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는데 도가 튼 전 세계 중년들, 테무·알리 쓰는 맛에 빠졌다

한국·미국 등 해외로 발 넓히는 中이커머스…구매력 강한 40·50 이례적 반응

[사진=테무]

테무, 알리 등 초저가로 무장한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전 세계 중·장년층 소비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 소비자의 경우 타 연령대 소비자에 비해 경제력과 구매력이 높다는 점에서 최근 전 세계 유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영토확장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1년 새 한국 인구만큼 늘어난 미국 테무 이용자…테무 열풍 주인공은 중·장년층

과거 미국에서 칫솔, 치약, 공구, 모자, 컵, 접시, 리본, 등 50달러 이하 생활 용품들은 월마트, 타겟 등 대형마트의 매출효자였다. 그러나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미국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이 생활용품 시장을 차지했고 최근엔 다시 중국 이머커스 기업들이 서서히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생활용품 시장의 지각 변동의 중심에는 중·장년 소비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내 중·장년 소비자들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연구기업 어테인(Attain)이 미국 소비자 650만명의 신용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세대(1946년~1964년)와 X세대(1965년~1979년)는 다른 세대보다 중국 이커머스에서 더 자주,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

▲ 품질이 좋지 않은 틀니를 구매한 미국 중년 남성.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일례로 지난해 1월 미국 내 테무 가입자는 1300만명에 불과했지만 올해 5100만명까지 급증했다. 1년 새 무려 4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테무에서 가장 많이 물건을 주문한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로 지난해 평균 6.5개 물건을 주문했다. 이어 X세대가 4.5개, 밀레니얼(1980년~1996년) 3.3개, Z세대(1997년~2010년) 2.6개 등의 순이었다.

애리조나에 거주하는 60대 왈트 롱(Walt long) 씨는 “지난달에 드라이버 45 피스를 포함한 전동 드라이버를 14.55달러에 구매했다”며 “비슷한 성능의 물건을 홈디포(미국 공구점)에서 구매하려면 최소 99달러는 줘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테무에서 6분에 1 수준 가격에 파는데 굳이 차를 타고 홈디포까지 가서 비싼 물건을 구매할 이유가 있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머 세대인 헬렌 페리라(Helen Ferrira) 씨는 “현관문에 까는 매트부터 베개 커버까지 집안에 테무 알리에서 구매한 물건들이 최근 많이 늘어났다”며 “우리 세대는 많은 브랜드를 경험해봤고 그것이 무의미한 것임을 알고 있다. 같은 성능의 제품이면 굳이 비싼 브랜드 제품을 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미국 중장년층 소비자들은 ‘소비 중독’ 현상까지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테일러(Tyler) 씨는 “지금까지 돈 버느라 바빠서 마음 놓고 무언가를 소비한적이 별로 없었다”며 “테무에서는 저녁 외식 가격인 50달러를 가지고 장난감부터 시계, 옷, 각종 전자기기들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테무에서 억만장차처럼 쇼핑하는 것을 그만두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 청년들은 테무에 빠진 중장년층을 두고 ‘테무피해자’(Temu Victim)고 부른다. 싼 물건을 구매해 실패하거나 주변의 비웃음을 사는 것을 조롱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한 20대 청년은 “아버지가 언젠가부터 테무에서 물건을 많이 시키는데 불량품을 구매하는 등 자주 실패하면서도 계속 주문하는 것이 가끔은 안쓰럽게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 40·50 세대도 테무·알리 사랑에 흠뻑…“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성장세 가팔라질 것”

▲ 국내 중년 소비자들 역시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에 빠른 속도로 흡수되고 있다. 사진은 알리에서 싼 제품들을 구매한 중년 소비자 결제내역. [사진=독자제공]

중·장년층의 테무·알리 사랑은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청년에 비해 중·장년층의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이용이 더욱 빈번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인 테무·알리 앱의 월간 사용자 수는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알리는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한 514만명을, 지난해 8월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테무는 6개월 만에 421만명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연령대별 이용자 분포(2월 기준)를 보면 알리는 40대, 30대, 50대 등의 순으로 높았다. 테무는 40대, 50대, 30대 등의 순이었다. 40대와 50대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주 고객층인 셈이다. 경기도 도봉구에 거주하는 이철호(61) 씨는 “쿠팡이나 네이버에서 사는 제품들도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라며 “같은 물건이면 가격이 저렴한 곳에서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영토 확장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장년층의 경우 타 연령층에 비해 경제력이 높기 때문에 구매력 또한 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겉으로 보기엔 청년들이 소비력이 높을 것 같지만 오히려 실질적인 소비력은 중·장년층이 강한 편이다”며 “특히 최근에는 청년들의 결혼 및 독립시기가 늦어지면서 생활용품 구매층도 중·장년층으로 이동하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장년층은 자식도 다 키웠고 이미 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청년층에 비해 목돈이 들어갈 곳이 많지 않다”며 “바꿔 말하면 그만큼 소비여력이 있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고물가 시대에 테무, 알리 등에서 저렴한 상품을 찾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정부 당국의 규제를 기다리는 것보단 가격이나 품질 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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