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교시 언어 영역
날아 차기 – 도약 후 공중에서 발차기하는 기술. 태권도에서는 흔히 뛰어 옆차기, 또는 이단 옆차기라고 부른다.
달려오는 힘과 체중이 결합해 타격의 위력이 커진다. 하지만 준비 시간이 길고, 전후 빈틈이 생기기 쉬워 실전에서는 주력으로 쓰기 어렵다. (나무위키)
참고로 ‘날라차기’는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현이다.
자막 ‘영원히 고통받는 박찬호’
‘빅 픽처 패밀리’. TV 프로그램 제목이다. SBS가 2018년 방영한 작품이다. 총 8부작으로 제작됐다.
출연진이 화려하다. 차인표, 류수영, 우효광이 고정 멤버다. 여기에 김세정, 김숙, 차오루, 헨리 등이 참여했다. 특히 주목을 끈 출연자가 있다. 전직 ‘코리안 특급’이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찬호 팍’이다.
시리즈 5회 차 방송 분이다. 2018년 10월 20일에 방영된 내용이다.
식사 후 잠시 쉬는 시간이다. ‘투머치토커’가 입을 연다. 미국 시절에 대한 얘기다. 이런 대화가 나온다.
찬호 “자랑은 아니지만, 지금도 그 사건이 메이저리그에서 하이라이트로 Top 5 안에 항상 들어가.”
뿌듯함과 곤란함이 교차하는 표정이 잡힌다. ‘영.고.박(영원히 고통받는 박찬호)’이라는 자막이 뜬다.
인표 “그게 더 웃긴 건 안 맞았어. 빗맞아서 넘어져 갖고, 아래 깔려서….”
좌중이 빵 터진다.
세정 “(핸드폰을 들며) 저 한 번 봐도 돼요?”
찬호 “(자랑스러운 듯) 어, 한 번 봐. 보는 순간 나를 경계하게 될 거야.”
세정 “어? 바로 나오네?”
찬호 “뭐라고 쳤어? 박찬호만 쳐도 바로 나와?”
세정 “….”
다들 김세정의 핸드폰 주변에 모인다. 처음 보는 출연자도 있는 것 같다. 아마 연령대가 다른 탓이리라. 감탄사를 연발한다.
“우와~.”
“대박!!!”
“이야~.
당시의 거친 대화
TV 화면에는 당시 경기 장면이 재생된다. 역시 캘리포니아다. 브루스 리의 고향 아닌가(이소룡은 샌프란시스코 태생, 20대를 그곳에서 보냈다). 화려한 동양 무술이 펼쳐진다. 예의 날아 차기, 이단 옆차기 장면이다.
당사자의 회고가 이어진다.
“내가 번트를 댔는데, 얘가 태그를 하면서 (명치에) 빵 때렸다고. 너무 아픈 거야.”
그리고 당시 현장의 토크를 그대로 전해준다. 물론 영어로 된 대화다.
타자 “야, 아프다. 왜 그러냐(Hey man, it’s hurt).”
투수 “꺼져 이 **야(You just f**k out of here).”
타자 “뭐라고(What)?”
투수 “꺼지라고 이**야(You son of b**ch. Get to f**k out of here).”
이후는 다시 1인칭 시점이 된다.
“그러니까 난 너무 화가 나지. 그래? 알았어. 그래 가지고 그냥 빵~ 때렸지. 그리고 달려오길래, 잠깐 타이밍을 놓쳐 가지고….”
‘빅 픽처 패밀리’는 스토리에 몰입한다. 그러더니 상대 선수에 대한 탐문을 시작한다. 이 게임은 LA 다저스–에너하임 에인절스(LA 에인절스)의 대결이었다. 프리웨이 시리즈인 셈이다.
상대 투수의 이름은 팀 벨처다. 당시 나이가 38세였다. 박찬호는 12살 아래다(26세). 하지만 미국이다. 그 정도는 친구 아닌가. 대명사 ‘걔’라고 지칭한다.
“근데 걔가 손가락이 부러졌다. 그날 싸우다가. 걔가 공을 든 상태에서 날 때렸다. (주먹이 날아오는) 그걸 보고, (머리에 쓴) 헬멧으로 딱 막았는데….”
그러다가 몸의 대화를 나눈 상대가 손가락 골절을 당하게 됐다는 썰이다.

