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이자 내드릴테니 제발”...세입자 모시기 전쟁 [부동산 라운지]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2022. 11. 2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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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분 전세대출 이자를 우리가 내드리기로 하고 계약갱신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경기도 화성에 주택을 소유한 주부 김모씨(42)는 최근 가까스로 세입자를 붙잡을 수 있었다. 김씨는 2년전 전용 84㎡ 아파트를 보증금 2억8000만원에 전세를 받았다. 그런데 최근 이곳 전세가가 떨어진데다, 전세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임차인은 “더 살고 싶지만, 전세대출을 갱신해야하는데 금리가 두배로 올라서 감당이 안된다”며 월세집을 알아본다고 했다.

김씨가 새로운 임차인을 받으면 현재 전세시세로는 2억 초반대에 전세를 놔야했다. 최소 5000만원 이상 돌려줘야하는 셈이다. 김씨는 임차인에게 “그렇다면 우리가 전세 금리 인상분만큼을 부담하겠다”고 했다. 임차인은 2년전 전세대출을 받을때 3%에 받았지만, 지금은 5~6%대가 나온다고 했다. 김씨는 금리 인상분 2%가량의 이자를 2년치 내주는 방식으로 세입자를 붙잡을 수 있었다. 김씨는 “요즘은 전세 세입자 찾기가 힘들고 전세가도 많이 떨어져서, 어떻게든 기존 세입자를 붙드는게 낫다는 생각에 우리가 오히려 세입자에게 월세를 주게 됐다”고 했다.

일명 ‘역월세’다. 역월세란 계약서상으로 전세보증금을 낮추지 않는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금에 대한 대출이자에 해당하는 금액을 집주인이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거래 방식이다. 그동안 갭투자가 활발했던 지역이나 새아파트 입주량이 많은 지역에서 역월세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곳은 전세 공급이 넘치면서 전세가가 떨어지는 곳이다. 전세 금리가 오르고, 사람들이 이사를 꺼리면서 전세 세입자는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이사비 지원이나 인테리어 등을 내걸고 세입자 모시기에 나선 집주인도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전세대출 금리는 계속 상승할 전망이다. 연말에는 시중 전세대출 금리 상단이 8%에 달할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년전 2~3%대 전세대출 금리에 비하면 대출 부담이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셋값 하락과 함께 역전세·역월세가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전세 수요는 급감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수 80 이하로 떨어지며 수급지수 조사 이래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작을수록 전세 수요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80.4에서 78.4로 지수 80이 무너졌다. 부동산원이 수급지수 조사를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10년4개월 만에 최저다. 금리 인상으로 월세 수요가 늘고, 신규 이동수요 감소로 전세를 놓기 어렵게 된 집주인이 가격을 낮춰서라도 재계약으로 유도하면서 시장에 전세물건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원 조사 기준 서울(-0.59%), 수도권(-0.70%), 전국(-0.53%)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보다 낙폭을 키우며 2012년 5월 부동산원 시세 조사 이래 역대 최대 하락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70.6으로 2019년 3월 셋째주(70.6) 이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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