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머지포인트' 막으려다…'간편결제' 다 죽일라

정은지 기자 2022. 11. 2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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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 전금법 개정안 논의…선불업자-가맹점 '직계약' 조항 논란
교통·해외결제도 영향 소비자 혼란 가중 우려…"합리적 추진돼야"
1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 모습. 머지포인트의 서비스 축소로 혼란이 이어지며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커지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유사 사태를 막기 위한 실태 조사를 예고했다. 2021.8.1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네이버·카카오페이·토스·NHN페이코 등 간편결제 핀테크기업으로 대표되는 선불전자지급업자가 '직접' 가맹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가맹점에서의 결제를 막는 법안이 추진된다.

이른바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막기 위한 입법화 조치인데 법안 일부 내용이 간편 결제시장에 마비를 가져올 수 있는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달전 만들어진 '전금법' 개정안…정무위, 22일 법안소위서 논의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1일 대표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이날 예정된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심사안건에 상정된다. 해당 법안은 이날 우선처리 법안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선불전자지급업자에 대한 관리감독과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해당 법안은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초래한 '머지포인트' 사태 재발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머지포인트는 온라인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약 20% 할인된 포인트를 '머지머니'라는 온라인 포인트로 전환해 충전한 후 개별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였다. 머지는 '선불업자'로 등록조차 하지 않고 해당 사업을 전개하며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국회에서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막는다는 명분하에 한달만에 졸속 통과가 예상되는 해당 법안에 대해 빅테크 및 핀테크 업계는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결제시장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법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우려하는 주요 조항은 △직가맹 관련 조항(제36조의2 제3호) △선불업자 수익기반 마케팅 관련 조항(제36조의 2 제1호) △후불결제 관련 조항(제35조의2) 등이다.

윤한홍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 2022.9.2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선불업자는 가맹점과 직접 계약해야"…간편결제 못쓰나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조항은 선불업자는 전자금융업자에게 가맹점과 직접적으로 가맹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조항이다. 이는 전자금융업자가 직접 책임을 지고 가맹점을 관리하도록 하려는 취지이지만, 업계 인식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주요 간편결제들은 PG사와 밴(VAN)사 등과 계약을 통해 PG사의 하위몰에 결제수단을 적용하고 있다. 오프라인 결제의 경우에도 밴사나 카드사 결제망을 통해 최종 정산에 이르도록 하고 있다.

만약 간편결제 업체에게 '직접계약' 의무를 적용할 경우, 사실상 간편결제가 막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례로 소비자가 배달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할 경우, 간편결제 업체가 배달앱 내 입점업체와 직접 가맹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면 실제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프랜차이즈의 경우라면 그나마 직접 계약이 가능할지 몰라도, 영세업체까지 직계약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만약 소비자가 오픈마켓에 입점해 있는 업체에서 제품을 구입해 장바구니에 담았다고 할지라도, 간편결제 업체와 직가맹이 되어있지 않은 사업자의 상품을 담았다면 상품 결제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 나올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가맹점을 직접 계약 형태로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빠르게 조치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지금까지 간편결제를 이용했던 온오프라인 사용처에서 간편결제를 이용할 수 없게 돼 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나'…불편함은 소비자의 몫

이번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된다면 대다수 국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선불교통카드의 경우에도 서비스 사용이 제한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간편결제 업체들이 버스, 지하철, 택시 등 개별 운수업체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면,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카카오T를 통해 카카오택시를 호출했는데, 해당 택시 사업자가 카카오페이와 직접결제 계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으면 카카오페이를 통한 결제가 안될 수도 있다.

지역화폐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화폐 운영사들은 밴사나 카드 결제망을 대여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사업자들은 지역화폐 가맹점과 모두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간편결제 사용이 용이한 해외결제에서도 혼란이 예상된다. 현재 해외결제를 지원하는 국내 간편결제 업체들은 해외 결제대행사와 제휴해 가맹점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를 통해 일본 등에서 결제가 가능해진 것이다.

결국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머지'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면 선불업자 등록 및 관리 강화로 가야지, 가이드를 준수하고 있는 기존 사업자들에 과잉규제를 들이대선 안된다는 얘기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일례로 해외결제의 경우 국내 PG업체뿐 아니라 외국환 PG까지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며 "가맹점을 관리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률적으로 직가맹해야 한다면 온오프라인 결제에 상당히 애를 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 국내 핀테크 다 죽는다'…업계 우려 커진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결제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 핀테크 업계 시장이 붕괴되거나, 일부 사업자만 생존이 가능해져 독과점 체제가 심화될 가능성도 우려한다.

일례로 가맹점 직접 계약 의무는 카드사의 경우라면 적용되지 않는 내용이다. 유사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적용되는 규정이 다르다는 것은 역차별 우려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이번 개정안에는 후불결제업무에 대해 선불업자도 신용카드업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했는데, 카드사 대비 한도 등이 극히 적은 현재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만 따르라고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두고 소비자 불편을 고려하지 않은 '카드사 특혜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불업자와 여신업인 카드는 엄연히 다른 서비스인데 이를 같은 잣대로 규제를 한다면 현재 구축된 온라인 결제 구조 생태계가 다 끊어지게 된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간편결제가 결제 연결 수단으로서 활용도가 굉장히 떨어지게 되는데 누가 국내에서 핀테크 사업을 하고 싶겠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선불결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곳은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이외에도 100곳이 넘는다"며 "자본력을 갖춘 회사라면 어느정도 대응 능력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어 결국 소수의 선불업자들만 생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준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머지포인트 사태 등으로 선불 사업자를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는 있지만, 탄력적으로 예외를 주며 규제를 신설하거나 다른 통제수단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추후 논의 과정에서 업권의 현실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적용범위와 기준이 합리적인 내용으로 구체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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