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설계'하는 고객, 현대차·기아, UX 혁신의 문을 열다

현대차그룹 UX 스튜디오 서울

수많은 버튼이 간소화되고, 조작계는 터치와 제스처로 바뀌고, 계기판은 점점 더 보이지 않게 사라진다. 자동차는 더 이상 운전자만의 기계가 아니다. 이제는 사용자 전체의 감각, 일상의 맥락, 그리고 무의식의 반복까지 설계 대상이 된다. 이 변화의 흐름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새로운 전환점을 서울 강남대로에 마련했다.

글 | 이승용

현대차그룹 UX 스튜디오 서울

'UX 스튜디오 서울'은 단지 미래차의 경험을 체험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보다는 사용자와 개발자가 함께 제품을 '만들어가는' 세계 최초의 참여형 UX 연구소다.

지난 7월 3일 정식 개관한 이 공간은 2021년 서초구에 문을 열었던 기존 UX 스튜디오의 개념을 완전히 재정의한다. 폐쇄적인 연구소가 아닌, 고객이 언제든 출입하고, 실험에 참여하며, 피드백을 남기고, 그 피드백이 실제 차량 개발에 반영되는 프로세스를 온전히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것은 모형이 아니라 현실이다. 제품이 아니라 프로세스를 전시하는, 그리고 그 과정에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개입하는 '라이브 연구실'인 셈이다.

현대차그룹 UX 스튜디오 서울

1층 오픈랩의 시작은 익숙한 듯 낯설다. 시트를 만지고, 도어를 열어보고, 수납공간을 확인하고, 무빙 콘솔을 작동해 본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수집되는 수많은 행동 데이터다. 시선을 어디에 두고, 어떤 손동작으로 조작하며, 얼마나 주저하는가. 이 모든 정보는 기능성 UX가 아닌 '정서적 UX'의 단서를 제공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곳은 체험관이 아닌 '연구소'가 된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의 기술적 근간,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아키텍처가 접목된다. SDV 존에 전시된 'E&E 아키텍처'는 기존의 제어기 구조를 고성능 차량 컴퓨터와 존 컨트롤러로 통합한 설계 방식으로, 전기차 플랫폼의 유연성과 업데이트 주기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한다. 하드웨어 중심의 시대가 저물고,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는 시대에, 사용자 경험이야말로 '업데이트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기준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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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Pleos Connect'는 이러한 전환을 구현하는 실질적인 도구다. AAOS 기반으로 설계된 이 시스템은, 차량 안에서 스마트폰을 쓰듯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조작 환경을 구현한다. 음성 비서 'Gleo AI'는 단지 명령을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용자의 패턴을 인지하고 대응한다. 기술이 기술로 끝나지 않고, 익숙한 생활 습관과 맞닿을 때 비로소 그것은 '경험'이 된다.

2층 '어드밴스드 리서치 랩'은 이 경험을 다시 되돌려 기술로 환원하는 곳이다. 여기서는 연구원과 사전 초청된 사용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다. 시뮬레이션 룸에서는 서울과 샌프란시스코, 델리 같은 실 도시 환경, 그리고 글로벌 레이싱 서킷을 가상으로 구현해 UX 콘셉트의 실효성을 검증한다. 차량은 움직이지 않지만, 그 안의 '데이터'는 실제 도로 위를 달린다. 모든 주행은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기록되고, 그 기록은 다시 연구로 이어진다.

현대차그룹 UX 스튜디오 서울

흥미로운 점은 이곳이 '전시'의 공간으로 출발했으나, 실질적으로는 R&D 인프라의 일부로 기능한다는 데 있다. 즉, 고객이 참여한 피드백은 곧바로 차량 설계에 반영될 수 있는 실시간 리서치 체계로 연결된다. 이런 시스템은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R&D 전략, 특히 SDV 전환과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기반이 될 것이다.

현대차그룹 UX 스튜디오 서울

UX 스튜디오 서울은 그 자체로 브랜드의 철학을 시각화한 공간이기도 하다. UX 아카이브 존은 감각의 기록이다. '시각의 경험'을 시작으로 센터페시아, HUD, 디지털 사이드미러 등 시각적 정보 전달 장치의 진화를 추적한다. 이는 UX의 시작점이 기술이 아니라 감각임을 일깨운다. 자동차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읽게 할 것인가. 그런 질문이 연구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전문가들이 설계하고 소비자는 평가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UX 스튜디오 서울'은 그 관계를 역전시킨다. 사용자가 평가하는 게 아니라, 개발에 직접 참여한다.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라는 3대 전환의 중심에서, 사용자 경험은 더 이상 '부수적 요소'가 아니다. 그것은 기술의 방향을 가늠하는 나침반이며, 브랜드 철학을 구현하는 실체다.

현대차그룹 UX 스튜디오 서울

결국 'UX 스튜디오 서울'은 현대차그룹이 자동차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더 편리한 차, 더 연결된 차를 넘어서, 사용자가 함께 만드는 차.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속도로. 미래 모빌리티는 더 이상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