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리]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이동욱 기자 2026. 4. 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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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포스터. /고스트스튜디오 페이스북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를 쓴 박해영 작가 신작이다. 제목이 길어 언론에서는 '모자무싸'라고 줄여서 부르고 있다. 4월 18일부터 토요일과 일요일에 JTBC와 넷플릭스에 방송한다.

예고편을 보는데 주인공 황동만(배우 구교환)이 동네 뒷산에서 자기 이름을 연방 외쳐대는 장면이 나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중학교에 다닐 때 간혹 올라갔던 야트막한 산 정상이 떠올랐다.당시 살던 마을 뒤편 감나무밭 사이 농로를 따라 오르던, 산이라기보다 언덕이었다. 아버지, 동생과 함께 오르면 20분 남짓 걸렸음에도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그곳에서 황동만처럼 소리를 지르지는 못했지만, 속으로 내 이름을 외치며 사춘기 시절 후회와 다짐을 반복했다. 이번 작품 제목은 '모두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며 싸우고 있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경쟁교육을 지나 무한경쟁 사회에서 아등바등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고 애쓰는 내 얼굴이 드라마에 나올 것만 같고 스스로 돌아볼 수 있겠다 싶다.

극중 주요 인물이 모이는 아지트로 카페도 나온다고 한다. 그곳에서 들려줄 일·사랑·가족·꿈·돈 등과 같은 다양한 인생사도 벌써 궁금하다.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에서도 결핍이 있는 이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그렇지만 어울려 살아가는 그 풍경에 퍽 공감했다.

주변에도 드라마 한 편에 위로받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나의 해방일지>에서 "날 추앙해요"라는 대사는 처음 들었을 때 다소 생뚱맞았지만 드라마 주제를 담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 대사는 자신의 삶에서 주체적인 힘을 얻으려면 타인의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는 말이라는 그 해석에 무릎을 쳤다.

일상이 불안하고 치열할수록 누군가의 작은 위로가 필요하듯이 실제 전쟁터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도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지금 여기 불안은 비할 바가 아니겠다.

무고한 시민이 더는 희생되어선 안 된다. 박해영 작가 드라마 속 인물이 각자 삶의 무게를 딛고 서로 바람을 막아주듯이 그렇게 손을 잡고 힘을 모아 이 시국을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시민은 독재와 오만을 종식시키며 존재 가치를 증명할 것이다. 결국 지구촌에 사는 누구나 편안함에 이르기를 기도한다.

/이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