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우유 산업이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낙농진흥회가 올해 원유 가격 협상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2년 연속 원유값이 동결됐다. 지난해 원유 생산비가 전년 대비 1.5% 증가에 그쳐 협상 기준인 4% 이상 변동폭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흰 우유 제품에 들어가는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리터당 1084원, 치즈와 분유 등에 쓰는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882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 안정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지만, 유업계는 더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 우유 소비량 급격한 감소세, 대체 음료 시장 확산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흰우유 소비량은 2020년 26.3kg에서 2024년 25.3kg으로 감소했다. 가공유와 유제품을 포함한 전체 우유 제품 소비량도 같은 기간 83.9kg에서 76kg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두유와 식물성 음료, 고단백 음료 등 대체 음료 시장이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우유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과거 학교와 군부대에서 의무급식으로 제공되던 흰우유 소비도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 수입산 멸균우유 급증과 무관세 정책의 이중고
국내 우유 산업을 더욱 압박하는 요인은 값싼 수입산 멸균우유의 급증이다. 내년부터는 한-EU FTA에 따른 수입 유제품 무관세 정책까지 시행될 예정이어서 국산 우유의 경쟁력이 더욱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업계 관계자들은 "우유 소비 감소와 농가 생산 감소, 유업체 가동률 하락, 산업 경쟁력 하락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근본적인 정책 변화 없이는 국산 우유 산업의 붕괴까지 우려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 낙농가 부채 증가와 생산기반 위축 가속화
낙농가들은 2년 전부터 수입 조사료값 인상 등을 이유로 원유 가격 인상을 주장해왔다. 올해 생산비 증가율이 1.5%에 그쳤지만, 농가의 인건비를 최저시급 인상분으로 계산하면 실질적인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된 상황이다.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생산기반 위축이 가속화되면서 낙농가들의 부채 부담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용도별차등가격제 참여 집유주체들의 원유 계약량 감축 움직임까지 확산되면서 낙농가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 정부 대책과 업계의 미래 전망
농림축산식품부는 2030년까지 국내 원유 생산량을 현재 수준인 200만 톤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치즈와 분유 등 가공 유제품용 원유 활용을 늘리고, 유제품 자급률을 현재 44%에서 2030년 48%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대책만으로는 구조적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공영역에서의 우유 공급 확대 지원과 함께 소비 촉진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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