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점령지 댐 폭발…‘우크라 대반격’ 막으려 터뜨렸나

선명수·김서영 기자 2023. 6. 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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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절반으로 쪼개져 파괴, 외부 포격으로는 어려워”
우크라군, 드니프로강 따라 형성된 전선 돌파 불가능해져
크름반도 핵심 수원 파괴되며 러시아 주민들도 고통 불가피
대피하는 주민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에 있는 카호우카댐이 6일 오전(현지시간) 붕괴해 하류에 있는 헤르손 시가지가 물에 잠기자 주민들이 배를 타고 대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댐 붕괴 원인이 외부 충격보다는 내부 폭발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포격으로 댐이 파괴됐다는 러시아 주장과 배치된다. 댐 폭파가 점령지 탈환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시작과 함께 이뤄진 데다, 파괴된 댐이 양측 모두에게 전략적 가치가 큰 요충지라는 점에서 전쟁의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공학 및 군수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카호우카댐 붕괴는 내부 폭발일 가능성이 가장 그럴듯하다고 전했다. 우선 미사일로 인한 외부 충격은 댐 일부에만 파손을 가할 뿐 이번처럼 절반으로 쪼개지는 결과를 낳긴 어렵다는 점이 내부 고의 폭발설에 힘을 싣는다. 댐 자체의 구조적 결함일 가능성도 작아 보인다. 댐 전문가인 그레고리 배처 미 메릴랜드대 공학 교수는 “댐이 수량 증대로 인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할 경우 일반적으로 양쪽 둑에서 먼저 균열이 발생해야 하지만 이번엔 반대로 중간 부근에서 파괴가 시작돼 양측으로 넓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석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카호우카댐 구조물을 내부에서 (지뢰로) 폭발시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황은 ‘러시아 소행’일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 러시아는 1941년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독일 나치의 진격을 막기 위해 드니프로강의 댐을 폭파한 전력이 있다.

이번 댐 폭발로 ‘대반격’을 시작한 우크라이나는 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 간 육로를 끊는 것이 대반격의 핵심 목표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해 왔다. 댐 파괴로 침수된 하류 지역은 이를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진입 경로였다. 뮌헨안보회의 회원인 전직 독일 국방부 당국자 니코 랑게는 “댐 파괴로 인한 범람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드니프로 강줄기를 따라 형성된 전선을 돌파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파괴된 댐이 있는 드니프로 강을 중심으로 서쪽은 우크라이나군이, 동쪽은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다.

댐 파괴로 인한 피해는 러시아 입장에서도 작지 않다. 홍수로 드니프로 강 동쪽에 구축한 진지가 물에 잠겼고, 무엇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성지’나 다름없는 크름반도의 물 공급이 타격을 받게 됐다. 카호우카댐은 크름반도로 향하는 물의 85%를 공급하는 핵심 수원이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크름반도가 입을 타격을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늦추기 위한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이를 즉각 부인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반면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댐 폭발 배후를 단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개입해 붕괴 원인을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선명수·김서영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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