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사 부동산업 현황] ③ 현금 필요한 롯데쇼핑, 리츠 활용해 유동화 꾀할까

오프라인 유통업은 부동산업과 직결됩니다. 부동산 위기, 유통기업들의 부동산 사업 현황을 살펴봅니다

롯데쇼핑 로고. (사진=롯데쇼핑)

롯데쇼핑이 보유 중인 부동산을 매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스폰서형 리츠인 롯데리츠를 활용해 자산 유동화를 꾀할 지 주목된다. 재무부담이 악화한 롯데쇼핑으로선 목돈 마련이 시급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딜(deal)조차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테일 자산이 활용도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매수자와 롯데쇼핑간 가격 협상도 난항을 겪는 탓이다. 이에 지난 2019년과 2021년에 걸쳐 이미 보유 자산을 리츠에 매각한 바 있는 롯데쇼핑이 다시 한번 현금을 확보하고 보유 자산의 감정가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롯데리츠를 활용할 수 있단 분석이다.

1일 부동산 투자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해 하반기 NAI코리아를 매각자문사로 선정하고, 백화점과 마트의 유휴 자산을 시장에 내놨지만 아직 딜 클로징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롯데쇼핑은 지난해 10월까지 거래를 마무리해 빠른 유동화를 추진하려했으나, 리테일 성격의 자산들은 상업용 오피스와 비교해 그 활용도와 가치 상승이 제한적인 탓에 매수자 모집이 이뤄지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관계자는 “아직 딜클로징은 되지 않았고, 연장해서 다시 추진중”이라고 언급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매각대상 부동산은 4~5000억원 규모다. 롯데백화점 자산으론 분당 물류센터와 안산 공장, 청주 영플라자, 롯데시네마 홍대점·합정점 일부 등 8곳이 대상이며 롯데마트의 경우 롯데마트 고양 중산점, 롯데마트 양주점, 롯데슈퍼 봉선점을 포함해 총 10곳이다. 이 중 2500억원 규모의 롯데백화점 자산은 아직 한 건도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휴 자산을 매각하려는 이유

롯데쇼핑이 비효율 점포 및 부동산을 매각하려는 이유는 가중된 재무부담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마트와 슈퍼의 소싱 통합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지만, 최근 3년새 현금성 자산은 쪼그라든 반면 단기차입금 규모는 불어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기준 롯데쇼핑의 현금성 자산은 2021년 2조3988억원에 달했지만 이듬해 1조8008억원으로 24.9% 줄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롯데쇼핑은 전년 동기(2조7748억원) 대비 38.7% 감소한 1조7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중이다. 반면 같은 기간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단기차입금 규모는 1조1260억원에서 2조2461억원으로 99.5% 급증했다. 여기에 롯데쇼핑의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 규모가 1조1000억원 안팎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향후 차입금 상환은 물론, 오카도 물류센터 등의 신사업 투자나 이자 비용 등을 충당할 여력이 부족하단 평가다.

이런 가운데 유휴 자산의 매각까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다 보니 롯데리츠로 일부 자산을 편입해 목돈 마련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 것이다. 이윤홍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안 좋다 보니 부동산이 제 값에 팔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딜이 길어질 경우) 롯데리츠에 매각해 우선적으로 자산 유동화를 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의치 않을 경우 매물로 나온 자산 일부를 롯데리츠로 매각해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며 "하지만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을 중심으로 편입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롯데쇼핑은 롯데리츠가 설립된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시작으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 롯데마트몰 김포물류센터 등 15개 자산을 매각해 총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무엇보다 롯데쇼핑이 내놓은 부동산의 가치하락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리츠가 동원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 침체 속에서 매수자와 매도자(롯데쇼핑)간 가치 판단의 차이가 장기화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롯데리츠를 통해 그 감정가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있으니 현금 확보 방안으로 롯데리츠를 동원해 솔루션을 장기화할 수 있다”며 “부동산은 가치평가가 중요한 만큼 리츠가 롯데쇼핑이 원하는 밸류에 가깝게 자산을 매수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박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