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흔한데 왜 전기비행기는 없나

전기차는 이제 흔하지만 하늘을 나는 전기비행기는 좀처럼 볼 수 없다. 자동차보다 훨씬 먼저 발명된 비행기가 전기화에서 뒤처진 가장 큰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배터리가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에 도전하는 의미 있는 시험이 최근 사람들의 관심 속에 이뤄졌다. 미국 항공기 제작사 하트 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2일 뉴욕주 플래츠버그 국제공항에서 대형 전기 실증기 X1의 첫 비행에 성공했다.

X1은 날개폭 약 32.3m, 길이 약 23.2m에 이륙중량은 11.3t이 넘는다. 배터리만으로 전동 추진계를 가동해 이륙한 뒤 약 335m까지 상승했고, 선회 등 기동 시험을 거쳐 27분 만에 착륙했다. 회사는 X1을 지금까지 실제 비행한 세계 최대 배터리 전기비행기라고 설명했다.

비행에 성공한 순수 전기비행기 중 덩치가 가장 큰 X1 <사진=하트 에어로스페이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충전 비용이다. 하트 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지상 주행부터 이륙과 비행, 착륙까지 들어간 전기료는 약 5달러(약 6900원)에 불과했다. 다만 회사는 실제 전력 소비량이나 전기요금 산정 방식 등 세부 계산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렇게 적은 에너지 비용으로 날 수 있는데 왜 비행기는 여전히 항공유를 태울까. 핵심은 에너지 밀도다. 전기모터 자체는 효율이 높지만 현재 배터리는 같은 무게의 항공유에 비해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가 훨씬 적다.

자동차는 무거운 배터리를 실어도 하중을 도로가 받쳐준다. 반면 비행기는 배터리와 승객, 화물을 모두 공중에 띄워야 한다. 항속거리를 늘리려고 배터리를 더 넣으면 기체가 무거워지고, 늘어난 무게를 부양하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승객 30명이 탈 수 있는 전기비행기. 배터리 무게 문제로 완전한 전기비행기는 효율이 낮아 화석연료를 같이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기체로 설계됐다. <사진=하트 에어로스페이스>

항공유와 배터리의 또 다른 차이는 비행 중 무게다. 항공유는 태울수록 줄어 기체가 점점 가벼워진다. 배터리는 전기를 사용해도 질량이 거의 그대로라 이륙할 때 실은 무게를 착륙할 때까지 계속 짊어져야 한다.

전기비행기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피피스트렐의 2인승 기체 벨리스 일렉트로는 2020년 세계 최초로 형식인증을 받았다. 문제는 수십~수백 명이 타는 여객기다. 승객과 수하물은 물론 비상 상황에 대비한 예비 에너지까지 확보해야 해서 배터리 무게가 큰 부담이 된다.

X1의 첫 비행은 이런 벽을 어디까지 넘을 수 있는지 보여줬다. 다만 높지 않은 고도에서 채 30분도 날지 않았고 승객도 없었다. 전기비행기의 현실적 한계는 하트 에어로스페이스가 실제 상용화를 추진하는 30인승 ES-30에도 드러났다. 이 기체는 순수 전기비행기가 아니라 배터리와 연료 기반 발전원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기체다. 아직 전기만으로는 많은 승객을 하늘에 띄울 수 없다는 이야기다.

벨리스 일렉트로. 현재 전기비행기는 사람이 많이 타지 못한다. <사진=피피스트렐>

회사 계획상 ES-30은 배터리만으로 약 200㎞,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약 800㎞를 비행한다. 형식인증 목표는 2031년이다. 회사는 순수 전기만으로 대형 항공기의 실용적인 항속거리를 확보하려면 배터리 소형화 및 효율 극대화 기술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트 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X1은 전기비행기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며 "11t이 넘는 비행기도 배터리만으로 하늘에 띄울 수 있고, 짧은 시험비행의 전기료는 불과 5달러였다. 하지만 승객을 태우고 충분한 거리를 날기 위해서는 여전히 배터리 무게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고 전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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