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한테 전화왔죠?"…김건희 여사 '도이치 연루' 판단의 핵심

CBS노컷뉴스 김구연 기자 2024. 9. 2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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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 주가조작 또다른 전주 손모씨 '주가조작 방조죄' 유죄
'주가조작 인지' 여부 핵심…주가조작 선수와 나눈 문자 결정적 증거
김 여사, 주가조작 선수와 직접 연락 증거 등은 없어
하지만 증권사 통화서 "그분한테 전화 들어왔죠" 말하기도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의 핵심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다면, 주가조작을 방조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반대로 인지 여부가 증명되지 못한다면,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됐다고 하더라도 유죄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작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전주 손모씨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방조 혐의가 인정된 이유는 손씨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손씨가 주가조작 선수 김모씨에게 보낸 문자가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손씨는 2012년 3월 21일 김씨에게 "오늘 또 사기 치면 용서 안 한다. 나를 더 이상 분노하게 하지 말아라. 인연을 악연으로 만드는 천치가 되지 말라"는 문자를 보냈다. 3월 29일에는 "너 어떡할 거야. 나까지 이 수렁에 빠지게 해놓고. 이것은 아니야. 사기야 사기. 너 이것 못해내면 나 죽는 거야" 등의 문자를 보냈고, 4월 3일에도 "이 고비 넘어야 돼. 꼭 답을 가지고 와 아침에"라고 보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예상과 달리 하락하자, 김씨를 강하게 질타하는 듯한 내용들이다.

재판부도 "단순히 종목 추천을 받아 자기 책임하에 투자한 사람의 행동으로 볼 수 없다"며 "김씨가 주식에 대해 시세조종을 하고 있으므로 투자 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손씨에게 주었고 손씨가 이를 믿고 대량으로 주식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씨는 단순히 정범인 피고인들에게 돈을 빌려준 '전주'가 아니라, 피고인들이 시세조종 행위를 하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이에 편승해 자신의 자금을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해 인위적 매수세를 형성하는 등 정범의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손씨의 주식 매수 금액 총액은 52억6천여만원이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서 계좌가 활용된 이른바 '전주'(錢主) 손 모 씨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의 판단을 김 여사 사건에 적용해 본다면, 결국 핵심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는지가 사건 처분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재판부에서 인정한 사실은 김 여사 명의 계좌 3개가 시세조종에 이용됐다는 점이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손씨 등에 대한 2심 판결문 본문에 김 여사 이름이 84번이나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 여사의 경우, 주가조작 선수 김씨 등과 주식매매와 관련한 대화나 문자를 주고받은 증거가 없다. 김 여사 측이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권 전 회장으로부터 투자전문가라고 소개받은 이모씨(1차 주가조작 선수)에게 통장을 맡긴 게 전부라는 게 김 여사 측의 입장이다.

다만, 변수는 의외의 곳에서 나올 수 있다. 특히 재판부가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은 2010년 10월 21일 이전의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드러나는 통화 녹취록이 재판에서 공개된 바 있다.

2010년 1월 25일
김 여사 : 네. 지점장님
증권사 직원 : 네. 여사님 지금 4만주 샀구요, 239원이고 되면 정가에 더 넣도록 하겠습니다.
김 여사 : 네. 알겠습니다. 그분한테 전화 들어왔죠?
증권사 직원 : 예예예
김 여사 : 네. 알겠습니다.

2010년 1월 26일
김 여사 : 네. 지점장님
증권사 직원 : 네. 여사님, 네네 지금 2440원까지 8000주 샀고요 추가로
김 여사 : 또 전화 왔어요? 사라고?
증권사 직원 : 네네 추가로 2440원까지 그렇게 사겠습니다.
김 여사 : 네 알겠습니다.

김 여사가 '그분한테 전화 들어왔죠', '또 전화 왔어요?" 등 증권사 직원에게 되묻는 말은 김 여사의 주식거래가 자체 판단이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김 여사 측은 평소 알고 지내던 권 전 회장이나 권 전 회장에게 소개받은 이씨가 적절하게 투자 조언을 해줘 판단을 따랐을 뿐, 주가조작 사실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6일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검찰 수장이 된 심우정 검찰총장도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유죄 판결을 받은 손씨의 판결문과 김 여사 사건 등을 놓고 유사점과 차이점 등을 분석하며 막바지 기소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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