골절에 대한 팩트 체크
여기서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벨처가 손가락 골절상을 입은 것은 맞다. 그래서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한 달 넘게 결장했다.
다만 착각이 있다. 다친 것은 그날, 그 사건 때문이 아니다.
이단 옆차기는 1999년 6월 5일 게임에서 나왔다. 일은 5회 말에 벌어졌다. 벨처는 이후로도 계속 마운드에 머물렀다. 이닝을 끝까지 마쳤다. 결과는 5이닝 5실점 패전 투수였다.
이후 6월 말까지 4~5일 간격 로테이션을 잘 지킨다. 4번의 추가 등판을 소화한 것이다.
그런데 6월 26일 오클랜드 A’s 전이다. 또 다른 사고를 당한다. 홈에 들어오는 주자를 태그 하는 와중에 다쳤다.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삐끗했다.
진단 결과 금이 간 것으로 나타났다. 골절인 셈이다. 우투수인 그에게는 6주 간의 병가가 필요하게 됐다.
그러니까 약간의 착각과 오해다.
손가락이 골절된 것은 맞다. 그러나 기억에는 오류가 있다. 날아 차기 사건의 여파 때문은 아니다. 시간적인 차이도 뚜렷하다.

4할에도 짐을 싼 다저스의 현직 한국인
오래전 일이다. 굳이 그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다저스의 또 다른 한국인 선수 때문이다. 지금 뛰고 있는 현직 말이다.
시범경기에서 4할을 쳤다. 그런데 외면당했다. 겨우 1할 유망주에 밀려났다. 짐을 싸서 마이너로 가야 했다.
물론 타당한 판단일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주장한다.
“가장 열심히 한 선수라서 안타깝다. 그러나 벤치에서 기회를 기다리는 것보다, 계속 게임을 뛰는 게 낫다. 계속 타석에 서는 게 낫다. 그래야 타격도 수비도 개선될 여지가 생긴다.”
가장 그럴듯한 설득이다. 가장 잘 포장된 논리다. 하지만 찜찜하다. 왠지 끄덕여지지 않는다. 아니, 동의하기 어렵다. 많이 듣던 말이다. 늘 하던 포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점이다. 불현듯 생각난다. 1999년 6월의 그 이단 옆차기 말이다.
당사자는 훗날 이렇게 기억한다.
“한국 팬들은 그때 무척 환호했다. 완봉승했을 때보다 더 그랬던 것 같다(동양인을 무시하는 듯한 행동에 대한 분풀이로). 하지만 나 자신은 굉장히 힘들었다.”

그러면서 고충을 털어놓는다.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것만이 아니다. 현지 여론이 좋지 않았다. 어떻게 주먹이 아닌 발로 차냐(스파이크의 위험성 때문인 듯). 팀 동료 몇몇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벨처는 다저스 출신이다. 1988년 우승 멤버였다. 따라서 지지하는 팬들도 꽤 많았다. 반면 ‘날아 차기’는 그때가 겨우 풀타임 3년 차였다.
“그 사건 직후에 편지도 많이 받았다. 총을 언급하는 살해 협박도 있었다. 그러니까 점점 불안해지고, 집중을 못하게 됐다. 이후로 슬럼프가 길어졌다.” (2013년 방송 ‘무릎팍도사’ 중에서)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났다. 지금은 조금 나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하다. 낯설고, 먼 곳이다. 모든 것이 다르다.
‘차별’까지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편견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걸 감수해야 한다. 삐딱한 시선을 견뎌야 한다. 그러고도 한참이 걸린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 ‘비(非) 주류’라는 한계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