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하나라도 더 써야 하는 현실 : 취준생의 비애 [視리즈]
스펙: 그 쓸모없는 경제학 3편
취업 어렵게 느끼는 취준생 숱해
경력직‧중고신입 선호 현상 강화
초짜 신입 자리 좁아질수록…
스펙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어
"취업이 어렵다"고 느끼는 취준생들이 늘고 있다. 기업들이 수익성 중심 경영,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채용을 줄이고 있는 데다 '신입'보다 '경력직'이나 '중고신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취준생들은 입사지원서에 한 줄이라도 추가할 수 있는 '스펙 쌓기'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취준생들에게 '대기업'은 여전히 꿈의 직장이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칠전팔기'의 과정을 거치는 이들도 숱하다.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대기업 최종합격자 5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024년), 이들은 대기업 채용에 평균 17.3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서류합격 횟수는 6.8회(이하 평균치), 최종합격 횟수는 1.8회였다.
취준생들은 '좁은 문'이라도 두드리고 싶지만, 기업들은 채용에 소극적이기만 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물어본 결과, 10곳 중 6곳(57.5%)이 신규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었다.
기업들이 신규채용에 소극적 이유는 복합적이다.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경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223.8%)'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인한 경기 부진(20.6%)'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채용 규모가 줄어드는 데 기업들이 '경력직' '중고신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은 취준생들에게 또다른 부담 요인이다. 한경협에 따르면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채용시장에서 '경력직 채용 확대(20.5%)' '중고신입 선호 현상 심화(14.6%)'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인지 "취업이 어렵게 느껴진다"는 취준생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진학사 캐치가 취준생을 대상으로 '취업 체감 난이도'를 조사한 결과(2024년), '어렵다'고 답한 비중은 전체의 40.0%, '매우 어렵다'는 36.0%였다. '보통이다' '쉽다'는 각각 20.0%, 2.0%에 그쳤다.
이처럼 신입을 위한 일자리가 줄어들수록 취준생들은 취업 준비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 입사지원서에 스펙 한줄이라도 더 써야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취준생들은 취업 준비를 서두르는 이유로 '스펙 경쟁이 삼화하기 때문에(45.0%)' '인턴‧신입 채용에 실무 경험 요구해서(16.0%)' '뒤처질까 불안해서(11.0%)' 등을 꼽았다.
문제는 취준생들의 이런 노력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과 취준생간 '미스매치' 현상이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해서다. 재단법인 교육의봄이 취준생(50명)과 인사담당자(50명)를 비교·조사한 결과, 취준생이 느끼는 스펙 중요도가 인사담당자에 비해 확연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인턴경험이 채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취준생은 전체의 96.0%에 달한 반면 인사담당자는 42.0%에 그쳤다. 영어성적(취준생 92.0%‧인사담당자 46.0%), 대내외활동(취준생 76.0%‧인사담당자 30.0%) 등 다른 스펙을 생각하는 인식차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취준생들을 불필요한 스펙 경쟁에 내몰지 않으려면 결국 기업이 명확한 채용공고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취준생들은 '입사 의지를 높이는 가장 큰 요인(진학사 캐치)'으로 '명확하고 자세한 채용 공고(56.0%)'를 꼽았다. 취준생들은 기업의 채용 전략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채용 시장의 변화는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는 거다. 이젠 그럴 때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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