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러 파병 북한군 장성 등 전선 이동 가능성…김정은, 암살 대비 경호 격상”

곽희양 기자 2024. 10. 2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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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군단 쿠르스크 이동 “최종 확정 판단 안해”
러, 북한군에게 ‘위치로’ ‘발사’ 등 군사용어 교육
“김정은 암살 위협 대비, 통신 재밍 차량 운용”
김정은 딸 주애 관련해선 “지위 일부 격상”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고위급 장성 등 일부 병력이 선발대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29일 밝혔다. 국정원은 그러나 북한군 본대의 해당 지역 이동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경호 수준이 격상됐으며, 김 위원장의 딸 주애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조태용 국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고위급 군 장성을 포함한 일부 인원의 전선 이동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고위급 군 장성’은 김영복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합동참모본부 격) 부총참모장을 말한다. 국정원은 “김영복을 포함한 선발대가 전선으로 이동 중이라는 첩보가 있고, 이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에 입국한 김 부총참모장은 파병된 북한군의 총책임자로 알려진 바 있다.

국정원은 그러나 블라디보스토크 등에 주둔했던 북한군 특수작전군 예하 11군단의 쿠르스크 지역 이동에 대해선 “최종적으로 이동했다고 확정할만한 결정을 안 내렸다”고 했다. 관련 첩보를 확인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김 부총참모장 등이 선발대로 이동한 게 맞다면 이는 11군단의 이동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외에도 북한에서 러시아로 병력 이송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국정원은 오는 12월까지 파병되는 폭풍군단의 총 인원을 1만900명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18세부터 군에 갈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폭풍군단은 “10대 후반이 일부 있고, 주로 20대 초반이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나 외신 보도보다 신중한 태도다. 지난 28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됐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25일(현지시각)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은 지난 8월 우크라이나 군이 일부 점령했던 곳이다.

북한군과 러시아군의 의사소통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러시아군은 북한군에게 ‘위치로’, ‘발사’ 등에 해당하는 러시아 군사용어 100여개를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군은 이를 어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지난 23일 국정원은 러시아군이 북한군에게 무인기(드론) 공격 등 현대전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정권은 파병 사실을 여전히 숨기고 있다고 국정원이 밝혔다. 북한 장교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차출된 병사들에게 입단속을 시킨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파병된 군인 가족들에게는 ‘훈련 간다’고 거짓 설명을 한 정황도 포착됐다. 북한 내부에서는 “‘왜 남의 나라를 위해 희생하느냐’, ‘강제 차출될까 걱정된다’는 주민과 군인의 동요가 감지됐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북한군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뤄지는 기술이전 중에서 “군사정찰위성 기술이 제일 먼저 이뤄질 것”이라고 국정원은 내다봤다. 국정원은 또 북한이 “정찰위성은 발사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5월 군사정찰위성을 쏘아 올렸으나 비행 중에 공중 폭파된 바 있다.

북한은 또 올해 러시아에 4000여명의 노동자를 파견했다고 국정원은 판단했다. 이들 노동자들은 월 800달러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국정원은 파병된 군인은 월 2000달러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또 지난 6월 북·러 조약 체결 이후 광물을 비롯해 국제 제재를 받는 금수품에도 이면 합의가 이뤄지는 등 경제협력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봤다.

조태용 국정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 국정원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경호 수위가 격상됐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암살 가능성을 의식한 조치라고 국정원은 판단했다. 국정원은 “김정은에 대한 암살 등을 의식해서 통신 재밍(통신 방해) 차량 운용, 드론 탐지 장비 도입 추진”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김 위원장의 활동은 지난해와 비교해 110회, 약 60% 이상 늘었다고 국정원은 판단했다. 또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문헌 기록을 지우고 김 위원장의 활동을 강조하는 등 ‘김정은 독자 우상화’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고 봤다.

김 위원장의 딸 주애에 대해서는 “노출 빈도를 조절해가면서 당 행사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며 “김여정(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의 안내를 받거나 최선희(북한 외무상)의 보좌를 받는 등 그 지위가 일부 격상됐다”고 봤다. 국정원은 또 주애의 전담 경호원이 배치된 것 등을 언급하면서 “확고한 입지를 감지했다”고 밝혔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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