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처럼 갈아입는 자동차?

모터트렌드 입력 2022. 9. 23. 10:55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달리는 패션 상품'이 될 수 있을까? 카니예 웨스트의 '돈다 폼 비이클' 발표를 단서로 짐작해본 이동 수단의 미래


자신의 머리 모양을 비웃는 네거티브를 향해 도널드 트럼프는 이렇게 받아쳤다. “물에 젖은 너구리와 도널드 트럼프는 뭐가 다를까? 간단하다, 물에 젖은 너구리에겐 70억 달러(약 9조1400억 원)의 예금 자산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힙합 뮤지션이자 사업가, 패션 디자이너이기도 한 카니예 웨스트도 대선에 출마한 적이 있다.

2020년 출마 당시 그는 마블의 히어로 시리즈 중 하나인 <블랙 팬서> 속 가상 국가 ‘와칸다’를 이상적인 국가 모델로 설정하고, “일론 머스크와 같은 인물이 있기 때문에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미국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얼마 전, 카니예 웨스트는 단음절인 ‘예’로 이름을 개명했다.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많은 수식을 함축해 단 하나로만 부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인플루언서’가 아닐까? 예술, 사회, 문화를 막론하는 그의 영향력은 그가 무심코 내뱉은 트윗조차 바로 다음 날 기사로 만들 만큼 막강하다.

일론 머스크만큼이나 평소 궤변과 기행을 일삼는 그이지만, 이들의 주책맞은 트윗을 마냥 비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는 농담처럼 내뱉은 말이라도 실현할 재능과 자원이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6일, 예(이전 카니예 웨스트)는 ‘Photos of Ye’라는 트윗 계정을 통해 두 개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회색 배경에 텍스트로만 이뤄진 첫 번째 사진에는 “37년간 스포츠 상품과 신발, 패션 디자인으로 경험을 쌓은 스티븐 스미스가 돈다의 산업디자인 부문 총괄을 맡는다”는 선언이 적혀 있다. 다음 장에는 다소 과격한 비례감을 갖춘 모빌리티의 측면 실루엣과 다음과 같은 텍스트가 쓰여 있다. “미국에서 개념화, 설계, 디자인했습니다. 아멘(AMEN).”

‘돈다(Donda)’는 예가 설립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회사로 패션,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학교, 도시 시스템 등을 아우르는 22개 이상의 분야로 구성된다. 아디다스와 나이키를 거쳐 예의 패션 브랜드인 ‘이지(Yeezy)’의 디자이너로도 활약한 스티븐 스미스는 지독한 자동차 마니아로 유명하다.

예가 아직은 개념 단계인 ‘돈다 폼 비이클(Donda Foam Vehicle)’을 실체화하기 위해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의 도움을 받을 거라는 미디어의 추측도 무리는 아니다. 일론 머스크는 그가 이상적인 국가를 실현할 ‘행동 대장’으로 추켜세울 정도로 신뢰하는 인물이니까.

막대한 부와 영향력을 지닌 예가 자동차업계에 진출하는 게 사실이라면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어마어마한 파장을 일으키리란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 같은 돌발 선언은 기술과 성능의 발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미래 모빌리티에 조금은 다른 시사점을 던진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전동화), 운전자가 있는 자동차에서 운전자가 필요치 않은 자동차로(완전 자율주행)’의 변화는 미래 모빌리티가 운전 공간이 아닌 생활공간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단서를 주었다. 그런데 예가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다면 그건 기술과 성능, 심지어 라이프스타일까지 뛰어넘는 무언가로 이동 수단의 역할이 확장됨을 의미한다.

패션으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온 그의 전력, 패션 기반 디자이너를 산업디자이너로 내세운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그가 만든 자동차는 유례없이, 보다 적극적인 형태의 패션 상품으로 소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예의 티저 때문만은 아니다. 2022 CES에서 BMW가 발표한 ‘iX 플로 콘셉트’는 패션 수단으로서 자동차의 역할을 일찍이 짐작하게 했다. iX 콘셉트는 하나의 외장 컬러를 입히는 대신 차체 윤곽에 맞춰 정밀하게 재단한 특수 래핑을 적용해 그날 기분에 따라 컬러를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래핑에는 특수 안료를 함유한 수백만 개의 마이크로캡슐이 포함돼 있어, 사용자가 색상 변경을 원할 경우 전기장에 의해 안료가 모이거나 분산되면서 외장을 다르게 채색한다. BMW는 이 기술을 공개하며 “미래에는 패션처럼 자동차도 일상생활의 다양한 기분과 상황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설명했다.

