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에 한번 내릴 비”… 하루 397㎜ 가을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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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아생전 겪은 가장 악몽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손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허리까지 물이 차올라 다들 몸만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22일 경남 김해시 칠산서부동의 최용기 이동마을 통장은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 씨는 "119에 신고하는 사이 하천이 굉장히 빠르게 불어나더니 강물이 제방을 넘어 집과 논을 덮치기 시작했다"며 "한 시간만 더 폭우가 쏟아졌다면 둑이 터져서 논이며 주택이며 전부 물에 잠겨 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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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작년 누적 강수량의 25% 내려
하천 제방 넘치며 마을-작물 덮쳐
해남 마을 허리 높이 잠겨 같은 날 전남 해남군 문내면 일대는 마을이 허리 높이까지 물에 잠긴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집에 고립됐던 주민들을 데리고 나오고 있다. 전남소방본부 제공 |
22일 경남 김해시 칠산서부동의 최용기 이동마을 통장은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20일부터 427.8mm의 물폭탄이 쏟아진 김해에선 지역 하천인 조만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했고, 21일 오전 9시경 범람한 강물이 이동마을을 휩쓸었다. 최 씨는 “119에 신고하는 사이 하천이 굉장히 빠르게 불어나더니 강물이 제방을 넘어 집과 논을 덮치기 시작했다”며 “한 시간만 더 폭우가 쏟아졌다면 둑이 터져서 논이며 주택이며 전부 물에 잠겨 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해에선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대성동고분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폭우에 부산선 대형 싱크홀 19일부터 사흘간 남부 지방을 할퀸 역대급 가을 폭우로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부산 사상구의 한 도로에는 21일 오전 8시 45분경 길이 10m 규모의 대형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해 지나가던 119 배수 차량과 5t 트럭이 빠졌다. 부산소방재난본부 |
주말 동안 경남, 부산, 전남, 제주 등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가을 폭우가 쏟아지며 피해가 속출했다. 21일 부산에선 대형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해 부산소방재난본부 배수 차량과 5t 트럭이 구멍에 빠졌고, 전남 장흥군에선 급류에 휩쓸린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오전 8시까지 이번 비로 인한 전국 논밭 침수 피해 면적을 3608ha(헥타르)로 집계했으나, 이날 오후 8시 기준 전남에서만 논 침수 면적이 7791ha로 늘어나 전체 피해 규모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19일부터 21일 밤 12시까지 사흘간 누적 강수량은 제주 삼각봉이 770.5mm, 경남 창원시 529.4mm, 김해시 431.1mm, 전남 여수시 400.5mm, 강원 속초시 388.5mm 등이었다.
특히 창원은 21일 하루 강수량이 397.7mm, 시간당 최대 104.9mm로 둘 다 기록을 경신했다. 기상청은 “시간당과 일일 기준 모두 200년 만에 한 번 내릴 만한 폭우였다”고 분석했다. 창원의 지난해 누적 강수량(2161.1mm)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비가 사흘 만에 쏟아진 셈이다. 일반적으로 시간당 30mm 이상이면 폭우, 50mm 이상이면 극한호우에 해당한다. 시간당 100mm가 넘게 내리면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창원의 과거 시간당 강수량 기록은 2009년 7월 16일 102mm였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경남=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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