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야 와일드 원 맥스, 진짜 운전할 수 있는 특별한 RC 카

누구든 가장 좋아하는 RC 카를 직접 운전하는 상상을 했을 터다. 와일드 원 맥스는 그 꿈을 실현한다

예상하지 못했다. RC 카 타미야 와일드 원이 실물 크기 타미야 와일드 원 맥스보다 조종하기 더 까다로울 줄 누가 알았을까. 나는 하루 대부분을 와일드 원 맥스를 타고 옆걸음질 치며 보냈다. 결국 진흙밭에서 ‘오버스티어에 시달린 엄지손가락’을 간호하고 있다(장갑을 깜빡했더니 스티어링휠을 덮은 알칸타라가 피부를 한 꺼풀 벗겨냈다). 팔이 아프고 관자놀이가 욱신거린다. 옆으로 너무 오래 달린 탓에 내이 전정기관이 비뚤어진 느낌이다. 내가 직접 조종한 RC 카가 내 발에 걸려 뒤집어진 이유도 그래서일 터다. 그것도 두 번이나.

미치와 맷을 탓했다. 그들은 이 모험을 촬영하는 영상 PD다. 둘은 작은 타미야 RC 카가 실물 크기로 달리는 장면을 찍고 싶어 했다. 이 장난감은 1985년 처음 등장한 10분의 1 크기 플라스틱 버기카다. 레이 린치라는 이름의 모형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을 잡고 있는 타미야의 대표 장난감 중 하나다. 레이는 단순하고 쾌락적이며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자태를 뽐내는 환상적인 자동차를 조종하고 있다. 1985년에 나온 오리지널 와일드 원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다. 이베이에서 시세가 1000달러(130만원)에 육박할 정도다. 와일드 원 맥스의 가격(부가세 포함)보다 3만4000파운드(5700만원) 저렴하다. 이 거대한 장난감과 비교하면 RC 카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와일드 원 맥스는 와이퍼와 전면 유리를 기본으로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몇 가지 불편 정도야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모든 기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근사한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많은 이국적인 자동차가 세상에 나왔다. 이 가운데 차체 무게가 500kg에 불과한 최고출력 38마력짜리 48V 전기 버기카는 2023년 가장 부끄럽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자동차로 꼽을 만하다. 심지어 콘셉트와 출처가 분명하다. 타미야 와일드 원 맥스는 지난 3년 동안 애스턴마틴 DB5, 부가티 T35, 페라리 250 테스타로사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동차의 75% 축소 버전을 정교하게 만들어 온 독창적인 스타트업 ‘리틀 카 컴퍼니’의 작품이다. 애스턴마틴, 부가티, 페라리…. 그 누구도 자신의 브랜드 자산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미니어처 자동차 제작을 흔쾌히 허락했다는 말은 리틀 카 컴퍼니의 실력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스티커를 똑바로 붙이려다 진흙을 뒤집어썼다

이제 타미야 차례다. 리틀 카 컴퍼니는 축소 광선 다이얼을 거꾸로 돌렸다.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뻐했을 타미야의 승인 아래 커다란 와일드 원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실제로 와일드 원 맥스는 단순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가득하다. 용접한 강철 스페이스 프레임 섀시를 드러내는 이 차는 성인 두 명이 앉기에 충분하다. 기존 모델의 불쑥 튀어나온 앞 서스펜션 돌기는 전방 시야 개선 및 보행자 보호를 위해 다듬었다.

더 중요한 점은 이 차가 합법적으로 도로를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와일드 원 맥스는 유럽연합 자동차 분류상 소형 전기차에 해당하는 L7e 규정을 충족한다. 시트로엥 에이미나 피아트 토폴리노와 비슷하다. 유럽 특유의 시크한 멋으로 꾸민 대신 다가오는 종말에 맞서는 매드 맥스 스타일로 무장했지만….