BMW의 iX 플로 콘셉트

패션의 핵심 가치는 자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에 있다. 실내를 채우는 가구나 조명보다 외부로 빈번하게 노출되며, 장소와 상황에 따라 치밀하게 기획하고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차를 패션으로 소비하는 행태는 오늘날에도 만연하다.

재력만 있다면 입맛에 따라 차를 골라  탈 수 있다. 목적지에 따라, 그날 자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어필할 차를 고르는 것도 차를 패션으로 소비하는 방법이다. 각각 롤스로이스와 람보르기니, 테슬라를 타는 사람이 그들이 우선하는 가치나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다를 것이란 사실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물론 롤스로이스와 람보르기니, 테슬라 모두를 소유할 수도 있다. 화려한 레드카펫 행사에서는 롤스로이스의 뒷좌석에서 내리고, 연인과 드라이브할 때는 람보르기니를 운전하는 사람이 사회적 책임을 보여줘야 하는 공익적인 행사에서는 전기차를 타고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씁쓸하지만 자동차의 이 같은 패션으로의 전이는 재력을 갖춘 이들에게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타난다. 예가 어쩌면 양산에 성공할지 모를 ‘돈다 폼 비이클’도 대중적인 가격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돈다 폼 비이클이 패션으로서 자동차의 역할 전이를 보다 공격적으로 ‘펌프질’ 할 것이라 기대하는 이유는 ‘미니멀’이란 콘셉트에 편리하게 수렴하는 천편일률적인 전기차 디자인에 신선한 충격과 다양성을 더할 것이기 때문이다.

버기카 형태의 돈다 폼 비이클은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이나, 예가 와이오밍 농장에 머물던 시절 러시아에서 수입한 수륙양용 오프로더인 Sherp ATV처럼 보이기도 한다. 평범한 이동 수단이라기보단, 브루털한 군용 자동차 또는 디스토피아에서 생존하기 위한 ‘셸터’ 같은 모습이 주는 긴장감은 그가 디자인한 워터슈즈인 ‘이지 폼 러너’와도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

젠지 세대가 가장 많이 구매한 ‘어글리 슈즈’ 중 하나인 이지 폼 러너는 흡사 10191년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듄>에서 아라키스 행성의 원주민이 신고 다닐 법한 디자인이다. ‘오래된 미래’ 같은 이 생경한 흉상이 주는 시각적 충격은 “우리에게 익숙한 신발의 형태를 재고할 여지가 없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던지는 것 같기도 하다.

예는 ‘Closed On Suday’와 ‘Follow God’ 뮤직비디오에 Sherp ATV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돈다 폼 비이클은 예의 옷장에 당장 걸어두어도 이질감이 없을 정도로 그가 ‘이지’를 통해 꾸준히 ‘주장해온’ 스타일과 유사하다. ‘퇴행의 피지컬을 한 진보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이로써 그가 패션적인 접근으로 이 콘셉트 모델을 고안했을 거라는 의심은 비로소 확신으로 바뀐다.

테슬라가 단순히 전기로 달리는 자동차가 아닌 ‘움직이는 전자제품’으로 모빌리티의 패러다임을 흔들었다면, 예의 자동차는 ‘움직이는 패션 상품’으로서 모빌리티의 잠재력을 넓혀주지 않을까?

예가 공개한 ‘돈다 폼 비이클’의 티저는 말 그대로 개념 단계이기 때문에 해당 콘셉트카의 실체가 있긴 한지, 적용된 기술이 무엇인지 아직까지 밝혀진 것은 없다. 그러나 예의 파급력 덕분에 개념만으로도 미디어와 자동차업계는 좀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창의적인 영감을 준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있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한 외신기자는 “당신의 말마따나 당신이 ‘최고의 천재’고 당신의 노력을 뒷받침할 순자산이 거의 20억 달러라고 해도 신차를 출시하려면 ‘기도(AMEN)’보다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더구나 거품(Foam)으로 만들려면”이라는 다소 냉소적인 멘션을 날렸다.

이번 티저로 공개한 돈다 폼 비이클이 미래 모빌리티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 아니면 단순히 온라인 트롤링에 그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기자의 말마따나 거품을 차로 만들려면, 말보다는 연금술에 버금가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CREDIT
EDITOR :
장은지 PHOTO : 이상규


<©모터트렌드 - 무단복제 및 전재, 재배포 금지> <모터트렌드>를 온라인(motortrendkorea.com)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