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150문 쌓아둔 천무, 이번엔 프랑스가 빌려 쓴다"

2027년, 프랑스 육군의 하늘에는 거대한 공백이 생깁니다. 냉전 시대부터 유럽 대륙의 화력을 책임져 온 M270 다연장로켓(MLRS)이 퇴역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빈자리를 채울 대안이 생각보다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미국산은 너무 비싸고, 이스라엘산은 외교적으로 불편하며, 자체 개발 중인 미사일은 2030년이 넘어야 등장합니다.

서유럽 최강의 육군을 자부하는 프랑스가 이른바 '전력 공백(Capability Gap)' 앞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그 해답이 뜻밖의 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한반도에서 탄생한 K239 천무(Chunmoo)입니다.

폴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에 이어 이번엔 프랑스가 한국산 다연장로켓 시스템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소식이 유럽 방산 전문 매체 디펜스24(Defence24)를 통해 전해지면서, K-방산의 서유럽 진출이 현실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단순한 무기 수출이 아닙니다. 유럽 안보 질서가 재편되는 이 결정적인 순간, 한국이 전략적 파트너로 호명받고 있는 것입니다.

하이마스도, 펄스도 아닌 천무를 택한 이유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군의 다연장로켓 교체 옵션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후보군에는 미국의 하이마스(HIMARS), 이스라엘의 펄스(PULS), 그리고 한국의 천무가 올랐습니다.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IFRI는 천무를 최우선 권고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하이마스가 탈락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높은 단가와 긴 인도 대기 시간이 현실적인 걸림돌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산 무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대기 줄은 더욱 길어졌습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안보 주권'입니다.

하이마스는 미국산 탄약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핵 억지력을 독자적으로 운용하고 미국과 일정한 전략적 거리를 유지해온 프랑스의 국방 철학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드골 이래 면면히 이어져 온 프랑스식 전략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의 원칙이 무기 선택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이죠.

이스라엘의 펄스는 또 다른 이유로 멀어졌습니다.

2024년 이후 악화된 프랑스-이스라엘 관계가 협력의 불확실성을 높였고, 시스템 통합 과정의 불투명성도 신뢰를 갉아먹었습니다.

국방 장비는 단순한 상품이 아닙니다. 수십 년간 유지·보수하고, 때로는 공급국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관계재(關係財)입니다.

그 관계가 불안정하다면 무기도 불안정해지는 것입니다.

'개방형 아키텍처'라는 결정적 한 수


천무가 프랑스의 눈길을 사로잡은 핵심 이유는 단순히 가격이나 성능만이 아닙니다.

바로 '개방형 아키텍처(Open Architecture)'입니다. 쉽게 말해, 천무는 다양한 탄약과 미사일을 플러그인 방식으로 통합할 수 있는 유연한 플랫폼이라는 뜻입니다.

프랑스는 현재 사거리 150km급 자국산 미사일을 독자 개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미사일이 2030년 이후에나 전력화될 예정이라는 점입니다.

만약 천무를 도입한다면, 지금 당장은 한국산 탄약으로 운용하다가 훗날 자국산 미사일을 손쉽게 통합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은 유지하되 탄두는 자국 것으로 갈아 끼우는, 말하자면 가장 현명한 주권 방어의 방식인 것입니다.

IFRI의 레오 페리아-페뉴 연구원은 이 점을 날카롭게 짚었습니다.

천무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널리 채택된 현대적 다연장로켓 시스템이며, 프랑스가 이 '사용자 커뮤니티'에 합류할 경우 향후 자국산 탄약을 개발해 역으로 파트너국들에 수출할 기회까지 열린다는 분석입니다.

무기를 사는 행위가 동시에 무기를 파는 생태계에 진입하는 것이기도 한 셈입니다.

이것이 천무가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지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폴란드와 함께 만드는 한·불·폴 안보 삼각동맹


이번 논의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폴란드입니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13문, 2035년까지 추가 13문 등 총 26문의 다연장로켓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물량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단순 구매가 아닌, 폴란드로부터의 임차(Leasing)가 검토되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이미 천무의 폴란드형인 '호마르-K(Homar-K)'를 150문 이상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5년 낭시 조약(Treaty of Nancy) 체결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진 프랑스-폴란드 관계 속에서, 폴란드가 보유 전력의 일부를 프랑스에 빌려주는 방식의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죠.

이는 NATO 동맹국 간의 장비 공유를 통해 개별 국가의 조달 부담을 줄이면서도 집단 전력은 높이는, 새로운 유럽 방산 협력 모델의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군이 한국 원형 차체보다 폴란드산 옐츠(Jelcz) 차체에 탑재된 호마르-K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의 기본 차체가 상대적으로 무거운 반면, 폴란드산 차체는 더 가볍고 기동성이 뛰어나 프랑스군의 작전 요구에 더 부합한다는 평가입니다.

나아가 양국은 과거 독불 혼성부대와 유사한 '프랑스-폴란드 연합 포병 부대'를 폴란드 현지에 창설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입니다.

천무라는 공통 플랫폼 위에 두 나라의 병사들이 함께 훈련하는 장면, 그것이 현실이 된다면 K-방산의 상징성은 또 다른 차원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무기를 넘어선 협력…포탄에서 전투기까지


프랑스와 폴란드의 협력은 천무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양국은 155mm 포탄 공동 생산을 시작으로, 차세대 자주포(CAESAR 후속 모델), 차륜형 장갑차(VBCI 및 로소마크 후속) 등 지상 전력 전반으로 협력의 폭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지상만이 아닙니다.

공중 영역에서도 프랑스산 A2SM 해머(Hammer) 유도폭탄을 한국 전투기 기종에 통합하는 방안, 공중급유기와 조기경보기(AWACS) 운용 서비스를 공유하는 방안까지 폭넓은 시너지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폴란드 호마르

이 거대한 협력의 중심에 한국의 천무가 있습니다.

천무가 단순히 팔리는 무기가 아니라, 유럽 방산 협력 생태계의 연결고리로 기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과거 한국은 유럽 방산의 변방에서 저렴한 대안을 공급하는 국가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이제 프랑스, 폴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가 모두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천무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면, 한국은 그 커뮤니티를 설계한 나라로서 유럽 안보의 구조 속에 깊이 편입되는 것입니다.

K-방산, 서유럽 핵심 강국의 문을 두드리다


냉전 종식 이후 유럽 방산은 오랜 평화의 배당금을 누리며 생산 능력을 줄여왔습니다.

그 대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유럽의 주요 방산 기업들이 연간 레오파르트 2 전차를 고작 50대 생산하는 데 허덕이는 동안, 한국은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수백 대씩 찍어냈습니다.

납기를 지키고, 계약을 이행하며, 기술 이전에도 유연하게 응하는 한국의 방산 모델은 유럽 각국 국방부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프랑스가 천무를 선택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조달 계약이 아닙니다.

핵보유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며, NATO와 EU의 핵심 축인 프랑스가 K-방산에 공식으로 문을 여는 역사적 순간이 됩니다.

영국은 AS-21 레드백을 검토했고, 독일은 K9에 눈을 돌렸으며, 이제 프랑스가 천무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서유럽 3대 강국 모두가 한국 방산의 문을 두드리는 시대, 그 시대가 지금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