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싼 샴페인 '구 드 디아망 2013'

이철형 / 와인소풍 대표

한 병에 무려 150만달러...한 잔이 25만달러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이번 여름처럼 더웠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열대야 기록이 연일 갱신됐다고 한다.

오늘은 신기록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샴페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구 드 디아망.

주인공은 '구 드 디아망'(Goût de Diamants) 2013.

영어로 번역하면 ‘테이스트 오브 다이아몬즈'다. 즉 ‘다이아몬드의 풍미를 가진 와인’쯤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혹은 '다이아몬드처럼 귀한 와인'.

이 샴페인은 블랑드 블랑, 로제, 브뤼(화이트)의 세종류가 있다. 프랑스 샹파뉴 지방(Champagne-Ardenne)의 가족 경영 형태의 그랑 크뤼 등급의 와이너리 샤피 디 오제르(Champagne Chapuy di Oger)에서 생산된 포도로만 만든다.

와이너리 면적이 8헥타르라고 하니 8만제곱미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위로는 2만6400평쯤된다. 여기서 키운 샴페인 품종 3총사 샤르도네, 피노누아, 피노 므니에로 만든다.

여기까지는 다른 샴페인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이 샴페인이 최고가를 갱신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샹파뉴에 위치한 그랑 크뤼급 포도원에서 생상한 포도로만 만든 샴페인은 이 녀석 외에도 꽤 된다. 여기에 유명인의 도움을 받아 로고와 라벨을 디자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탁월한 와인과 로고 라벨 디자인이 결합해 예술작품의 반열에 오르는 경우다. 세계적인 화가의 그림을 라벨로 사용하는 샤또 무통 로칠드가 대표적이다.

구 드 디아망 라벨.

구 드 디아망이 다른 뛰어난 와인과 다른 점은 와인의 라벨에 구매자의 이름을 새겨준다는 점이다.

구매자의 이름을 빼면 동일 브랜드 내의 전체 디자인은 동일하다. 구매자의 이름 때문에 디자인 자체가 유일한 작품이 된다는 얘기다.

유명화가들 중에는 실사 프린트로 원본과 똑같은 그림을 생산한 뒤 그 위에 약간의 붓 터치를 하고 그림을 받은 사람의 이름과 의미 등을 적어 선물하는 때가 있다. 이런 경우에도 복사본이라고 하지 않는데 그 것과 비슷하다.

로고와 라벨 디자인은 독창적이고 독점적인 작품으로 세계적인 셀럽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유명 디자이너인 알렉산더 아모수(Alexander Amosu)에 의해 탄생했다. 이 디자이너는 나이지리아계 영국인으로 1975년생인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트를 만든 사람으로 유명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블랙베리 한정판, 모토롤라 등의 핸드폰도 디자인했다.

구 드 디아망 라벨을 디자인한 알렉산더 아모수.

라벨에 사용되는 재료도 초고가다.

구 드 디아망의 로고는 48g의 백금(18K) 판위에 수퍼맨 로고를 연상시키는 다이아몬드 모양이 디자인돼 있다.그리고 스와브로스키 크리스탈(Swarovski crystal)과 실제 다이아몬드 19캐럿 짜리로 장식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언뜻 보면 주석같아 보이지만 라벨도 백금인데 여기에 구매자의 이름을 새겨넣었다. 귀금속과 보석 가치만 따져봐도 엄청날 것 같다.

그럼 이 와인 한병의 가격은 얼마나 할까.

놀라지 마시라. 750ml 한병에 150만달러다. 비싼 와인을 어지간히 봐 온 필자도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이다. 와인 한 병을 따르면 넉넉하게 6잔 정도 나오니 한 잔에 25만 달러다. 한화로 무려 3억4000만원쯤 된다.

맛도 어떤지 궁금하다. 물론 필자도 아직 마셔보지 못했다.

입안에 머금으면 신선 상쾌하고 벨벳처럼 부드러운 질감의 여운 뒤에 꽃향이 스며나온단다. 당연히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향과 배, 사과 등의 과일향도 담겨 있고.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우아한 향과 정말 강렬한 맛이 어우러진 블렌딩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그 맛이 너무 뛰어나 '다이아몬드 샴페인의 맛'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필자가 내린 결론은 이 엄청난 가격은 단순히 샴페인 가격이 아니다.

샴페인을 포함한 자체가 작품인 예술품의 가격이다.

한편으로는 예술작품이라지만 구매자의 이름이 들어 있어 누가 팔지는 모르겠다. 혹시 구매자가 유명인이라면 언젠가 경매에 나올 수는 있겠다는 생각을 해볼 따름이다.

재미난 것은 이 예술품을 기획한 것은 영국이고, 생산은 프랑스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역시 영국의 갑부들은 사람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류의 게임을 잘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록은 갱신되기 마련이라지만 당분간 이 가격을 넘어서는 와인이 등장하기는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