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미_마케팅알케미스트/제주 워케이션 제주와일드 대표 -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다
무모한 도전이었다. 관광객들이 오지 않는 곳에서 숙박업을 한다는 것. 매일 최저가 숙소가 숙박앱을 장식하는 제주에서, 또 하나의 펜션을 더한다는 것은 바닷물에 돌 던지는 일과 같았다.
인부들을 사서 집안의 물건들을 모두 지하에 모아두고 쓸 수 없는 물건들은 돈을 주고 쓰레기처리업체에 갖다 버렸다. 물건을 사는데 돈을 쓴 것이 아니라 못쓰는 물건들을 버리는데 비용을 썼고 물건을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절절히 깨닫게 된 것이다. 섬에서 물건을 버린다는 것은 죄악이었다.
마케팅을 포기하게 만드는 최악의 입지?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었다. 네이버에 노출하고 리뷰를 달고 숙박앱에 등록을 하시라고. 그런데 온라인 마케팅을 업으로 하는 마케팅 알케미스트는 마케팅을 포기했다. 어쩐지 이 집에서 만날 사람은 마케팅해서 오는 사람이 아닐 것 같아서였다. 달리 표현하자면 나와 결이 같은 사람들은 어딘가 따로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위대한 자연 앞에 겸손해지는 순간 속에 있고자 하며, 자연 앞에서 사진을 찍기보다는 바라보기를 좋아하고, 더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위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는 생태환경주의자가 될 의지가 있는 사람. 우리 집에서는 어쩌면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속가능한 여행, 지속가능한 사람들의 연대 속으로
TV를 껐다. SNS 도 끊었다.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라는 노랫말처럼 가까운 지인들의 걱정이 나를 더 마음 아프게 했다. 마케팅의 기본은 고객이 무엇을 원할 것인가를 찾는 것일진대 나는 거꾸로 내가 원하는 숙소를 만들고 있었다. 마케팅을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생각한 대로 좀 더 밀고 나가 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숙소가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 내가 가고 싶은 숙소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내가 많은 나라들을 여행해 본 결과 내가 가고 싶은 숙소는 이런 곳이었다.
1.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을 것
2. 전망이 좋을 것
3. 직접 식사를 해먹을 수 있을 것(공유주방)
4.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있거나 와이파이가 안정적일 것
5. 음악감상이나 넷플릭스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 것
6. 주변에 산책할 수 있는 조용한 마을이 있을 것
7. 해가 뜨거나 노을을 보거나 조용히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 것
8. TV가 없을 것
TV를 끄고 만남의 설레임이 있는 곳, 제주와일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숙소를 꾸며 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임대한 빈 집 주변에는 유흥시설이나 관광객들이 적은 대신 와일드한 생태정원으로 둘러싸여 있고 해가 뜰 때나 질 때 조용히 사위의 색이 변해가는 자연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을 가지고 있다.
공유 주방을 만들었다. 여행지에서 공유주방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중요한 공간 기능을 가지고 있다. 라면을 끓여먹다가 막걸리 한잔 마시다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하는 그런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제주시의 어떤 가정에서 쓰던 멀쩡한 싱크대를 뜯어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 그대로 가져와 업사이클링 주방을 만들었다.
건물 1층에는 피아노와 드럼, 기타, 카혼 등 다양한 악기들을 준비해두었다. 누구든 흥이 나는 손님이 오시면 즉흥연주를 벌일 셈이었다.
라운지의 빈 공간에는 텐트와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들도 펼쳐 놓았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언제든 슬라이딩 도어를 열어 놓고 일상 속 캠핑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속가능한 숙소를 만드는 것이 공멸의 배에서 탈출하는 길
페트병에 담긴 물 대신 정수기 물을 마시며 일회용 욕실용품 사용 대신 다회용품을 공유하며 지나치게 잦은 룸클리닝이나 인위적인 꽃장식 등은 지양하고 있다. 호텔 등에서 흔하게 하는 기본 서비스들과는 정반대의 불편한 서비스를 하고 환영패널은 박스 등 재활용 종이를 사용하고 쓰고 버리는 인쇄물이나 플래카드 등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대신 디지털로 일하는 사람들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공유오피스도 준비해 두었다. 자연 속에 있지만 건물 밖이나 루프탑 어디에서도 와이파이를 넉넉하게 쓸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 바다를 바라보면서도 한라산을 바라보면서도 군산오름을 바라보면서도 노트북만 켜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도록 일하면서 휴가도 즐기는 워케이션 숙소로 만들었다. 화려한 숙소 대신 지속가능한 숙소를 만드는 일을 더 중요한 가치로 두었다.
남들보다 화려하고 남들보다 새로운 것을 찾아가며 소비되는 마케팅은 모두가 함께 죽는 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마케팅 알케미스트가 마케팅을 포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이 자유로운가?
매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방 안에서 맞이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마주할 수 있는 위대한 자유가 부여된다. 충분히 자연 속 산책시간을 가져도 일하는 시간은 크게 줄지 않는다. 업무 효율이 훨씬 높으니 자유로워진 것이다.
숙소 공간 안에서는 어디서든 넉넉히 와이파이를 쓸 수 있고 악기 연주, 음악감상 등을 할 수 있는 여가 공간이 있으니 취미활동도 마음껏 할 수 있다. 럭셔리한 호텔에서는 누려보기 어려운 자유의 시간이다. 컴퓨터와 종일 씨름하는 디지털 노마드에게는 힐링의 시간을 누리는 곳. 제주워케이션 제주와일드 풍경이다.
최고의 휴양단지이자 최악의 건축 쓰레기가 공존하는 곳에서 시작하는 미래 여행
서퍼들의 성지로 유명한 중문색달 해수욕장의 해안길을 따라 쭈욱 따라가면 낙석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출입이 통제된 해안길이 있다. 대략 1.7km 정도 되는 돌로 이어지는 해안길인데 해병대들이 훈련받는 해병대길이라고도 하고 과거에는 올레꾼들이 자유롭게 걸어다니기도 했다는데 어쨌든 지금은 출입금지 표지판이 가로막혀 있다. 그곳은 제주에서도 가장 크다는 갯깍주상절리가 있고 폭풍의 언덕에 나올 법한 절벽 위로는 제주의 유명 골프장인 중문 cc와 오성급 호텔들이 즐비하게 모여있는 제주 최고의 관광휴양지이다.
반딧불이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곳. 그것도 바닷가 마을 끝없는 생태공원이 수만평씩 펼쳐져 있지만 농사도 짓지 않고 와일드한 목초지와 생태공원이 조성된 제주의 거의 유일한 마을.
알케미스트가 만난 예래는 생태 운동의 메카였다.
여행 중에 만난 제주 천혜 자원의 보고는 예래였다. 올레 8코스 해안도로에서 보이는 한라산은 거꾸로 흉물처럼 버티고선 제주 최고의 쓰레기 더미 버자야 휴양단지를 내려다보고 있고 여름철이면 제주 곳곳에서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천연풀장을 찾아 논짓물로 모여든다.
이렇게 해서 제주도 여행 중에 시작된 알케미스트의 프로젝트는 생태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워케이션 숙소 만들기가 되었다.
제주워케이션 제주와일드 사이트 보기 http://jejuworka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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