

심진용 기자 2026. 6. 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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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 콩고민주공화국 선수들이 18일 열린 조별리그 첫 경기 포르투갈전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축구 변방국들이 세계 최고 무대 월드컵에서 우승후보들을 상대로 연이어 놀라운 이변을 만들어냈다.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랭킹 46위 콩고민주공화국이 포르투갈을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인구 50만 명의 소국 카보베르데는 ‘무적함대’ 스페인과 대결에서 0-0으로 마지막까지 버텨냈다. 콩고민주공화국도, 카보베르데도 역사적인 월드컵 첫 승점을 따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18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K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포르투갈과 1-1로 비겼다. 전반 6분 선제골을 내줬지만, 하프타임 직전 요안 위사가 정확한 헤더로 조국의 월드컵 첫 골을 만들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마지막까지 1-1 스코어를 지켜내며 월드컵 첫 승점을 올렸다.

그저 운 좋은 무승부가 아니었다. 점유율은 크게 밀렸지만 기대득점은 오히려 앞섰다. 8차례 슈팅과 2차례 유효슈팅으로 모두 포르투갈보다 하나씩 더 기록했다. 콩고민주공화국 수비진은 화려한 포르투갈 공격수들을 단단히 묶었다. 디에슬레틱은 “경기 막판으로 향할수록 콩고민주공화국이 모든 면에서 더 효율적으로 보였다. 포르투갈은 공을 잡을 때마다 무기력한 공격으로 일관했고, 눈에 띄게 좌절감을 드러냈다”고 적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월드컵 진출을 위해 52년을 기다렸다. 자이르라는 이름으로 나갔던 1974년 대회 이후 단 한 차례도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1974 서독 월드컵 당시 자이르는 조별리그 세 경기 득점 없이 14실점으로 대회를 마쳤다.

콩고민주공화국 현지 팬들이 월드컵 대표팀의 포르투갈전을 지켜보며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반세기만의 이번 월드컵도 험난했다. 대회 한 달을 앞두고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에볼라가 발병했고 빠르게 확산했다. 월드컵 대표팀 선수단은 격리 조치 속 예정했던 평가전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고난에 당당하게 대처했다. 골키퍼 리오넬 음파시는 “콩고민주공화국 모든 사람이 52년 동안 월드컵을 기다렸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는 그저 숫자를 채우러 온 게 아니다. 당당히 싸우기 위해, 함께 서기 위해, 그리고 전 세계 모든 콩고민주공화국 사람을 자랑스럽게 대표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카보베르데가 그에 앞서 전한 감동도 절대 모자라지 않았다. 16일 조별리그 경기에서 카보베르데는 우승후보 1순위 스페인과 0-0과 비기며 월드컵 첫 출전, 첫 대회부터 승점 1점을 올렸다. 스페인의 일방적인 공격이 90분 내내 계속됐지만 카보베르데 11명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27차례나 슈팅을 때린 스페인의 맹공을 막아낸 골키퍼 보지냐는 일약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영국 가디언은 “카보베르데는 ‘월드컵은 너희가 있을 곳이 아니다’는 말을 들어왔지만 아니었다. 저항과 반란의 90분이 시작됐고, 그 끝에는 엄청난 보상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카보베르데의 무승부에 찬사를 보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참가국은 모두 48개국이다. 예년의 32개국에서 크게 늘어났다. 과거 보지 못했던 나라들이 등장하면서 ‘경기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불만이 성급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콩고민주공화국, 카보베르데와 같은 ‘낯선 손님’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존재 이유를 이미 증명하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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