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사건파일

157억원대의 불법 공매도 혐의를 받는 글로벌 투자은행(IB) 홍콩상하이은행(HSBC) 홍콩법인에 대한 2심 재판에서 법인의 시스템 개선과 관련해 검찰과 법인 측이 공방을 벌였다. 검찰 측은 법인 측이 불법 공매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시스템을 관리하지 않다가 지적을 받은 뒤 바꿨다고 지적했으나, 법인 측은 법 위반 가능성을 인지하고 곧바로 시정했다고 반박했다.
서울고법 제1형사부는 18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HSBC 홍콩법인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공매도라는 시스템은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해야 한다"며 "HSBC 홍콩법인은 무차입 공매도가 있으면 안 된다는 취지의 내부회의를 열었고, (소속 트레이더 등) 피고인들도 (무차입 공매도를) 불법으로 인지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부 시스템을) 충분히 바꿀 수 있었지만 간과 내지 관리하지 않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다가 지적을 받고 수정했다"며 "금융감독원 관계자의 진술조서에도 나오듯이, 결국 비용 등의 문제로 하지 않았다는 점은 (관리를) 게을리한 것이며, 불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HSBC 홍콩법인 측의 입장은 달랐다. 변호인은 "HSBC 홍콩법인에는 법을 위반해 영업하려는 의사가 없었다"며 "법 위반 가능성을 인지하고 즉시 시정조치를 취한 것일 뿐 어떤 불이익이 예상되자 시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기관으로서 당국의 과징금이나 형사처벌 같은 치명적 결과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 법 위반 상황을 묵인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을 8월29일로 지정했다. 이날 변호인 측은 쟁점 등에 관한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설 예정이다. 최종 변론도 진행된다.
앞서 HSBC 홍콩법인 대차부서 소속 트레이더 A 씨 등은 2021년 8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9개 회사 주식 31만8781주(약 157억원)를 무차입 공매도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겨졌다.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도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국내에서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돼 있고, 적법한 차입 공매도가 되려면 공매도 주문 제출 전 주식의 사전 차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HSBC 홍콩법인이 알고 있었다고 봤다. 또 HSBC 측의 잔액관리 시스템은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알면서도 A 씨 등이 대표이사 등과 공모해 무차입 공매도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을 심리한 서울남부지법 합의13부는 "A 씨 등은 개별 거래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기계적으로 업무를 수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비록 대차부서에서 주로 사용하는 잔액관리 시스템 화면에는 (HSBC 측) 주식 보유 수량과 외부로부터 차입이 가능한 수량이 구분돼 표시된 사정이 있지만, 그러한 사정만으로 A 씨 등이 잔액관리 시스템을 설계 또는 운영하는 자와 공모해 무차입 공매도로 인한 결제 불이행을 막기 위해 사후 차입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A 씨 등이 무차입 공매도로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이들의 위반행위를 전제로 HSBC 홍콩법인을 양벌규정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재판부는 홍콩 등 해외에 체류하며 재판에 불출석한 A 씨 등과 HSBC 홍콩법인에 대한 변론을 분리해 재판을 진행했다.
박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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