진흙길 주행을 거뜬히 해내는 울퉁불퉁 타이어
출력을 높이면 더 즐거운 차로 거듭날 텐데…
에어본 라디에이터
서스펜션 작동 범위를 폭넓게 조정할 수 있다

다시 차를 둘러보자. 시트는 코브라, 작동 범위가 긴 스프링은 아이박, 조절식 댐퍼는 빌스테인, 브레이크는 브렘보 제품을 사용한다. 오프로드 전문 업체인 맥시스의 두툼한 빅혼 타이어가 14인치 리어 휠을 감싼다. 앞 서스펜션은 트레일링 암 대신 더블 위시본으로 구성했다. 덕분에 척추 마사지사 전화번호를 휴대전화 즐겨찾기에 저장해 놓을 필요가 없다.

100대 한정판인 런치 에디션 중 하나를 주문하면 탄소섬유로 만든 대시보드를 비롯해 몇 가지 특별한 옵션을 누릴 수 있다. 주행가능거리와 속도를 표시하는 5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뷔르트의 제품인데, 하단에 있는 타미야 로고 그래픽이 근사하다. 디스플레이와 스파르코 스티어링휠 오른쪽에는 드라이브 컨트롤을 포함한 두툼한 버튼 6개를 배치했다. F는 전진, N은 중립, R은 후진을 뜻한다(프로토타입에는 커다란 빨간색 정지 스위치를 포함한 임시 패널을 추가로 달았다). 왼쪽에는 와이퍼와 램프 등을 조작하는 또 다른 6개의 버튼이 있다. 모든 장비가 놀랍도록 사용자 친화적이다. 요즘 자동차의 무분별한 터치스크린 인테리어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할 구성이다. 어떤 면에서는 해양용 특수 자동차와 유사하다. 호스를 통해 실내에 들어찬 물을 뺄 수 있는 배수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폴리카보네이트 차체 안쪽에는 14.4kWh 배터리 팩이 들어 있다. 서류 가방 크기만 한 배터리 묶음을 8개의 분리 가능한 섹션으로 배치했다. 이들은 각자, 또는 한 번에 충전할 수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차체 뒤쪽에 자리 잡았다. 잠금장치를 매단 패널을 열면 쉽게 꺼낼 수 있다. 전압이 낮아 충전 속도가 느리고 쓸 수 있는 에너지양이 제한적이지만, 덕분에 더 쉽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배터리 교체도 가능하다.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38마력을 뒷바퀴로 보낸다. 배터리 잔량이 줄어들수록 출력은 떨어진다. 결코 높은 출력은 아니지만, 차체 무게가 가벼우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 최고시속은 95km에 육박한다. 1회 충전으로 일반 도로에서는 200km, 오프로드에서는 노면 상황에 따라 100km 정도 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차를 어디에서, 어떻게 써야 좋을까? 리틀 카 컴퍼니의 설립자이자 CEO인 벤 헤들리는 와일드 원 맥스를 통학용이나 주말 모임에서 슈퍼카 오너 한두 명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데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벤은 닛산 GT-R의 소유자고, 케이터햄을 타고 정기적으로 레이스에 출전한다. 스키 대회에서 흥미로운 이력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열정적인 스릴 마니아로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안다. 와일드 원 맥스는 통근용으로도 훌륭하다. 특히 출근길에 들판을 가로질러야 하는 경우라면 더할 나위 없다.

“최고출력을 굳이 1000마력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없습니다. 조그만 자동차를 몰고 시속 30km로도 재미있게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해요.” 벤이 말했다. “RC 카를 실제 자동차 크기로 만들자고 결정했을 때, 1980년대에 유년 시절을 보낸 저는 타미야 와일드 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타미야에 연락했고, 그들은 흔쾌히 프로젝트를 승낙했습니다. 와일드 원은 시각적으로 균형 잡힌 마지막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버전에는 운전자 머리만 보이는 작은 운전석이 있었죠. 거기에 진짜 사람이 탈 수 있게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오리지널 모델이 나온 때가 워낙 옛날이라 CAD 설계도가 없었죠. 대신 박물관에 전시한 차를 가져왔어요. 디자인 엔지니어 샘 에반스가 측정하고 스캔한 끝에 실제 차 크기로 재현할 수 있었습니다.”

