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오토살롱은 올해도 전통대로 1월 둘째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1월 10일부터 12일까지) 치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렸다. 1983년 처음 시작한 이례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열리는 자동차 전시회인 도쿄오토살롱은 역사와 규모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코로나 이후 관람객은 더욱 늘어났다. 3일간 무려 2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으며, 토요타, 혼다, 닛산, 스바루, 미쓰비시 등 일본 내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BMW 같은 수입차 업체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도쿄오토살롱의 규모는 그 내용과 상관없이 외형적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최대 튜닝 시장이 형성된 중국과 태국, 말레이시아에서도 같은 이름의 전시회가 매년 열리고 있으며,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도쿄오토살롱은 매년 딜레마에 빠진다. 갈수록 줄어드는 튜닝 시장에 대한 대응이 느린 편인데, 한동안 침체기를 보내다 토요타 86과 스바루 BRZ가 분위기를 살려냈고, 토요타 GR 야리스와 미쓰비시 델리카 미니 같은 차들이 주목을 받았다.

올해 도쿄오토살롱의 주역은 시빅 타입 R(FL5)을 꼽을 수 있다. 많은 우려와 걱정 속에 2024 시즌 슈퍼 GT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시빅 타입 R은 레이스에서 인기만큼이나 판매량도 높다. 한때 출고 중지(생산이 수요를 못 따라감)까지 갔던 시빅 타입 R은 완성도나 성능에 있어 일본을 대표하는 스포츠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이번 오토살롱을 통해 드리프트 킹이라 불리는 레이서 츠치야 케이치의 스페셜 에디션 아이오닉5 N DK 에디션을 공개했다. 기존 아이오닉5 N에 츠치야 케이치의 시그니처 컬러로(녹색) 꾸민 브레이크 캘리퍼와 로워링 스프링, 카본 디퓨저 등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현장의 전시차의 완성도는 스페셜 에디션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떨어졌다. 기존 빨간색 위에 덧씌운 녹색 시트지는 작업 완성도가 떨어져 아래쪽 색이 그대로 보이고, 각 파트의 이음새 역시 단차가 불규칙했다.
가장 큰 문제는 츠치야 케이치가 입고 등장한 그의 녹색 레이싱 수트. 오랜 시간 애용한 레이싱 수트에는 앞뒤로 크게 혼다의 튜닝 메이커(튜닝, 커스터마이징 프로그램)인 모듈로의(Modulo) 로고가 크게 박혀 있고 츠치야 케이치의 개인 스폰서인 브라이드 시트의 패치도 있었다.(아이오닉5 N의 시트는 레카로)
자동차 튜닝 업계에서 종사하는 일본 내 관계자들은 '현대차의 스페셜 에디션인데 혼다 스폰서가 있는 수트를 입고 나오는 것은 괜찮은가?'라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이후 현대차가 배포한 보도용 사진에도 이런 점이 그대로 나타나 있어 실수라고 하기에는 논란을 피해 갈 수 없을 것 같다.
여담으로 비슷한 시기 현대차의 모터스포츠 부서인 N은 일본에서 스페셜 에디션을 발표했고, 제네시스는 재키 익스를(르망 24시간 6회 챔피언) 앰배서더로 내세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다카르 랠리에서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모터스포츠에 관련된 모든 업무가 단일화된 다른 자동차 회사와 달리 두 개의 부서가 각자 움직이는 현대차의 구조는 독특하다고 하기에는 집중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도쿄오토살롱은 총 4개의 실내 전시장에서 열린다. 이중 3개의 전시장과 떨어져 있는 북관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업체나 캠핑 관련 업체들이 자리를 잡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메인 게이트도 북관 쪽으로 옮기고 보다 동선에 신경을 썼는데 북관에는 이번 오토살롱에서 가장 큰 규모로 전시장을 꾸민 토요타가 자리를 잡았다.

큰 눈길을 끈 것은 '60세가 되어 꿈을 이뤘습니다'라는 주제로 꾸며진 아키오 회장의 올드카 컬렉션. 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던 차들을 모두 모으기까지 60년이 걸렸다는 설명과 함께 전시된 일본의 올드카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켰으며, 젊은 세대들에게는 과거를 돌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지난 2005년부터 거의 20년 가까이 도쿄오토살롱을 매년 관람했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규모는 커졌을지 몰라도 볼거리는 부족한 편이었다. 전통적인 일본의 거대 튜너들은 여전히 스카이라인 GT-R이나 RX-7 같은 단종된지 20년이 넘은 차들을 다루고 있으며, 새로운 튜닝부품보다 의류나 액세서리 쪽에 비중이 점점 더 커진다는 점은 튜닝 시장 자체의 다변화에 대응이 느리다는 점을 나타낸다.
반면 매년 해외에서 오는 관람객들은 늘고 있는 추세다. 엔화 약세로 미국을 비롯한 유럽, 중국 등에서 도쿄오토살롱을 찾는 관람객은 크게 늘었으며, 오토살롱 기간에는 오토박스를 비롯해 자동차 메이커의 쇼룸 등 도쿄 주변의 자동차 관련 시설이 그야말로 호황을 누린다. 이런 점은 일본의 자동차 문화와 시장이 전혀 작지 않음을 보여주며,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자동차와 관련된 다양한 즐길 거리가 여전히 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