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으로 5G보다 50배 빠르게? '가짜 6G' 키우는 비현실적 가정

이혁기 기자 2024. 10. 2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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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이통3사 6G 홍보전의 함의➋
6G 개발 속도 내는 이통사들
이론상 5G보다 50배 빠르지만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
관련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해
저궤도 위성 통신 걸음마 단계
글로벌 기업들 수천개씩 보유 중
통신사들 6G 미래 먹거리 논의만
한국 6G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나
한국의 6G 인프라는 경쟁 국가들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사진은 미국 기업 스페이스X가 발사하는 인공위성 로켓.[사진 | 뉴시스]

#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9년 4월,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이통사는 '4G보다 20배 더 빠르다'는 홍보 문구를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5G 속도는 현재 4G의 4~5배 빠른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 이통사들은 이제 '6G의 홍보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짜 5G'를 경험했던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합니다. 6G가 5G와 같은 결말을 맞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 실제로 소비자의 우려는 기우杞憂에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현재 한국의 6G 인프라는 꽤 열악합니다. 6G를 상용화하려면 위성통신기술이 중요한데, 한국은 이제 막 통신용 위성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수천개의 저궤도 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린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한국의 6G는 옳은 길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이번에도 '소문난 잔치'에 불과할까요? 더스쿠프 視리즈 '이통3사 6G 홍보전의 함의' 2편입니다.

우리는 '이통3사 6G 홍보전의 함의' 1편에서 최근 이통사들이 발간한 6G 백서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다뤘습니다. SK텔레콤은 6G 상용화를 위한 핵심 기술로 인공지능(AI)과 통신 기술을 융합을, LG유플러스는 저궤도 위성통신을 꼽았습니다. AI와 저궤도 위성통신으로 이론상 5G보다 50배 빠른 1Tbps(1000Gbps)의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통사의 '5G 홍보'에 한번 속은 소비자들은 6G 백서의 내용을 곱게 볼리 없습니다. 5G 때 기지국도 제대로 안 세워서 제 속도를 보장하지 못했는데, 6G라고 무엇이 다르겠냐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지난 26일 온라인에 출고한 1편 '양치기가 또 늑대 불렀나? 이통3사 6G 백서 현실과 허상'의 기사엔 '5G도 제대로 안 되는데 무슨 6G냐' '국민을 상대로 또 사기를 치려는 것 아니냐' 등 비판적인 댓글이 숱학 달렸습니다. 그럼 이제 이통사들이 6G 백서에 담은 '보조기술'을 좀 더 구체적으로 꼬집어볼까요?

■ 6G 백서 함의➋ 위성 산업 = 통신업체들이 언급한 '보조 기술' 중 대표적인 건 LG유플러스가 6G 백서에 담은 위성기술입니다. 6G 시대에선 위성통신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속도와 커버리지 한계를 극복하고 사각지대를 없애려면 땅에 설치된 기지국 못지않게 하늘 위에 떠다니는 위성의 도움이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도 200~2000㎞에 위치해 일반 위성보다 비교적 낮게 떠 있는 '저궤도 위성(Low Earth Orbit·LEO)'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른 위성들보다 지상과 가깝기 때문에 데이터 전송 지연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죠. 다만, 저궤도 위성 1~2개로는 충분한 커버리지를 만들 수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한 궤도를 커버하기 위해 수십개의 저궤도 위성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자료 | 업계 종합, 사진 | 뉴시스]

하지만 국내에선 위성통신사업이 활성화하지 않았습니다. 정부든 민간이든 마찬가지입니다. 1992년 8월 과학실험위성인 '우리별 1호'를 처음 발사한 이후 지금까지 총 21개 위성을 쏘아올린 게 고작일 정도죠. 게다가 대부분 수만㎞ 위에 떠 있는 '정지궤도 위성'이어서 저궤도 위성의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이는 미국과 영국에서 각각 스페이스X와 원웹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통신산업을 주도하는 것과는 딴판입니다. 스페이스X만 해도 지난 9월 기준 7001개의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렸습니다. 2018년 2월 시험 위성 2개를 발사한 지 6년 7개월 만입니다. 스페이스X는 4만2000개까지 저궤도 위성을 늘릴 계획입니다.

다른 국가들도 이미 위성 인프라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인프라 구축에 나섰습니다. 중국은 2019년 11월 정부 차원에서 6G 기술을 연구하는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2020년 11월엔 세계 최초로 6G를 테스트하기 위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습니다. 일본은 2018년에 일본 최대 이통사인 NTT가 세계 최초로 초당 100GB 무선전송을 시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올해엔 또다른 이통사인 소프트뱅크가 정지궤도위성 사업자인 인텔샛과 파트너십을 맺고 위성 분야에 서로 협력하기로 했죠.

물론 한국도 위성 발사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정부는 2030년 초까지 6G를 위해 저궤도 통신위성 2기를 발사하고 시스템 시범망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총 사업비 3199억원도 투입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지만, 다른 국가보다 뒤처졌다는 느낌을 지우긴 어렵습니다.

■ 6G 백서 함의➌ 먹거리 = 이통사의 백서엔 또 어떤 내용이 있을까요? SK텔레콤은 이번 백서의 적지 않은 부분을 '먹거리'에 할애했습니다. 6G가 상용화하면 6G의 빠른 전송속도와 낮은 지연속도를 활용해 AI와 통신망을 융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것을 '텔코 엣지 AI 인프라(Telco Edge AI Infra)'라고 부르는데, 통신망뿐만 아니라 AI 서비스까지 동시에 제공하는 게 이 인프라의 핵심입니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무선통신 같은 B2C(기업 대 고객) 사업뿐만 아니라 자율주행·도심항공교통(UAM)·유통·보안·의료 등 B2B(기업 대 기업) 분야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미래 플랜을 내세웠습니다.

문제는 소비자의 눈입니다. 아직 구상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5G 소비자 입장에선 이통사의 멋들어진 청사진이 곱게 보일 리 없습니다. "5G 인프라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상황에서 6G로 돈 벌 궁리부터 하는 게 앞뒤가 맞는 행동이냐"는 거죠.

물론 6G 사업을 전망하는 것과 미흡한 5G 인프라를 개선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이전 세대의 통신 서비스를 완벽하게 구축해야 다음 세대로 넘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사진 | 뉴시스]

홍인기 경희대(전자공학과)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아직은 까마득한 6G 이동통신을 지금 논의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6G가 어떤 기술이어야 하는지, 6G가 인류 삶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기 위해선 R&D는 물론 6G의 비전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천문학적인 투자비를 회수하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이동통신사가 일찌감치 신사업을 구상하는 걸 탐욕적이라고 볼 순 없다."

어쨌거나 이통사가 하나둘씩 6G 백서를 내놓으면서 까마득해 보였던 6G의 전체적인 윤곽이 조금씩 잡혀 나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최초 6G 상용화'를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도 조금씩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5G를 쓰고 있는 소비자 입장에선 이런 얘기들이 모조리 생뚱맞을지 모릅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 서비스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웬 6G냐는 거죠. 5G 품질 문제도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훗날 6G가 상용화했을 때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도 없습니다. 지금 한국의 6G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요? 글쎄요, 이번에도 상용화 이후에야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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