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뇌전증 병역비리' 두번째 브로커 등 22명 기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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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환자로 위장해 병역을 면제받거나 신체검사 등급을 낮춘 병역 브로커와 병역 면탈자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병무청 병역면탈 합동수사팀은 26일 브로커 김모(38)씨를 구속기소하고 병역면탈자 15명,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면탈자 가족이나 지인 6명 등 21명을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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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신고하며 목격자 행세한 가족·지인들도 재판에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뇌전증 환자로 위장해 병역을 면제받거나 신체검사 등급을 낮춘 병역 브로커와 병역 면탈자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병무청 병역면탈 합동수사팀은 26일 브로커 김모(38)씨를 구속기소하고 병역면탈자 15명,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면탈자 가족이나 지인 6명 등 21명을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앞서 구속기소된 구모(47)씨에 이어 두 번째 적발된 병역 브로커다.
김씨는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병역 의무자 등과 공모해 뇌전증 증상을 꾸며낸 뒤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게 하고, 이를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게 한 혐의를 받는다.
병역면탈자 중에는 의사(공중보건의),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T1의 e스포츠 아카데미 소속 프로게이머 코치, 준프로 골프선수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뇌파 검사에서 이상이 나오지 않더라도 임상 증상만으로 진단받을 수 있는 뇌전증의 특성을 악용했다.
김씨는 인터넷에 병역상담 카페를 개설해 병역 의무자와 가족 등을 끌어들였다.
그는 '시나리오대로 뇌전증 환자처럼 행세하면 병역을 감면받을 수 있다'고 약속한 뒤 컨설팅비 명목으로 모두 2억610만원을 챙겼다. 이때 '뇌전증으로 신체검사 5급을 못 받으면 보수를 전액 환불하겠다'는 내용의 자필 계약서를 써줘 의뢰인의 믿음을 사기도 했다. 컨설팅비는 고객에 따라 달리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역 의무자들은 김씨가 제공한 시나리오에 따라 뇌전증 환자로 가장해 허위 진단서와 약물 처방, 진료기록 등을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았다.
김씨는 병무청으로부터 뇌전증 진단을 인정받기 위해 의뢰인에 따라 진료기록을 확보하는 방법을 다르게 치밀함도 보였다.
김씨는 서둘러 군면제를 받아야 하는 의뢰인에게는 발작 등을 허위로 119에 신고해 대학병원 응급실에 보냈다.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의뢰인에게는 동네 병·의원에서 여러 차례 허위 진료를 받게 했다. 혈액검사 직전 뇌전증 약을 복용하라고 지시하는 등 진료기록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기소된 가족과 지인들은 브로커와 직접 병역면탈 계약을 맺거나 돈을 마련하는가 하면 허위로 119 신고를 하는 등 뇌전증 목격자 또는 보호자 행세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 브로커를 통해 병역을 회피한 의뢰인이 더 있다고 보고 추가 수사 중이다.
병역면탈자들은 유죄가 확정되면 병역판정을 새롭게 받아 재입대해야 한다.
병역법 86조에 따르면 병역의무를 기피 또는 감면하려고 속임수를 쓴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면탈행위가 드러나면 기존 병역 처분이 취소돼 병역판정검사를 다시 받고 복무해야 한다. 징역 1년6개월 이상 실형을 선고받으면 전시근로역에 편입되지만, 병역면탈자는 제외된다.
김씨에 앞서 구속기소된 구씨는 오는 27일 첫 재판을 받는다.
구씨는 지난해 12월21일 구속기소된 후 혐의를 인정하고 변호인 없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반성문도 제출했다.
구씨의 의뢰인 중에는 부장판사 출신 대형로펌 변호사의 아들뿐 아니라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소속 조재성(28)과 프로축구 K리그1(1부) 선수, 래퍼 라비(본명 김원식·30) 등이 포함돼있다. 검찰은 구씨의 의뢰인 수십 명 중에서도 기소 대상을 선별할 방침이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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