헤들리의 설명에 따르면 프로젝트는 빠르게 단계를 밟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크기가 혼다 파일럿만 하고 지금보다 더 저렴하고 출력이 낮은 차가 나오리라 예상했습니다. 목표 가격은 1만파운드(1680만원)였는데, 소형 전기차임을 고려해도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였어요. 사람들은 이 차를 보자마자 ‘더 크고, 빠르고, 두 명이 앉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일반 도로에서 달릴 수 있게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죠.”

“잘 몰라서 하는 말인데, 길 위에 착지해야 하지 않나요?”

오늘은 도로 대신 런던 랠리 스쿨에서 와일드 원 맥스를 한계로 몰아넣었다. 진흙탕에 미끄러지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멋지고 작은 오프로드 코스다. 스티어링휠을 떼어낼 수 있고, 야트막한 문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덕분에 차에 타고 내리기 쉽다. 부드러운 시트는 지지력이 뛰어나다. 4점식 하네스는 조절하기 쉽다. 공간이 좁아 키가 180cm 이상이라면 운전 자세를 잡기 어려울 듯하지만,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 스티어링휠은 가슴 가까이에 붙는다. 전원 버튼을 누르고 몇 초간 시스템을 켠 다음 기어를 F에 넣으면 출발한다. 차를 움직이기까지 이보다 쉬울 수 없다.

금세 트랙과 와일드 원 맥스에 적응했다. 앞차축은 처음부터 부드러운 편이다. 약간의 언더스티어와 함께 차체 앞코를 원하는 방향으로 멋지게 꺾는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고 랠리 드라이버 콜린 맥레이에 빙의해 있는 힘껏 밀어붙이면 어떤 구간에서든 쉽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코너를 돌다가 가속 페달에서 갑자기 발을 떼면 차체 뒤쪽이 순식간에 회전한다. 추진력을 회복하면 차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서서히 방향을 바꾼다. 진흙탕 웅덩이에서도 놀랍도록 유쾌하고 정확하게 차를 세울 수 있다. 이 경우 진흙이 흠뻑 들어오는 운전석은 덤이다….

코스에서 빠져나오는 길에 긴 코너가 있다. 이곳에서 정신없이 오른쪽으로 드리프트 한 다음 반대 방향으로 스티어링휠을 꺾어 돌멩이와 흙덩어리를 공중으로 날렸다. 이 모든 일을 적당한 속도로 달리면서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물론 빠르게 달리면 달릴수록 더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와일드 원 맥스는 가벼운 차체로 주행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증명하는 작품이자, 작은 차가 대자연 속으로 아주 깊이 파고들 수 있다는 증거 그 자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차에 더 많은 출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정도는 아니고, 최대치의 드리프트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금보다 20마력 정도만 더하면 충분할 듯하다. 48V 아키텍처를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 잔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출력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몇 번의 큰 공중 점프 후에 배터리 팩에서 식식거리는 소리가 약간 나는 듯했으나, 그 외에는 프로토타입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거의 방탄차에 가까운 강건함이다.

축소 광선 맞은 자동차를 본 적 있는가? 기계 다이얼을 반대로 돌리면 장난감이 커진다

지금은 작고한 타미야의 창업자 타미야 요시오는 1976년 일본 정부로부터 5급 훈장을 받았다. 이 훈장이 일본인에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자기 작품 중 하나가 2023년 매력적인 새 생명을 얻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가 얼마나 기쁘고 감격에 젖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건 그렇고, 와일드 원 맥스를 사면 장난감만큼 근사한 스티커를 준다.

JASON BARLOW 사진 MARK RICCIONI 에디터 조성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