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맛집 직접 섭외... ‘고독한 미식가’ 부산서 영화감독 데뷔
부산국제영화제서 첫 영화 공개
‘고로상’은 레드카펫 앞에서도 배가 고파졌다. 2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찾은 ‘고독한 미식가’의 주연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61)는 말린 낫토(콩 발효 식품)를 오물오물 먹으면서 입장해 환호를 받았다. ‘고독한 미식가’는 2012년부터 시작해 시즌 10까지 이어진 일본의 장수 드라마.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 역을 맡아 애칭 ‘고로상’으로 불리는 마쓰시게는 극장판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의 감독 겸 주연으로 부산을 찾았다.
다음 날 기자회견도 먹는 이야기로 시작됐다. 어제저녁 메뉴를 묻자 마쓰시게는 “1년 전, 한국에서 촬영할 때 갔던 곱창집을 다시 찾았다”고 했다. “해운대에서 30분 정도 거리의 식당인데, 들어가면 아주머니 네 명이 곱창을 열심히 볶고 계십니다. 고향에 돌아온 듯한 기분으로 그 가게를 세 번째 방문했어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에서 고로는 죽기 전에 어릴 적 먹었던 음식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는 한 노인의 부탁을 받고, 정체 모를 요리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국물의 레시피를 알아내기 위해 프랑스에서 시작해 한국, 일본까지 이르는 긴 여정을 담았다. 재료를 구하려던 고로가 태풍에 휩쓸려 한국의 섬에 불시착하면서 경남 거제 일대도 작품의 주요 무대가 됐다. 배우 유재명도 불법 입국한 고로를 찾으러 온 법무부 직원으로 깜짝 출연한다. 영화는 일본에선 내년 1월, 국내에선 내년 3월 개봉 예정이다.
마쓰시게는 “후쿠오카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어릴 때부터 한국 라디오방송을 들었고, 한국이 늘 가깝게 느껴졌다”고 했다. “처음 부산에 왔을 때 기후나 식재료는 일본과 비슷한데 음식의 맛은 완전히 달라서 충격을 받았었죠.” 그는 “음식과 드라마를 매개로 두 나라가 이어질 수 있다면 한·일 관계도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번 영화는 마쓰시게의 첫 장편 연출작. 연출과 각본까지 맡아 음식 전문가와 함께 한국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직접 음식점을 섭외했다. 영화 속 고로가 한국에서 맛본 음식은 닭 보쌈과 황태 해장국. 뜨끈한 국물을 들이켜곤 “이걸 평소에 먹는 한국인들이 부럽군”이라며 입맛을 다시고, 밑반찬을 보며 “한국엔 반찬 군단이 믿음직스럽지” 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고독한 미식가’ 극장판 연출을 맡아달라고 봉준호 감독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일정이 맞지 않아서 어렵지만, 완성되길 기대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봉 감독님이 기다리고 있다니 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싶었죠(웃음).” 그는 “사실 일본 드라마 제작 환경이 좋지 않아 인재들이 떠나가고 있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직접 감독을 맡아 스태프를 키우는 것도 재밌는 도전이 될 것 같았다”고 했다.
12년 전,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아저씨가 밥을 먹을 뿐인 드라마가 뭐가 재밌을까” 싶었다. 동네에 하나쯤 있을 법한 소박한 식당들과 한 끼를 먹더라도 행복하게 공복을 채우려는 평범한 직장인의 ‘먹방’으로 일본은 물론 한국·대만·중국까지 사로잡았다. “아마 기존 드라마에 질려 있던 분들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드라마에 색다른 매력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마지만 실제 식당을 방문해 가게 주인이 만들어준 음식을 먹는다. 마쓰시게는 “절반은 드라마, 절반은 다큐멘터리”라고 강조했다. “먹는 순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찍어요. 스태프에게도 한 번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말하죠.” 맛집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엔 “비밀”이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지금 도쿄에서 새 시즌을 촬영 중인데 한번 방송이 나가면 저도 예약할 수 없기 때문에, 방송 전에 아내와 몰래 다녀올 생각입니다.”
고독해 보이지만 실은 고독하지 않은 게 시리즈의 매력이다. 마쓰시게는 “고로는 혼자 먹긴 하지만 다른 사람의 메뉴를 엿보기도 하고,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관찰하기도 한다”고 했다. “다들 ‘혼밥’을 충분히 즐긴 다음에 가족과 친구에게 ‘맛집을 찾았다. 다음에 같이 가자’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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