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선 속껍질도 먹는데" 국내에선 그대로 버려지는 '이 과일 부위'

한여름 수박을 자르면 빨간 과육은 빠르게 사라지지만, 두꺼운 껍질은 봉투 가득 남습니다. 단맛이 없는 흰 부분까지 과육에 바짝 붙여 잘라내면서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습니다. 무겁고 부피가 커 처리하기 귀찮은 음식물 쓰레기로만 여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는 이 흰 속껍질을 잼과 절임, 볶음 요리에 활용합니다. 우리가 버렸던 뜻밖의 식재료는 바로 수박의 흰 속껍질입니다.

특히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일부 동남아 지역에서는 수박 속껍질을 향을 더한 잼으로 가공하는 사례가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농무부 역시 수박 껍질은 먹을 수 있으며 절이거나 볶고, 부드럽게 끓여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합니다. 단단한 초록색 겉껍질까지 억지로 먹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빨간 과육과 짙은 겉껍질 사이에 있는 연두색 또는 흰색 층을 채소처럼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아삭한 식감은 오이와 무의 중간에 가까워 양념을 잘 흡수합니다.

수박의 흰 부분에는 과육에서 발견되는 시트룰린이라는 아미노산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품종과 측정 방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껍질에서도 시트룰린이 확인됐으며 일부 분석에서는 과육 못지않은 양이 보고됐습니다. 시트룰린은 몸속에서 아르기닌과 산화질소가 만들어지는 경로에 참여해 정상적인 혈류 조절과 관련해 연구되는 성분입니다. 또한 질긴 식물 조직을 씹어 먹으면 과즙만 마실 때보다 섬유질을 함께 섭취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반찬 몇 조각을 혈압약이나 영양제처럼 생각하기보다, 버리던 부분을 채소 한 접시로 바꾸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활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수박을 자르기 전에 껍질 전체를 흐르는 물에 문질러 씻고, 단단한 초록색 겉부분을 칼이나 필러로 벗겨냅니다. 남은 흰 부분을 가늘게 썰어 소금에 살짝 절인 뒤 꼭 짜면 오이처럼 무침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식초와 고춧가루를 넣어 새콤하게 무치거나, 양파와 함께 짧게 볶으면 여름 반찬이 됩니다. 바로 먹기보다 살짝 데치거나 볶으면 질긴 식감과 풋내도 줄어듭니다.

주의할 점은 조리법에 따라 건강한 재료가 짠 반찬이나 달콤한 후식으로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설탕을 많이 넣은 수박껍질 잼이나 소금물이 진한 장아찌를 수북하게 먹으면 시트룰린보다 당과 나트륨을 더 많이 섭취하게 됩니다. 단맛은 줄이고 식초와 향신 채소를 활용해 작은 반찬 접시로 먹는 편이 좋습니다. 겉이 짓무르거나 곰팡이가 보이고 시큼한 냄새가 나는 수박은 속껍질까지 사용하지 마십시오. 잘라 놓은 수박과 손질한 껍질은 바로 냉장하고, 오래 두기보다 며칠 안에 익혀 먹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박 속껍질은 빨간 과육보다 뛰어난 만능 건강식도, 반드시 먹어야 하는 보약도 아닙니다. 하지만 여름마다 큰 봉투로 버리던 부분을 새콤한 무침 한 접시로 바꾸면 식재료 낭비를 줄이고 채소 반찬도 늘릴 수 있습니다. 다음에 수박을 자를 때는 칼을 초록 껍질 바로 안쪽에 대지 말고 흰 부분을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남겨 보십시오. 씻고 벗기고 가늘게 써는 짧은 수고가 새로운 여름 반찬을 만듭니다. 무심코 버리던 한 조각을 다시 바라보는 습관이 식탁과 살림을 함께 알뜰하게 바꿔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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