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녀석 귀엽고 똑똑해졌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 타보니
눈 역할하는 카메라·레이더 센서로 주변 인식
포티투닷이 지난 25일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작년 11월 서울 마포구 상암지구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도심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한 것이다.
시간이 흐른 만큼 포티투닷의 자율주행기술은 더 똑똑해졌을까. 직접 확인하기 위해 30일 청계천 광장을 방문, 서비스를 이용해 봤다. 지난 3월 상암에서 운영 중인 자율주행셔틀 경험과 비교해봤다.
우선 결론적으론 청계광장의 자율주행버스는 상암지구 때보다 더 향상된 운전 실력을 선보였다.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던 지난 3월과 달리 자율주행버스는 청계광장에서 갖가지 변수에 대응하고 있었다.▷관련기사: 달릴수록 똑똑해지는 '자율주행셔틀' 직접 타보니(3월10일)
귀엽게 디자인한 이유
자율주행버스 탑승을 위해선 포티투닷이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앱 'TAP!'을 이용해야 한다. 회원가입 후 결제카드를 등록해 자율주행버스를 호출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포티투닷 관계자들이 직접 청계광장에 나와 앱 설치에 불편함을 겪는 승객들을 돕고 있었다.
향후 다른 업체가 서울시에서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하더라도 이 앱을 통해서만 서비스 운영이 가능하다. 서울시가 실시한 운송플랫폼 사업자 공고에서 포티투닷의 TAP!이 최종 선정되면서다. 서울시는 향후 자율주행서비스를 이용할 시민들의 불편함을 줄이고자 이와 관련한 사업자 공고를 낸 바 있다.
상암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율주행셔틀과 가장 큰 차이는 단연코 자동차다. 상암 지역에선 기존 양산차(니로 3대)를 통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청계광장에선 포티투닷이 자체 개발한 aDRT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차엔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와 레이더가 각각 12대, 6대씩 탑재됐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aDRT는 전기차 기반의 PBV(Purpose-built vehicle, 목적 기반 모빌리티) 모델로 목적에 맞게 차 개조가 가능하다"며 "자율주행버스뿐만 아니라 향후엔 캠핑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설명했다.
차 외관는 자율주행 특유의 미래지향적 모습보다 귀여움을 강조하는 듯 했다. 일반 버스와 비교하면 몸집이 작고 아담하다. 30~40명 넘게 수용할 수 있는 일반 버스와 달리 아직은 8명(세이프티드라이버 1명 포함)만 탑승 가능하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자율주행버스가 향후 일반 대중교통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는 만큼 (시민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다"며 "자율주행차라고 해서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올 법하게 차를 디자인할 수도 있었지만 차의 외모를 귀엽고 친숙하게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아담한 외모와 달리 내부공간은 상당히 넓다. 포티투닷은 이 차의 크기가 대형 밴 모델인 쏠라티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내부 공간은 180cm가 넘는 남성이 허리를 숙이지 않을 정도로 넉넉하게 설계돼 있다"며 "차 유리 역시 크게 탑재해 승객들이 탑승하는 동안 보다 더 넓은 시야감을 확보하도록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더 똑똑해진 자율주행버스
청계광장에서 운영 중인 자율주행버스는 현재 세이프티 드라이버 1명과 함께 탑승한다. 세이프티 드라이버는 반환점을 도는 구간과 혹시 발생할 지 모르는 만약의 경우에만 운전에 개입하고 있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 세이프티 드라이버를 배치해두고 있다"며 "반환점을 도는 구간에서도 세이프티 드라이버 도움 없이 자율 주행이 가능하지만 보다 안전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그 구간만 수동모드로 운영하기로 서울시와 협의했다"고 말했다.
승객들이 안전밸트를 매면 자율주행버스는 "저와 세이프티 드라이버는 승객의 안전과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최선의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는 멘트와 함께 출발한다. 만약 승객들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면 차는 출발하지 않는다.
자율주행차 입장에선 청계광장 구간은 상암지구보다 난코스다. 상암지구보다 유동 인구와 자동차가 훨씬 많은 청계광장은 더 많은 변수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운행구간은 청계광장을 출발해 세운상가를 돌아 다시 청계광장으로 돌아오는 3.2km 코스다. 이날 시승하는 동안 도로 한켠에선 화물차들이 불법 주정차한 채 짐을 실어나르고 있었고 무단횡단하는 시민들도 수차례 포착됐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청계광장은 상암과 달리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거나 갑자기 오토바이들이 칼치기 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계광장은 전세계적으로도 자율주행차들이 운행되기 어려운 도로환경이라고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율주행버스는 지난 3월 상암지구에서 체험했을 때보다 운전실력이 한층 더 향상된 느낌이었다. 화물차 기사들이 짐을 싣고 나르는 모습이 포착될 땐 차 스스로 속도를 늦췄다. 시민이 무단횡단할 때도 멈춰섰다. 누군가는 급정거라고 생각할 순 있겠지만 사람 역시 그런 상황엔 급브레이크를 밟기 마련이다.
상암 지구에서 겪었던 아찔한 상황도 연출되지 않았다. 지난 3월 시승 당시 스티어링휠이 스스로 꺾여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포티투닷 관계자의 말처럼 자율주행버스가 달릴수록 더 똑똑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상암 지구에서 운영하면서 쌓인 데이터가 청계광장의 자율주행버스에도 적용되면서 자율주행기술이 과거보다 더 향상됐다"며 "자율주행차는 달릴수록 더욱 고도화되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한 만큼 향후엔 더 안정적인 주행능력을 선보일 것"이고 설명했다.
포티투닷은 향후 자율주행버스를 청계광장에 추가 배치해 배차 간격을 단축하고 운행 구간도 늘릴 계획이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다음달 12일부터 청계광장에 1대를 더 추가해 총 3대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또 안전검증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에는 청계 5가까지 운행 구간을 연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은수 (curymero0311@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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